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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훗날 성인으로 추앙받을 한 청년은 사생아의 아버지였고, 이단의 신도였다.
오늘날로 치면 명문대 수사학 교수가 이름도 밝힌 적 없는 여인과 15년째 동거 중이고, 동시에 신흥 종교에 깊이 빠져 있던 상황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4세기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에서 수사학을 가르쳤다.
수사학은 당시 최고 엘리트 코스였다.
말 잘하는 사람이 황제 앞에도 서던 시대였으니까.
그런데 그는 동시에 마니교에 9년간 몸담고 있었다.
마니교는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종교로, 세상을 '빛'과 '어둠'이 싸우는 전쟁터로 보는 이원론이다.
복잡한 세상을 깔끔하게 설명해 줘서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꽤 유행했다.
또 그에게는 이름조차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과의 사이에서 아들 아데오다투스를 낳았다.
라틴어로 '신이 주신 자'라는 뜻이다.
이 남자가 나중에 가톨릭의 성인이 된다.
역사가 가장 극적인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이유가 이런 데 있다.

32세 여름,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원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그날로 모든 걸 버렸다.
어머니 모니카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단 하나, 아들의 회심을 위해서.
30년 가까이 이어진 기도였다.
386년 여름, 밀라노의 어느 정원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극심한 내면의 혼란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이웃집 아이가 노래처럼 반복하는 소리가 들렸다.
"Tolle Lege. Tolle Lege."
라틴어로 "집어서 읽어라"는 뜻이다.
그는 곁에 놓인 바울서신을 펼쳤다.
눈에 들어온 구절을 읽는 순간, 그는 회심했다.
그날 그가 버린 것들을 나열하면 놀랍다.
약혼녀, 15년을 함께한 동거 여인, 밀라노 교수직.
그리고 쌓아 올린 출세의 모든 가능성.
"당신이 우리를 당신을 향해 만드셨으므로, 당신 안에서 쉬기까지 우리 마음은 쉬지 못합니다."
고백록 첫 페이지에 새긴 이 문장이 그날의 결론이었다.
모니카는 아들의 회심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기도가 이루어졌으니, 그걸로 충분했다는 듯이.
주교가 된 그는 회개록 대신 자기 죄목 13권을 직접 출판했다.
회심 후 13년이 지나 아우구스티누스는 북아프리카 히포의 주교가 됐다.
주교는 한 지역 교회의 최고 책임자다.
그런 사람이 397년부터 400년경 사이, 고백록(Confessiones) 13권을 써서 세상에 내놓았다.
내용이 파격적이었다.
어린 시절 이웃집 배를 훔친 이야기, 청년기의 정욕, 마니교에 빠져 스스로를 속인 세월.
단 하나도 숨기지 않고 신 앞에 그대로 적었다.
이 책은 서양 역사상 최초의 자전적 내성 문학으로 꼽힌다.
내성이란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다.
"나는 무엇을 원했나, 나는 왜 그렇게 했나"를 정직하게 추적하는 방식.
그 전까지 서양 사람들은 자기 내면을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다.
고백록이 그 전통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유명 정치인이 자서전에 가장 수치스러운 비밀까지 다 담아 펴낸 격이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에게 그건 수치가 아니었다.
그 부끄러움 자체가 신 앞에 드리는 정직이었다.

410년 로마가 불탔을 때, 아우구스티누스는 무너지지 않는 도시를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서고트족은 게르만계 민족으로, 410년 로마를 약탈했다.
800년 동안 한 번도 함락된 적 없던 도시가 무너진 날이었다.
사람들은 곧바로 범인을 찾았다.
"기독교 때문에 로마가 망했다."
로마의 신들을 버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뒤부터 제국이 기울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비난에 정면으로 답하기로 했다.
그 결과가 신국론(De Civitate Dei) 22권이다.
'신의 도시에 관하여'라는 뜻으로, 413년부터 426년까지 13년에 걸쳐 완성됐다.
그의 논리는 명쾌했다.
역사에는 두 도시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지상의 도시, 권력과 욕망으로 세워진 나라들이다.
다른 하나는 신의 도시, 신을 향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로마는 지상의 도시였으니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고 그는 썼다.
진짜 영원한 도시는 벽돌로 쌓은 게 아니라는 것.
이 책은 단순한 변론서가 아니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악은 어디서 오는가.
이런 질문들을 담아 중세 천 년 동안 서구 사상을 지배했다.
자기 나라가 불타는 동안 책상에서 다음 천 년의 청사진을 그린 사람.
그 청사진 속 도시는 지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당신은 그런 도시를 믿은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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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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