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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에티엔 보노 드 콩디약은 신부복을 입고 성당 대신 파리 살롱을 드나들었어요.
1714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그는 사제 서품을 받고 뮈로의 수도원장이라는 직함을 얻었죠.
그런데 평생 딱 한 번만 미사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수도원장이라면 성당에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가 실제로 앉았던 자리는 파리 지식인들의 살롱이었어요.
드니 디드로, 장 자크 루소, 달랑베르가 모이던 바로 그 자리에 신부복을 입은 콩디약이 끼어 있었어요.
디드로는 당시 『백과전서』를 편집하던 계몽주의의 핵심 인물이에요.
루소는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사슬에 묶여 있다"고 외치던 사람이고요.
그들의 대화 속에서 콩디약은 자신의 생각을 벼려갔어요.
콩디약에 따르면, 대리석 동상에 코 하나 달아 주면 결국 '나'라는 존재가 탄생해요.
1754년에 쓴 『감각론(Traité des sensations)』에서 실제로 제안한 사고실험이에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완전한 돌덩어리로 시작해요.
그 동상의 콧구멍을 열고 장미 한 송이를 가까이 가져다 대요.
그 순간 동상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경험해요.
장미 향이에요.
콩디약에 따르면, 그것이 그 동상의 전부예요.
기억도, 비교도, "나"라는 감각도 전부 거기서 출발해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처음으로 빛 한 줄기가 들어오는 순간을 슬로모션으로 분해한 것과 같아요.
그러니까 콩디약이 하는 말은 이거예요.
"영혼이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야. 냄새 맡고, 만지고, 보고, 듣는 경험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거야."
신부가 "영혼은 경험이 빚어낸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에요.
존 로크의 이론을 딱 한 줄 수정했을 뿐인데,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로크는 17세기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로, 『인간 지성론』에서 인간의 관념이 어디서 오는지를 탐구한 사람이에요.
콩디약은 로크를 깊이 존경했어요.
로크는 이렇게 말했어요.
인간의 관념은 두 곳에서 온다고요.
하나는 감각(sensation), 즉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반성(reflection), 즉 내가 내 생각을 스스로 돌아보는 행위예요.
하지만 콩디약에게는 딱 하나가 걸렸어요.
"그 반성도 결국 감각에서 온 거잖아."
그래서 그는 한 발 더 나갔어요.
'Tout est sensation', 모든 것은 감각이다.
반성이라는 행위 자체도, 따지고 보면 과거 감각 경험들을 재조합한 결과라는 거예요.
선배 연구자의 논문을 읽다가 딱 한 줄만 조심스럽게 지우며 "이 부분은 제가 다르게 봤어요"라고 하는 장면이에요.
로크를 뒤엎은 게 아니에요.
로크의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간 거예요.
그런데 그 끝에 도착한 곳은 교회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리였어요.
왕자를 위해 만든 교과서가 결국 바티칸 금서 목록에 올랐어요.
1758년, 콩디약은 이탈리아 파르마 공국으로 초청받아 어린 왕자 페르디난트의 가정교사가 됐어요.
가톨릭 군주가 자기 아들 교육을 신부에게 맡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에요.
콩디약은 그 9년 동안 16권짜리 교과서를 직접 썼어요.
제목은 『학습 과정(Cours d'études)』으로, 문법부터 역사, 논리학까지 담은 종합 커리큘럼이에요.
왕자 한 명을 위해 신부가 책 16권을 손수 쓴 거예요.
그런데 그 교과서 일부가 훗날 바티칸의 금서 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에 올라가요.
금서 목록이란 가톨릭 교회가 신자들에게 "이 책은 읽지 마세요"라고 공식 지정한 목록이에요.
자기 사장이 직접 의뢰한 업무 매뉴얼이 회사 윤리 강령 위반으로 회수되는 상황이에요.
1768년, 콩디약은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선출됐어요.
프랑스 지식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예요.
그런데 그는 단 한 번만 회의에 참석했어요.
미사도 한 번, 아카데미 회의도 한 번.
어쩌면 그는 어디에도 속하려 한 게 아니라, 관찰하려 한 게 아닐까요.
교회에도, 학자들에게도 딱 한 발씩만 걸쳐 두고서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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