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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당신이 손가락을 까딱하기로 마음먹기도 전에, 당신의 뇌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 신호를 보냈습니다.
1983년,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베르나르 리베는 인류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릴 기묘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피험자들의 머리에 뇌파 측정 장치를 부착하고,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특수 시계를 보게 했습니다.
뇌파 측정 장치는 뇌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포착해 기록하는 기계입니다.
실험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시계를 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 시계 바늘의 위치를 기억하고 손가락을 움직이세요."
리베는 사람들이 '나 이제 움직여야지!'라고 결심하는 순간과 실제 뇌가 신호를 보내는 순간 사이의 간격을 측정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결심'이 먼저고 '뇌의 반응'이 그다음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피험자가 "지금 움직여야지"라고 의식하기도 전에, 뇌에서는 이미 준비 전위라는 전기적 파동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준비 전위는 근육이 실제로 움직이기 약 0.5초 전부터 뇌가 미리 엔진을 가열하는 신호를 말합니다.
리베는 이 데이터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나의 결심보다 뇌의 명령이 먼저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우리가 '나의 의지'라고 믿었던 것은 사실 뇌가 이미 내린 결정을 뒤늦게 전달받은 사후 보고서에 불과했습니다.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뇌는 행동하기 0.5초 전에 이미 결정을 내렸고, 의식은 행동하기 고작 0.2초 전에야 그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결국 우리는 내 몸의 주인으로서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이 아니라, 이미 상영 중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었던 셈입니다.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자기 의지로 움직인다고 믿지만, 사실은 영사기가 돌아가는 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이 0.3초의 공백은 철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내가 커피를 마시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뇌가 커피를 마시기로 결정한 뒤 나에게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준 것이라고?"
리베의 실험은 우리가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거대한 착각일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사실 사건이 다 벌어진 뒤에 나타나 "이건 내가 한 거야"라고 생색을 내는 홍보 담당자에 가까웠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에서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합니다.
뜨거운 냄비에 손이 닿았을 때, 우리는 "아 뜨거워, 손을 떼야지"라고 생각해서 손을 옮기지 않습니다.
손은 이미 허공에 떠 있고, 그제야 우리는 "방금 정말 뜨거웠네"라고 의식합니다.
리베는 이 무의식적 반응의 영역이 우리의 고차원적인 선택에까지 확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입니다.

만약 모든 행동이 뇌의 전기 신호로 미리 정해져 있다면, 범죄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근거는 사라집니다.
살인범이 "내 뇌의 뉴런이 나보다 0.5초 먼저 방아쇠를 당기기로 결정했다"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 답해야 할까요?
이것이 바로 리베의 실험이 던진 생물학적 결정론의 공포입니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인간의 모든 행동이 자유의지가 아닌 생물학적 조건과 물리적 법칙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입니다.
인간을 그저 정교하게 만들어진 생체 기계로 보기 시작하면 도덕의 설 자리는 좁아집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처벌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베의 시계 바늘은 그 선택권이 우리 손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저 뇌가 시키는 대로 춤추는 인형일 뿐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결론을 거부하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가 기계와 다를 바 없다면 인생의 의미나 책임감 같은 가치들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리베 본인조차 자신이 발견한 이 차가운 진실 앞에서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인간이 그저 뇌에 끌려다니는 존재로 남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리베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뇌의 명령을 마지막 순간에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Free Won't)이었습니다.
뇌가 행동을 시작하는 신호를 보내더라도, 실제 근육이 움직이기까지 남은 0.2초 동안 의식은 그 행동을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은 뇌가 만들지만, 실제로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나의 의지다."
리베는 이를 통해 자유의지의 정의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자유의지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능력'이 아니라,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에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화가 날 때 상대를 때리고 싶은 충동을 0.5초 전에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먹이 나가기 직전의 찰나에 우리는 그 행동을 Veto, 즉 거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느냐에서 결정됩니다.
우리는 뇌가 던지는 수만 가지 유혹과 충동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중 무엇을 멈출지 선택할 힘을 가졌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덮는 그 짧은 순간의 결단.
당신의 뇌는 계속 읽으라고 속삭였겠지만, 멈춰 세운 것은 분명 당신의 마지막 권력이었습니다.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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