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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717년 파리의 어느 추운 겨울밤, 차가운 성당 계단에 갓난아기 하나가 버려졌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부모가 지어준 축복이 아니라, 그가 발견된 생 장 르 롱(Saint-Jean-le-Rond) 성당의 이름을 따서 대충 붙여졌죠.
오늘날로 치면 강남역 근처에서 발견된 아이에게 '김강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나 다름없는 무심한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이 아기는 이름도 모를 집안의 자식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유능한 포병 장교였고, 어머니는 당시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던 유명한 귀족 부인이었거든요.
하지만 신분 차이와 사회적 시선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들을 성당 앞에 버리는 비정한 선택을 했습니다.
다행히 아기를 발견한 경찰은 근처의 가난한 유리공 부부에게 아이를 맡겼습니다.
이름조차 건물 이름에서 따온 이 버림받은 소년은, 훗날 유럽 전체를 뒤흔드는 천재 수학자이자 철학자 장바티스트 달랑베르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비참한 시작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스스로의 능력으로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한 달랑베르에게 생모가 찾아와 "내가 네 엄마다"라며 손을 내밀었을 때, 그는 그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습니다.
당시 그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 중 한 명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화려한 귀족 저택에서 살고 있었죠.
하지만 달랑베르는 "당신은 나의 어머니가 아닙니다"라며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그는 화려한 귀족의 삶 대신 자신을 거두어준 가난한 유리공의 아내를 진짜 어머니로 선택했습니다.
그는 무려 30년 넘게 유리공의 집 좁은 다락방에서 살며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당시 파리의 살롱은 귀족들이 모여 지식을 뽐내던 화려한 사교 모임이었지만, 그는 그곳의 화려함보다 다락방의 정직한 가난을 더 사랑했습니다.
"나의 진짜 어머니는 나를 낳은 여자가 아니라, 나를 먹여주고 키워준 유리공의 아내입니다."
이 말은 당시 신분제 사회였던 프랑스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피와 가문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에, 달랑베르는 '누가 나를 사랑해 주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셈입니다.

달랑베르는 인류 최초로 '지식의 지도'를 그리려 했던 거대한 프로젝트의 설계자였습니다.
그는 동료 철학자 디드로와 함께 백과전서라는 유례없는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백과전서는 당시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기술, 과학, 철학 지식을 사전식으로 정리한 백과사전의 조상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위키백과나 구글을 검색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18세기 당시 지식은 왕실이나 교회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시민들은 알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죠.
달랑베르는 "지식은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빛"이라며 이 위험한 작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책은 권력자들의 심기를 건드려 '금서'로 지정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왕과 교회는 사람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책을 불태우고 인쇄를 금지했거든요.
하지만 달랑베르가 쓴 백과전서의 서문은 인간 이성의 승리를 선언하는 역사적인 문장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달랑베르는 복잡하게 움직이는 세상의 모든 물체를 단 하나의 단순한 원리로 설명해냈습니다.
그는 움직이는 물체도 사실은 어떤 힘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멈춰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죠.
이것이 바로 현대 물리학과 공학의 기초가 된 달랑베르의 원리입니다.
이 원리는 복잡한 역학 문제를 아주 쉬운 수학 문제로 바꿔놓는 마법 같은 도구였습니다.
역학은 물체가 힘을 받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달랑베르 덕분에 과학자들은 달의 궤도나 지구의 자전 같은 거대한 움직임을 마치 정지된 사진을 분석하듯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우주의 질서가 왕의 명령이 아니라 수학적인 법칙에 의해 돌아간다고 믿었습니다.
성당 계단에 버려졌던 소년이, 이제는 우주가 움직이는 근본적인 규칙을 찾아내는 사람이 된 것이죠.
그의 수학적 업적은 지금도 우리가 타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설계할 때 가장 핵심적인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달랑베르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세상이 당신에게 붙여준 '이름표'가 당신의 진짜 이름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당신의 진짜 모습인가요?
차가운 성당 계단에서 시작해 인류 지성의 등불이 된 그의 삶은 그 대답을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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