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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슈타인하우스는 그날 저녁 산책에서 정리 하나가 아닌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1916년, 폴란드 크라쿠프의 플란티 공원이었다.
수학자 후고 슈타인하우스는 저녁 산책 중 벤치에 앉은 두 청년의 대화에 걸음을 멈췄다.
"르베그 적분"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르베그 적분은 당시 막 등장한 최첨단 수학 개념으로, 전 세계 수학자들조차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하던 것이었다.
카페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양자역학을 가볍게 논하는 걸 들었다고 상상해보라. 걸음이 멈출 수밖에 없다.
슈타인하우스는 말을 걸었다.
그 청년 중 한 명이 스테판 바나흐였다.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바나흐는 정규 대학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상태였다.
독학으로, 혼자서, 그 자리까지 와 있었다.
슈타인하우스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수학적 발견은 바나흐였다."
정리를 발견한 것도 아니고, 사람을 발견한 것이 최고의 발견이었다고.
수학사를 바꿀 만남이 학회도 대학도 아닌 공원 벤치에서, 우연히 엿들은 대화로 시작되었다.

대학은 바나흐에게 박사학위를 주고 싶었지만, 정작 본인은 학부 졸업장조차 없었다.
보통 학위란 실력을 증명하는 서류다.
그런데 바나흐의 경우, 실력이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제도가 뒤늦게 쫓아가야 했다.
르부프 대학(현재 우크라이나의 리비우 시에 있던 폴란드 대학)이 그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특별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더 황당한 일이 있다.
논문 심사 당일, 바나흐는 자신이 심사를 받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격증 없이 일하다가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회사가 역으로 자격증을 만들어준 격이다.
학위를 '받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대학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제도가 사람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제도를 끌어당긴 드문 사례였다.

20세기 수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집은 학술지가 아니라 카페 노트에 적혀 있었고, 난제 하나의 현상금은 살아 있는 거위였다.
바나흐와 동료 수학자들은 르부프의 스코틀랜드 카페에 모였다.
'스코틀랜드'라는 이름을 가진 폴란드 카페였다.
이들은 매일 대리석 탁자 위에 수식을 적으며 토론했다.
문제는 웨이터였다.
웨이터는 매일 탁자를 닦아 전날의 수식을 지워버렸다.
그러자 바나흐의 아내 루치아가 노트 한 권을 카페에 가져다 두었다.
이 노트가 훗날 수학사에서 전설이 된 '스코티시 북'이다.
스코티시 북에는 수백 개의 수학 난제가 적혔다.
현상금이 걸린 문제도 있었는데, 마지크비치 문제의 현상금은 살아 있는 거위 한 마리였다.
친구들과 술집에서 냅킨에 끄적이던 아이디어가 한 분야의 교과서가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그 노트는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오늘날 스코티시 북은 전문 수학 문제집으로 출판되어 전 세계 수학자들이 연구한다.
카페 탁자에서 시작된 토론이 한 세기를 건너 살아남은 것이다.

무한 차원 공간을 설계한 수학자의 전시 직업은 자기 팔뚝에 이를 먹이는 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르부프를 점령했다.
폴란드 지식인들은 조직적으로 체포되거나 처형되었다.
바나흐도 그 위기 안에 있었다.
살아남은 방법은 뜻밖이었다.
루돌프 바이글 연구소에서 발진티푸스 백신을 만드는 일이었다.
발진티푸스는 이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당시 전선에서 군인들을 대규모로 죽이던 병이었다.
백신을 만들려면 이가 필요했다.
그 이를 키우려면 사람의 피가 필요했다.
바나흐는 자신의 팔뚝을 이에게 먹이는 "이 먹이꾼"으로 일했다.
수많은 폴란드 지식인들이 이 일자리 덕분에 처형을 피했다.
바나흐의 피가 백신 재료가 되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다는 이중의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다.
함수 공간의 무한한 구조를 다루던 사람이, 생존을 위해 자기 몸으로 이를 먹이고 있었다.
바나흐는 종전 직후인 1945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쟁이 끝나는 것을 간신히 보고 눈을 감았다.
공원 벤치의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해, 학위 없이 교수가 되고, 카페 노트에 수학의 미래를 적고, 이를 먹여 살아남은 사람.
그가 남긴 이름은 오늘날 수학 교과서 어디에나 있다.
바나흐 공간, 바나흐 대수,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당신이 지금 모르는 이름이라도, 현대 수학의 절반은 그의 어깨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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