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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택배 회사가 전국 물류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배분하는 문제를 생각해 봐요.
어떤 창고에서 어떤 지역으로, 얼마나 보내야 총 이동 거리가 최소가 될까.
세드릭 빌라니가 4년을 바친 수학 문제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어요.
밀폐된 용기 안의 가스 분자들은 왜 충돌하지 않아도 스스로 조용해지는가.
입자끼리 부딪히지 않는데도 진동이 가라앉는 이 현상을 란다우 감쇠라고 해요. 플라스마 속 전기장이 입자 충돌 없이 저절로 약해지는 현상인데, 수십 년째 수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었어요.
빌라니는 공동 연구자 클레망 무오와 함께 이 두 문제에 달려들었어요.
4년 동안 주고받은 이메일이 1,000통이 넘었고, 제출 직전에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해 밤새 수정한 날도 있었어요.
우아한 영감의 순간이 아니라, 수백 번의 실패와 새벽 3시의 패닉이었던 거예요.
그 결과로 2010년, 필즈상이 왔어요.
4년마다 40세 이하 수학자에게만 주는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려요.
"가스 분자가 왜 조용해지는가"라는,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이 그를 수학의 정상으로 데려다놓았어요.

세드릭 빌라니가 왜 매일 거미 브로치를 다는지 묻는 기자에게, 그는 한 번도 같은 대답을 한 적이 없어요.
거미 브로치 컬렉션만 수십 개에 달하고, 목에는 라발리에르를 매요. 19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넓은 리본 넥타이예요.
긴 머리에 빅토리아 시대풍 차림. 처음 보는 사람은 수학자라는 걸 상상하지 못해요.
수학자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흰 셔츠에 안경, 조용한 연구실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가장 추상적인 수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록스타처럼 입고 TED 강연과 TV 토크쇼를 누볐어요.
프랑스 대중은 그를 "록스타 수학자"라고 불렀어요.
회사에서 매일 같은 넥타이를 매는 동료가 있다고 생각해 봐요.
처음엔 이상하지만, 어느 순간 그 넥타이가 그 사람 자체가 되는 거예요.
빌라니에게 거미 브로치가 바로 그것이었어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그 자신과 일체가 된 것.

수학 공식이 빼곡한 책이 프랑스 서점가를 점령했어요.
독자 대부분은 공식을 한 줄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팔렸어요.
2012년에 나온 《살아 있는 정리》예요.
필즈상을 받은 증명의 탄생 과정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 책이에요.
새벽의 좌절, 무오와의 격렬한 이메일 논쟁, 제출 직전에 오류를 발견하고 패닉에 빠진 밤이 일기처럼 담겨 있어요.
요리 레시피를 몰라도 셰프의 다큐멘터리에 빠져드는 것과 같아요.
공식이 뭘 의미하는지 몰라도, 그걸 향해 4년을 달린 사람의 집착과 공포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거든요.
이 책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어요.
빌라니는 이 시기에 앙리 푸앵카레 연구소 소장이기도 했어요.
파리에 있는 수학·이론물리 연구의 거점이에요.
그는 연구를 하면서, 책을 쓰면서, 동시에 수학을 대중에게 들고 나왔어요.

필즈상 수상자가 파리 시장 선거에서 얻은 표는 7.9%였어요.
수학에서 이 숫자는 반올림하면 0에 가까워요.
2017년, 빌라니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어요.
마크롱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새로 만든 중도 정당이에요.
수학을 떠나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2020년 파리 시장 선거가 문제였어요.
1차 투표 결과는 7.9%. 유권자 10명 중 1명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이후 2022년 총선에서도 낙선하며 정치적 입지를 거의 잃었어요.
수학에서는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사람이, 정치에서는 이렇게 됐어요.
회사 최고 실적 팀장이 사표를 내고 완전히 다른 업종으로 창업했는데 망한 거예요.
주변 사람들은 "왜 굳이?"라고 물었을 테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선명하지 않아요.
거미 브로치는 여전히 그의 옷깃에 있어요.
수학에서 정치로, 정치에서 다시 어디로 가는지는 브로치도 알려주지 않아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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