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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력서에 역사학 학사, 선거운동원, 경제학 중퇴가 나란히 적힌 청년에게 물리학계의 미래를 걸겠다고 말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예요.
에드워드 위튼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명문 사립대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그가 한 일은 물리 실험실이 아니라 선거 유세장이었어요.
1972년,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조지 맥거번의 대통령 선거 캠프에 들어가 선거운동원으로 일했어요.
선거가 끝나고 위튼은 경제학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어요.
'이게 아닌데'라는 감각은 분명했지만, 무엇이 맞는지는 아직 몰랐어요.
대학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일을 전전하며 "내 길이 맞나" 불안해 본 사람이라면, 이 시기의 위튼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그는 스물네 살이 될 때까지 물리학 수업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어요.
그 청년이 훗날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불리게 됩니다.
데이비드 그로스는 자기 제자에 대해 이례적인 고백을 했어요.
"이 학생은 나보다 낫다."
그로스는 훗날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자기 제자에게 항복 선언을 한 거예요.
위튼은 1973년 프린스턴 대학교 응용수학과에 입학해 곧 물리학과로 전과했어요.
1976년,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단 3년이 걸렸어요.
남들보다 몇 년 늦게 출발했는데, 속도 자체가 달랐어요.
신입사원이 입사 첫 해에 팀장이 "저 사람한테 내가 배운다"고 느끼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위튼이 대학원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면, 앞줄에 앉은 교수들이 필기를 했어요.
무언가를 뒤늦게 시작한다는 것이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라는 걸, 위튼은 몸으로 증명했어요.
1990년 교토, 수학계 최고의 상이 호명한 이름은 수학자가 아니었어요.
필즈메달은 4년마다 딱 한 번,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이에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지만, 노벨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말도 있어요.
그 상을 물리학자가 받은 건 역사상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2026년 현재까지 단 한 번뿐이에요.
위튼이 받은 이유는 이랬어요.
그는 끈 이론 연구를 하다가, 수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난제들을 물리학적 직관으로 풀어버렸어요.
끈 이론은 '우주의 모든 입자가 사실은 아주 작은 끈의 진동'이라고 보는 이론인데, 그 계산 과정에서 나온 도구들이 수학의 매듭 이론과 위상수학에 혁명을 일으킨 거예요.
요리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알고 보니 요리학교를 나온 적 없는 엔지니어였던 것과 같아요.
수학자들은 외부인에게 자기 분야 최고의 상을 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혹감과 경외감이 뒤섞인 표정을 상상하면, 1990년 교토의 시상식이 얼마나 이상한 자리였는지 느껴져요.
에드워드 위튼의 이론은 30년째 증명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미완의 이론이 이미 물리학의 지도를 다시 그렸어요.
1995년 위튼은 M-이론을 제안했어요.
당시 끈 이론은 다섯 가지 버전이 난립하며 각자 "내가 맞다"고 싸우는 상황이었는데, 위튼이 "사실 다 같은 이론의 다른 면이에요"라고 통합해 버렸어요.
물리학자들은 이걸 '2차 끈 이론 혁명'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비판도 거셌어요.
리처드 파인만 같은 동료 물리학자는 생전에 끈 이론을 "과학이 아닌 수학"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어요.
실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이론은 과학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끈 이론 자체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지만, 그 이론을 연구하다 나온 수학적 도구들이 블랙홀 열역학과 양자 정보 이론 같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어요.
목적지에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는데, 여행 도중에 만든 지도가 다른 모든 여행자의 필수품이 된 거예요.
역사학도였던 청년은, 선거 유세장을 떠난 뒤, 결국 우주의 언어를 다시 쓰는 사람이 됐어요.
그의 이론이 옳다는 증거는 아직 없어요.
하지만 그 이론이 틀렸다는 증거도 없고, 그사이에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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