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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3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태양보다 30배나 무거운 블랙홀 두 개가 충돌했어. 상상해봐. 은하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이야. 그런데 지구에선? 아무도 몰랐어. 왜냐하면 그 충돌이 만든 건 빛도 소리도 아니었거든. 아인슈타인은 1916년에 이미 예측했어. "블랙홀이 부딪치면 공간 자체가 물결치듯 흔들릴 거야"라고. 이걸 중력파라고 불렀지. 문제는 이 파동이 너무너무 약하다는 거야. 원자핵보다 작은 크기로 공간이 흔들리는데, 그걸 어떻게 잡아? 100년 동안 과학자들은 포기할 뻔했어.
킥 손은 다르게 생각했어. "레이저로 거리를 재면 되잖아?" 그가 만든 LIGO는 L자 모양의 거대한 관이야. 각 팔이 4킬로미터나 돼. 레이저를 쏘면 끝에 있는 거울에 반사돼서 돌아오는데, 그 시간을 아주아주 정밀하게 재는 거야. 중력파가 지나가면 공간이 늘어났다 줄어들잖아? 그럼 레이저가 왕복하는 시간도 달라져. 얼마나 작은 차이냐면, 원자 하나 크기의 1만 분의 1이야. 2015년 9월 14일 새벽, 드디어 신호가 왔어. "삐- 웅-" 하는 소리로 바꾸면 정말 물속에서 두 방울이 합쳐지는 것 같았대. 13억 년을 날아온 우주의 파도 소리였어.
2017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킵 손은 이렇게 말했어. "우리는 새로운 눈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빛으로만 우주를 봤어. 망원경으로 별빛을 보고, 전파망원경으로 전파를 잡고. 근데 블랙홀처럼 빛조차 먹어버리는 존재는 볼 수가 없었지. 이제는 달라. 중력파로 '들을' 수 있거든. 아인슈타인의 공책에 적힌 수식이 100년 만에 진짜가 된 순간이야. 더 놀라운 건, 이제 우주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거야. 별이 죽는 순간, 은하가 충돌하는 찰나, 심지어 빅뱅 직후의 흔들림까지 들을 수 있게 됐어.
네가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중력파는 너를 통과하고 있어. 느껴지지 않지만 말이야. 한국에도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자는 계획이 있어. 전 세계가 협력하면 우주의 어디에서 신호가 왔는지 정확히 찾을 수 있거든. 마치 귀가 여러 개 있으면 소리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킵 손은 말했어. "우주는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제 막 듣기 시작했을 뿐이죠." 교실 지구본을 봐봐. 저 먼 은하에서 출발한 시공간의 파도가 지금 여기까지 와 있어. 보이지 않는 우주의 노래가 네 책상 위를 지나가고 있는 거야. 신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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