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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너의 몸은 30억 글자로 쓰인 설명서로 움직여. 이걸 DNA라고 부르지.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설명서에서 '오타'를 찾아냈어. 예를 들어 겸상적혈구 빈혈증은 DNA 30억 글자 중 딱 한 글자가 잘못 쓰여서 생기는 병이야. 한 글자 오타 때문에 평생 고통받는 거지. 문제는 이거였어 — 오타를 발견했는데, 고칠 방법이 없었던 거야. 마치 유리로 된 책에서 틀린 글자를 발견했지만 만질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것처럼. 제니퍼 다우드나가 이 좌절감을 느낀 건 2000년대 초반이었어. "생명의 오타를 정말로 지우개로 지울 수는 없을까?" 그녀는 이 질문을 놓지 않았어.

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어 — 바로 요구르트 속 박테리아. 박테리아도 바이러스한테 공격받거든. 그런데 얘네는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정확히 찾아내서 '싹둑' 잘라내는 면역 체계를 갖고 있었어. 이름하여 CRISPR-Cas9. 다우드나는 2012년, 이 박테리아의 가위를 인간 세포에서도 쓸 수 있게 개조했어. 원리는 이래. 먼저 '가이드'가 DNA 30억 글자 속에서 고칠 부분을 찾아. 마치 ctrl+F로 검색하듯이. 그다음 Cas9이라는 효소가 그 부분을 정확히 잘라내. ctrl+X처럼. 그러면 세포가 스스로 그 자리를 메우거나, 우리가 준비한 '올바른 글자'를 붙여넣을 수 있게 돼. 생명공학 역사상 가장 정확하고 싼 유전자 편집 도구가 탄생한 순간이었어.

2023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야. 겸상적혈구 빈혈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응급실에 실려가던 한 소녀가 CRISPR 치료를 받았어. 의사들은 그 아이의 골수 세포를 꺼내서, 문제의 'DNA 오타' 한 글자를 고치고, 다시 몸에 넣어줬지. 6개월 뒤, 그 아이는 친구들과 축구를 뛰고 있었어. 평생 치료가 불가능하다던 유전병이 '편집'으로 사라진 거야. 지금은 백혈병, 지중해빈혈, 일부 유전성 실명까지 임상 시험 중이야. 심지어 모기의 유전자를 편집해서 말라리아를 옮기지 못하게 만드는 실험도 진행 중이고. 다우드나는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어. 하지만 그녀가 더 자랑스러워한 건 "이제 아이들이 유전자 오타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어.

너는 문서 편집할 때 ctrl+Z로 실수를 되돌리잖아? CRISPR는 생명에게도 그 되돌리기 버튼을 준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3천 개가 넘는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이 각자의 '생명 문서'를 편집하고 있어. 누군가는 실명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지우고, 누군가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면역세포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가뭄에도 자라는 벼를 설계하지. 다우드나는 이렇게 말했어. "유전자 가위는 도구일 뿐이에요. 칼로 요리를 할 수도, 해를 끼칠 수도 있듯이요." 그래서 그녀는 지금도 전 세계를 돌며 '어떻게 이 도구를 윤리적으로 쓸 것인가'를 이야기해. 한 가지는 확실해 — 너의 아이들은 '고칠 수 없는 유전병'이라는 말을 역사책에서나 볼 거야. 생명의 코드를 편집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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