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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자, 한번 상상해 봐요. 우주가 처음 태어났을 때, 있는 거라곤 수소랑 헬륨뿐이었어요.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단순한 원소예요. 헬륨은 풍선에 넣으면 둥둥 뜨는 그 가스고요. 딱 그 두 가지. 끝이에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 몸은 탄소, 산소, 칼슘, 철 같은 온갖 원소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뼈에는 칼슘이 들어 있고, 피에는 철분이 돌아다니고, 숨 쉴 때 들이마시는 건 산소잖아요. 이런 것들이 수소랑 헬륨에서 대체 어떻게 튀어나온 걸까요?
1940~50년대, 과학자들도 이 질문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어요. "우주 초기에 모든 원소가 한꺼번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계산을 해 보면 앞뒤가 안 맞았거든요. 수소에서 바로 철이나 금 같은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건, 레고 1번 블록 하나로 갑자기 완성된 성을 뚝딱 조립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됐어요. 바로 이 막힌 퍼즐 앞에 한 영국 청년이 등장해요.

그 청년의 이름은 프레드 호일이에요. 영국 요크셔 시골에서 태어나, 학교를 뺑뺑이 돌다가 결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간 고집불통 천재였죠. 호일은 다른 과학자들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생각했어요. "원소는 우주 탄생 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별 안에서 천천히 '요리'된 거다!"
별 내부는 온도가 수천만 도를 넘어요. 급식실 가마솥은 겨우 100도인데, 그 수십만 배라고 생각하면 돼요. 이 어마어마한 열과 압력 속에서 수소 원자들이 서로 쾅쾅 부딪히면서 합쳐져요. 이걸 '핵융합'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가벼운 원소들이 뭉쳐서 무거운 원소로 변하는 거예요.
호일은 이 과정이 양파 껍질처럼 층층이 일어난다는 걸 계산으로 보여줬어요. 별의 바깥층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그 안쪽에서는 헬륨이 탄소로, 더 깊이 들어가면 산소, 규소, 그리고 맨 중심에서 마침내 철이 만들어져요. 마치 게임에서 재료를 조합해 점점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것처럼요. 1957년, 호일은 동료 과학자 세 명과 함께 이 이론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했어요. 이 논문은 저자 네 명의 이니셜을 따서 'B²FH 논문'이라 불리는데,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로 꼽혀요. 그런데 별이 원소를 만든다 해도, 그걸 별 속에 꽁꽁 가두고만 있으면 소용없잖아요?

맞아요, 핵심은 바로 '폭발'이에요. 별은 영원히 살지 못해요. 거대한 별이 철까지 만들어내면 더 이상 에너지를 짜낼 수가 없어서, 중심이 와르르 무너져요. 그 반동으로 별 전체가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는데, 이걸 '초신성 폭발'이라고 해요. 유튜브에서 가끔 보이는 우주 폭발 영상, 그거 바로 이거예요.
이 폭발이 얼마나 강력하냐면, 한순간에 은하 전체보다 더 밝게 빛날 정도예요. 학교 운동장 조명 하나가 갑자기 서울시 전체 불빛보다 환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이때 별 속에서 만들어진 탄소, 산소, 칼슘, 철 같은 원소들이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 나가요. 폭발의 순간에는 철보다 더 무거운 금이나 우라늄 같은 원소까지 만들어지고요.
그렇게 우주를 떠돌던 원소 먼지들이 다시 모여서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들어요. 약 46억 년 전, 그렇게 모인 먼지가 뭉쳐서 태어난 게 바로 우리 지구예요. 호일의 이론 덕분에 우리는 깨달았어요. 지구의 돌멩이, 바닷물, 공기, 그리고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죽은 별의 잔해로 만들어졌다는 걸요. 그런데 잠깐, 이 이야기가 정말 나랑 상관있는 걸까요?

당연히 상관있어요. 아니, 상관있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분 자체가 바로 그 증거예요. 지금 여러분의 피 속에서 산소를 온몸에 나르는 헤모글로빈, 거기에 들어 있는 철분은 수십억 년 전 어떤 거대한 별의 심장부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뼈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칼슘도, 연필심에 들어 있는 탄소도, 전부 다 별에서 왔어요.
프레드 호일은 이런 말을 남겼어요.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는 한때 별의 내부에 있었다." 급식 시간에 시금치를 먹으면서 "이 철분, 원래 별이었네" 하고 생각해 보세요. 좀 멋있지 않아요?
참,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요. '빅뱅'이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죠? 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됐다는 그 이론이요. 그 이름을 만든 사람이 바로 호일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호일은 빅뱅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이었어요! 라디오 방송에서 "그 사람들 말로는 우주가 어느 날 갑자기 빅뱅, 하고 터져 나왔대요"라고 놀리듯이 말한 게 이름이 되어 버린 거예요. 자기가 싫어하는 이론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름을 붙여 준 셈이죠. 오늘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저 별 하나하나가 지금도 원소를 만들고 있다는 걸 떠올려 봐요. 언젠가 그 별도 폭발해서, 또 다른 세상의 재료가 될 거예요. 여러분은 별의 자녀이고, 우주 그 자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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