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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대인들만 모여 살던 좁은 골목이 있었어요. 그 골목에서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라는 사람이 낡은 동전을 사고파는 작은 가게를 열었어요. 이 사람이 바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작이에요.
그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는데, 아들들을 한곳에 두지 않았어요. 첫째는 프랑크푸르트에 남기고, 나머지는 각각 런던, 파리, 빈, 나폴리로 보냈어요. 그때 유럽에서 돈이 가장 많이 도는 다섯 도시였죠. 형제 한 명씩이 다섯 도시에 자리를 잡은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한 가족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으면, 나라와 나라 사이에 돈을 옮기는 일을 자기들끼리 처리할 수 있거든요. 이게 나중에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장 큰 무기가 됩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몇 초면 외국에 돈을 보내죠. 하지만 200년 전에는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금화가 든 무거운 상자를 마차에 싣고, 강도와 전쟁터를 지나 몇 주씩 걸려 옮겨야 했으니까요.
로스차일드 형제들은 이걸 영리하게 풀었어요.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형이 누군가에게 돈을 받으면, 파리에 있는 동생이 그만큼을 대신 내주는 식이었어요. 진짜 금화는 움직이지 않고, 형제들끼리 편지로 '여기서 받았으니 거기서 내줘'라고 적어 보내면 끝이었죠.
서로 믿을 수 있는 가족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친한 친구끼리 '내가 나중에 갚을게' 하고 밥값을 대신 내주는 것과 비슷한데, 그걸 나라 사이를 오가는 큰돈으로 한 거예요.

나라도 돈이 모자랄 때가 있어요. 특히 전쟁을 하려면 군인 월급, 무기, 식량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죠. 그래서 나라는 '국채'라는 걸 팔아요. 국채는 쉽게 말해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게요'라고 적힌 나라의 빚 문서예요.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 국채를 사고파는 일에 뛰어들었어요. 여러 나라에 형제가 흩어져 있으니, 어느 나라가 돈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었거든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1815년 워털루 전투예요. 영국과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맞붙은 큰 싸움이었는데, 런던의 나탄 로스차일드는 영국 정부가 전쟁에 쓸 돈을 마련하는 일을 도왔어요. 전쟁의 승패에 따라 국채 값이 크게 출렁였고,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런 흐름 속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됐어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어요. 인터넷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전 세계 중앙은행을 손에 쥐고 세상을 몰래 조종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아요.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돈을 관리하는 가장 큰 은행이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이죠. 200년 전 로스차일드 가문이 여러 나라 정부와 거래하고 돈을 빌려준 건 사실이에요. 그만큼 힘이 셌던 것도 맞고요.
하지만 '세계를 몰래 지배한다'는 건 증거가 없는 이야기예요. 오늘날 중앙은행은 한 가문의 것이 아니라 나라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에요. 옛날에 힘이 셌던 가문이라는 사실이, 지금도 세상을 뒤에서 조종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실과 소문은 나눠서 볼 필요가 있어요.

200년이 지나는 동안 다섯 도시의 가문은 많이 달라졌어요. 나폴리와 프랑크푸르트의 집안은 뒤를 이을 사람이 끊겨 문을 닫았고, 지금은 주로 영국과 프랑스 쪽 후손들이 사업을 이어 가고 있어요.
오늘날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가 몇 곳 있어요. 기업들이 사고팔리거나 합쳐질 때 조언을 해 주는 투자 은행, 그리고 부자들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은행 같은 거예요. 여전히 잘사는 집안이지만, 세상을 쥐고 흔드는 거대한 비밀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요.
말하자면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금융 가문이었던 집안이, 지금은 여러 금융 회사 중 하나를 운영하는 부유한 가문이 된 셈이에요.

로스차일드 가문은 200여 년 전 프랑크푸르트의 좁은 골목에서 시작됐어요. 아버지가 다섯 아들을 유럽 다섯 도시로 보낸 덕분에, 가족끼리 편지 한 장으로 나라 사이의 큰돈을 옮길 수 있었죠. 이들은 나라에 돈을 빌려주고 전쟁에 자금을 대며 유럽에서 가장 큰 금융 가문으로 컸어요.
하지만 '세계를 몰래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소문일 뿐이에요. 옛날에 힘이 셌던 것과, 지금 세상을 조종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까요. 한때 왕들에게 돈을 빌려주던 가문이 지금은 여러 금융 회사 중 하나를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이 되었다는 것, 이 정도만 기억해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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