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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약 25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대인만 모여 살도록 정해진 아주 좁은 골목이 있었어요. 담으로 둘러막힌 그 길 한쪽에서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라는 사람이 작은 가게를 열었어요. 1744년에 태어난 그는 처음엔 낡은 옛날 동전이나 골동품을 사고파는 일을 했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돈을 바꿔 주고, 맡아 주고, 빌려주는 일까지 하게 됩니다. 오늘날로 치면 동네 환전소가 작은 은행으로 자란 셈이에요.
여기까지는 흔한 이야기예요. 진짜 특별한 일은 그가 아들 다섯을 어떻게 썼느냐에서 시작됩니다.

마이어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어요. 보통 부모라면 다섯을 한곳에 모아 가게를 함께 보겠죠. 그런데 그는 아들들을 유럽의 서로 다른 큰 도시로 한 명씩 보냅니다. 큰아들은 고향 프랑크푸르트에 남고, 나머지는 오스트리아의 빈, 영국의 런던, 이탈리아의 나폴리, 프랑스의 파리로 갔어요.
다섯 도시, 다섯 나라. 이게 바로 '5개국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거예요. 비유하자면 한 가게가 다섯 나라에 동시에 지점을 낸 것과 같아요. 그런데 지점장이 남이 아니라 모두 형제예요. 서로 속일 일이 없고, 한 명이 알아낸 소식은 곧 다섯 명 모두의 소식이 되죠.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멀리 떨어진 도시 사이에서 가장 빠른 건 사람이 직접 나르는 편지였어요. 로스차일드 형제들은 자기들만의 심부름꾼과 빠른 배, 심지어 전령 비둘기까지 써서 도시 사이로 소식을 부지런히 날랐어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돈의 세계에서는 '누가 먼저 아느냐'가 곧 힘이거든요.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터졌는지, 곡식값이 올랐는지, 왕이 바뀌었는지를 남보다 하루만 먼저 알아도 손해를 피하고 이익을 잡을 수 있어요. 다섯 도시에 흩어진 형제들은 유럽에서 가장 빠르고 촘촘한 소식망을 가진 셈이었죠. 친구들 다섯이 각자 다른 동네에 살면서 단톡방 하나로 동네 소식을 실시간으로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면 비슷해요.

이제 이 가문이 무엇으로 그렇게 커졌는지 봐요. 답은 '국채'에 있어요.
국채라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속은 단순해요. 나라도 가끔 가진 돈보다 더 큰돈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라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약속해요. "지금 나에게 돈을 빌려주면, 몇 년 뒤에 이자를 얹어 돌려줄게." 이 약속을 적은 종이가 국채예요. 친구에게 돈을 빌리며 "다음 달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게" 하고 적어 준 차용증과 똑같아요. 빌리는 쪽이 친구가 아니라 나라일 뿐이죠.
나라가 갚지 못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종이를 비교적 안전한 약속으로 여기고 기꺼이 사요. 로스차일드 가문은 바로 이 종이를 다루는 일의 한가운데로 들어갑니다.

나라가 가장 급하게, 가장 큰돈이 필요할 때가 언제일까요? 바로 전쟁이에요. 군인에게 월급을 주고, 무기를 사고, 먼 곳까지 식량을 나르려면 평소와 비교가 안 되는 돈이 들어요.
200여 년 전 유럽이 나폴레옹과 오래 싸우던 시절, 런던에 있던 셋째 아들 네이선이 솜씨를 보여요. 영국이 멀리 떨어진 전쟁터의 군대에 돈을 보내야 했는데, 그 큰 금화를 안전하게 옮기는 일 자체가 큰 숙제였어요. 네이선은 형제들의 다섯 도시 연결망을 이용해 여러 나라를 거쳐 군대에 자금을 대 줬어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림없는 일을, 다섯 형제가 나눠 맡으니 해낸 거예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나라들은 빚을 갚고 나라 살림을 꾸리느라 계속 큰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여러 나라가 로스차일드 가문을 찾아와 국채를 맡깁니다.
여기서 다섯 도시 연결망이 다시 빛을 내요. 한 나라가 큰돈을 빌리고 싶을 때, 그 나라 안에서만 빌리면 모을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로스차일드는 빈, 런던, 파리 같은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그 국채를 잘게 나눠 팔 수 있었어요. 큰 빵 하나를 한 동네에서만 팔면 다 못 팔지만, 다섯 동네에 나눠 내놓으면 금세 팔리는 것과 같죠. 그래서 다른 은행은 엄두도 못 낼 큰 자금을 이 가문은 척척 모아 줬어요.
이렇게 여러 나라의 빚을 다루다 보니, 가문은 왕과 정부가 돈 문제로 가장 먼저 찾는 상대가 되었어요. 돈을 쥔 쪽이 자연스레 큰 목소리를 얻게 된 거예요. 다만 이들이 나라 살림을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식의 이야기는 부풀려진 부분이 많아요. 확실한 건, 이들이 나라의 돈줄을 잇는 중요한 다리 노릇을 오래 했다는 사실이에요.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은 마법이 아니라 단순한 두 가지에서 나왔어요. 첫째, 아들 다섯을 유럽 다섯 도시에 흩어 보내 서로 믿고 소식을 나누는 연결망을 만든 것. 둘째, 나라가 큰돈이 필요할 때 적어 주는 약속 종이인 국채를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사고팔며 다리를 놓은 것이에요. 정보가 빠르고, 자금을 모으는 그물이 넓으면 작은 환전소도 나라를 상대하는 금융 가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다음에 '국채'라는 말을 들으면, 나라가 적어 준 한 장의 차용증과 그 종이를 유럽 전체에 나눠 팔던 다섯 형제를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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