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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전쟁 하면 칼과 대포, 용감한 병사가 먼저 떠오르죠. 그런데 옛날 유럽의 왕들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늘 같은 고민을 했어요. "이걸 치를 돈이 어디 있지?" 병사 한 명에게 밥을 먹이고 신발을 신기고 월급을 주는 데만도 큰돈이 들거든요. 군대가 10만 명이면, 매일 10만 명분 식비가 빠져나가는 셈이에요. 그래서 진짜 힘은 칼을 든 사람이 아니라, 그 칼값을 대 주는 사람한테 있었어요. 오늘 이야기할 로스차일드 가문이 바로 그 칼값을 대 준 사람들이에요.

이야기는 1700년대 중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좁은 유대인 거리에서 시작해요.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라는 사람이 여기서 작은 가게를 열었어요. 처음 한 일은 거창하지 않았어요. 옛날 동전이나 외국 동전을 사고파는, 요즘으로 치면 환전소 겸 골동품 가게 같은 곳이었죠.
그런데 이 사람은 돈을 다루는 감각이 남달랐어요. 동전을 모으다 보니 돈 많은 귀족들과 연이 닿았고, 그들의 재산을 맡아 관리해 주기 시작했어요. 남의 돈을 안전하게 굴려 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예요. 작은 환전소가 점점 믿고 돈을 맡기는 곳으로 커진 거죠.

마이어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어요. 보통은 가업을 한곳에서 같이 잇잖아요? 그런데 그는 아들들을 유럽의 다섯 큰 도시로 흩어 보냈어요. 첫째는 프랑크푸르트에 남고, 나머지는 각각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이탈리아 나폴리, 프랑스 파리로 갔죠.
이건 마치 형제가 다섯 도시에 같은 가게의 지점을 하나씩 낸 것과 같아요. 그런데 보통 지점과 달랐어요. 형제끼리는 서로 완전히 믿으니까, 런던 지점이 "여기 급히 돈이 필요해"라고 편지를 보내면 파리 지점이 두말없이 보내 줬거든요. 나라가 다섯 개여도 한 가족이라 한 몸처럼 움직인 거예요. 국경을 넘어 돈을 옮기는 일이, 이때만큼은 친척끼리 용돈 부치는 일처럼 쉬워졌어요.

마침 그 무렵 유럽은 나폴레옹 때문에 발칵 뒤집혀 있었어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군대를 몰고 유럽 곳곳을 점령하던 시기였죠. 그를 막으려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쳤는데, 문제는 역시 돈이었어요.
영국은 자기 군대뿐 아니라 동맹국 군대 비용까지 대야 했어요. 그런데 군대는 멀리 유럽 본토에 있고, 그곳에서는 영국 돈이 그대로 통하지 않았어요. 금화로 바꿔서 전쟁터까지 무사히 날라야 했죠. 이 어려운 심부름을 런던의 셋째 아들 네이선이 맡았어요. 형제들의 다섯 도시 연결망을 이용해, 영국의 돈을 유럽 곳곳에서 금으로 바꾸고 전쟁터의 군대에 닿게 했어요. 군대의 돈줄을 책임진 거예요.

여기서 로스차일드가 키운 진짜 큰 사업이 국채예요. 국채는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나라가 쓰는 차용증이에요. 나라가 "지금 돈이 급하니 빌려주세요, 나중에 이자 붙여 갚을게요" 하고 써 주는 종이죠.
로스차일드 형제는 이 차용증을 한 나라 안에서만 팔지 않았어요. 런던에서 사 둔 차용증을 파리나 빈에 있는 형제가 그곳 사람들에게 되팔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나라들은 전보다 훨씬 쉽게,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어요. 왕들은 급할 때 로스차일드를 찾았고, 그렇게 이 가문은 유럽 여러 나라의 돈줄을 동시에 쥔 거예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빌리는 사람한테 늘 한마디 할 힘이 생기죠.

로스차일드 하면 따라붙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진 날, 네이선이 그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알고 한몫 크게 챙겼다는 거죠. 실제로 이 가문은 빠른 전령과 배편을 갖춰서 소식을 남보다 며칠 앞서 듣곤 했어요. 정보가 곧 돈이던 시절에 이건 큰 무기였죠.
다만 그날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식의 극적인 이야기는 후대에 부풀려진 부분이 많아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요. 분명한 건, 이들이 남보다 빠른 정보망과 다섯 도시의 연결망을 가졌다는 사실이고, 소문은 그 위에 얹힌 양념인 셈이에요.

로스차일드 가문은 프랑크푸르트의 작은 환전 가게에서 시작해, 아들 다섯을 다섯 도시로 보내 국경을 넘는 돈줄을 만든 집안이에요.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큰 혼란기에 군대의 비용을 나르고 나라에 돈을 빌려주면서, 칼이 아니라 돈으로 유럽을 움직이는 힘을 쥐었죠. 전쟁의 승패는 전쟁터에서만 갈리는 게 아니라, 그 뒤에서 누가 돈을 대느냐로도 갈린다는 것. 이 가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한 가지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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