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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부터 약 28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덴가세'라고 불리던 좁고 긴 골목이 있었어요. 유대인은 이 거리 안에서만 모여 살라고 나라가 정해 둔 곳이었죠. 양쪽이 담으로 막혀 있고, 밤이 되면 골목 문이 철컥 잠겼어요. 해가 지면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동네라고 생각하면 돼요. 땅을 살 수도 없었고, 일 년에 결혼할 수 있는 집안 수까지 정해져 있었답니다. 1744년, 바로 이 답답한 골목에서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라는 아이가 태어났어요. 훗날 유럽에서 가장 돈 많은 가문을 세우는 사람인데, 출발점은 이렇게 작고 닫힌 골목이었어요.

마이어는 열두 살쯤 부모님을 잃고, 친척의 도움으로 멀리 떨어진 은행에 가서 일을 배웠어요. 거기서 익힌 게 바로 '돈을 다루는 법'이었죠. 고향에 돌아온 그는 좀 특이한 장사를 시작해요. 오래된 옛날 동전을 모아서 파는 일이었어요. 요즘으로 치면 희귀한 우표나 한정판 카드를 수집해 거래하는 가게 주인 같은 거예요. 그런데 이 동전 장사에는 숨은 힘이 있었어요. 옛날 동전을 좋아하고 사 모으는 사람 중에는 돈 많은 귀족과 영주가 유난히 많았거든요. 마이어는 동전을 팔면서 평소라면 만나기도 어려운 귀한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 손님들 가운데 헤센이라는 지역을 다스리던 빌헬름이라는 영주가 있었어요. 이 영주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부자였죠. 마이어는 처음엔 귀한 동전을 좋은 값에 구해다 주며 눈도장을 찍었어요. 그렇게 몇 년 신뢰를 쌓자, 나중에는 영주의 돈 심부름과 돈 관리까지 맡게 됐어요. 남의 통장을 대신 관리해 주는 믿음직한 집사가 된 셈이에요. 이건 굉장한 기회였어요. 큰 부자의 돈을 맡아 본다는 건, 그 돈을 잠시 굴려서 이자를 버는 기회까지 함께 얻는다는 뜻이니까요. 골목 안 동전 가게가 어느새 영주의 돈줄과 이어진 거예요.

마이어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어요. 그는 아들들을 한곳에 모아 두지 않고, 유럽의 큰 도시 다섯 군데로 한 명씩 내보냈어요. 첫째는 고향 프랑크푸르트에 남기고, 나머지는 각각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이탈리아 나폴리, 프랑스 파리로 보냈죠. 왜 그랬을까요? 한 가족이 다섯 나라에 흩어져 있으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느 나라에 돈이 필요한지, 어디서 값이 오르고 내리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었거든요.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믿을 수 있는 형제끼리 정보를 나누는 건 엄청난 무기였어요. 다섯 형제는 빠른 말과 전령을 통해 쉴 새 없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치 한 팀처럼 움직였어요. 뒷날 이 가문은 화살 다섯 개를 한데 묶은 그림을 상징으로 삼는데, 흩어지지 말고 다섯이 뭉치라는 아버지의 뜻이 담겼다고 해요.

다섯 도시에 자리 잡은 로스차일드 가문은 곧 한 단계 더 큰 일을 해요. 바로 '나라'를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일이었어요. 옛날 나라들은 전쟁을 자주 했는데, 전쟁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요. 군인 월급, 무기, 식량이 전부 돈이니까요. 나라가 당장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할까요? 빌려야죠. 이때 다섯 나라에 동시에 돈줄을 가진 로스차일드 가문이 "우리가 빌려드릴게요" 하고 나선 거예요. 나라가 갚겠다고 약속하며 빌리는 이 증서를 '국채'라고 불러요. 특히 런던에 자리 잡은 셋째 아들은 영국이 큰 전쟁을 치르던 시기에 막대한 전쟁 자금을 대 주면서 이름을 크게 떨쳤어요. 이렇게 가문은 유럽 여러 나라의 살림과 깊이 얽히게 됐죠.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 이야기의 핵심은 뜻밖에 단순해요. 밤이면 문이 잠기던 골목에서 헌 동전을 팔던 사람이, 귀한 손님과 차근차근 신뢰를 쌓고, 다섯 아들을 다섯 도시에 심어 정보와 돈을 하나로 연결했다는 거예요. 대단한 마법이 있었던 게 아니라, 믿음과 연결망을 한 칸씩 쌓아 올린 결과였죠. 마이어는 1812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깔아 둔 이 다섯 갈래의 길 위에서 한 가문의 이름이 19세기 유럽 금융의 한복판에 서게 됐어요. 다음에 '국채'나 '은행'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프랑크푸르트 좁은 골목에서 시작된 이 다섯 형제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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