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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 노인이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동전을 하나씩 건넵니다. 받은 아이는 신이 나서 뛰어가고요. 다정한 동네 할아버지처럼 보이죠.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사실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재산 10억 달러를 넘긴 사람, 존 데이비슨 록펠러였다면 어떨까요.
같은 시기에 그를 부르는 다른 이름도 있었어요. 미국 석유 시장을 거의 혼자 틀어쥔 '문어발 독점왕'. 누군가에게는 동전을 쥐여 주는 자상한 노인이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가게들을 짓밟고 올라선 무서운 사업가였던 거예요. 록펠러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두 얼굴이 한 사람 안에 같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록펠러는 1839년에 태어나 스무 살 무렵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그가 손을 댄 건 석유였죠. 당시 석유는 주로 등불을 켜는 기름으로 쓰였는데, 전기가 흔해지기 전이라 집집마다 꼭 필요한 물건이었어요.
그는 1870년에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기름을 정제하는 공장들을 하나둘 사들이기 시작했어요. 값을 후려쳐 경쟁자를 지치게 한 뒤 회사를 통째로 사 버리는 식이었죠. 이렇게 모으고 모으다 보니, 한때 미국에서 정제되는 석유의 열 통 가운데 아홉 통가량이 그의 손을 거쳐 갔어요. 시장에 가게가 하나밖에 없으면 그 주인이 값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겠죠. 이런 상태를 '독점'이라고 불러요. 록펠러는 바로 그 독점으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됐고요.
너무 커지자 결국 1911년에 미국 대법원이 "한 회사가 시장을 이렇게 다 가지면 안 된다"며 스탠더드 오일을 서른 개가 넘는 회사로 쪼개 버렸어요. 그런데 재밌게도, 쪼개진 회사들의 주식을 록펠러가 나눠 가지고 있던 터라 그의 재산은 오히려 더 불어났답니다.

자, 한 사람이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돈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할까요. 록펠러는 어릴 때부터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버는 돈의 일부를 늘 남에게 나눠 주는 습관이 있었어요. 첫 월급을 받은 십 대 시절부터요.
그런데 부자가 너무 큰 부자가 되니, 동전 몇 닢 나눠 주는 걸로는 감당이 안 됐어요. 도와 달라는 편지가 매일 수백 통씩 쏟아졌거든요. 한 사람이 일일이 읽고 판단하기엔 불가능한 양이었죠. 그래서 그는 프레더릭 게이츠라는 똑똑한 조언자를 곁에 두고 고민했어요. "돈을 그냥 뿌리는 게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뿌리째 뽑는 데 쓰면 어떨까?"
이 생각이 중요해요. 배고픈 사람에게 빵 하나를 주는 것도 좋지만, 아예 빵을 잘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모두에게 나누면 훨씬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잖아요. 록펠러의 자선은 점점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 갔어요.

그래서 1913년에 만든 것이 바로 록펠러 재단이에요. 재단이라는 건 쉽게 말해 '돈을 모아 두고 좋은 일에만 쓰도록 정해 놓은 큰 금고'예요. 한 사람이 마음 내키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규칙과 전문가를 두고 오래오래 세상을 돕도록 만든 장치죠. 재단이 내건 목표도 거창했어요. "전 세계 인류의 행복을 늘린다."
말만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당시 미국 남부에는 사람들의 기운을 쪽쪽 빼앗는 십이지장충이라는 기생충 병이 퍼져 있었는데, 록펠러 쪽에서 돈을 대 화장실을 고치고 약을 나눠 주며 이 병을 크게 줄였어요. 또 모기가 옮기는 황열병 같은 무서운 전염병을 연구하고, 여러 나라에 의학 학교를 세우는 일에도 돈을 쏟았죠.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병은 과학으로 예방하고 고친다'는 생각이 퍼지는 데 이 재단이 큰 몫을 했어요. 록펠러는 평생 5억 달러가 넘는 돈을 이렇게 내놓았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아요. 작은 회사들을 무너뜨리며 돈을 모은 사람이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한다면, 우리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 불러야 할까요.
실제로 록펠러가 한창 재단을 키우던 1914년, 그가 큰돈을 댄 콜로라도의 광산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다 충돌이 벌어졌고, 여자와 아이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있었어요. 좋은 일을 하는 손과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손이 같은 사람의 것이었던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두고 의견이 갈려요. 어떤 이는 "빼앗은 걸 돌려준 위선"이라 하고, 어떤 이는 "방법은 거칠었어도 결과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해요. 둘 다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사람은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해지지 않으니까요.

록펠러는 석유를 거의 독점해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고, 동시에 그 돈으로 1913년에 록펠러 재단을 세워 병을 막고 학교를 세운 사람이에요. 한 손으로는 시장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돈을 나눈,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죠. 그의 이야기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와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한 묶음의 질문이라는 걸 보여 줘요. 다음에 큰 부자의 기부 소식을 들으면, 박수를 치기 전에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도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될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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