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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매년 봄이면 노르웨이에서 수학자 한 명에게 큰 상을 줘요. 이름은 아벨상이고, 흔히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려요.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어서, 2003년부터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만든 상이에요. 2025년, 이 상이 일본 교토에 사는 한 수학자에게 갔어요. 가시와라 마사키. 일본 사람으로는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그가 평생 매달린 게 뭐냐고 물으면 설명이 쉽지 않아요. "미분방정식을 안 풀고 연구했다"는 말부터 나오거든요. 안 푸는데 연구를 한다니, 무슨 말일까요.

요리책을 떠올려 봐요. 보통은 책에 적힌 대로 재료를 넣고 끓여서 요리를 완성해요. 이게 '방정식을 푸는' 일에 가까워요. 답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거죠. 그런데 어떤 요리책은 너무 복잡해서 끝까지 따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가시와라가 택한 길은 달랐어요. 요리를 만드는 대신, 요리책 자체를 하나의 '물건'으로 보고 그 구조를 들여다본 거예요. 이 요리법은 몇 단계인지, 어떤 재료끼리 묶이는지, 비슷한 요리책끼리 어떻게 닮았는지요. 답을 직접 안 만들어도, 책의 생김새만으로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수학에서 '미분방정식'은 변화를 다루는 식이에요. 물이 식는 속도, 공이 떨어지는 길 같은 걸 적은 식이죠. 가시와라는 이 식 하나하나를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만지고 분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꿨어요. 그렇게 만든 게 '디 모듈'이라는 도구예요.

수학에는 크게 두 동네가 있어요. 하나는 '분석'이라는 동네예요. 끝없이 이어지는 변화와 곡선을 다뤄요. 다른 하나는 '대수'라는 동네인데, 기호를 규칙대로 더하고 곱하며 깔끔하게 계산해요. 두 동네는 쓰는 말이 달라서 오래 따로 놀았어요.
가시와라의 스승인 사토 미키오는 이 둘을 잇는 '대수해석학'이라는 다리를 놓기 시작했어요. 변화의 문제를, 기호를 다루는 깔끔한 계산으로 옮기는 거예요. 가시와라는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이 다리를 완성하는 데 큰 몫을 했어요. 1970년, 그러니까 스물세 살에 쓴 석사 논문이 그 출발점이었어요. 이 논문은 디 모듈 이론의 바탕이 됐는데, 일본어로 쓰여서 한참 동안 다른 나라 학자들은 전설처럼 소문만 들었다고 해요.

가시와라가 나중에 만든 또 하나의 도구는 '결정 기저'예요. 이름은 어렵지만 생각은 단순해요. 복잡하게 얽힌 대칭 구조를, 점과 화살표로 된 간단한 그림으로 줄이는 거예요.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려 봐요. 실제 도시의 길은 구불구불하고 복잡하지만, 노선도는 역을 점으로, 연결을 선으로 줄여서 한눈에 보이게 해요. 결정 기저도 비슷해요. 손대기 버거운 수학 구조에서 핵심 뼈대만 남겨, 셀 수 있고 그릴 수 있는 모양으로 바꿔 주죠. 덕분에 어렵던 계산이 그림 따라가기처럼 쉬워졌어요. 물리학에서 입자의 대칭을 다룰 때도 이 아이디어가 쓰여요.

당장 우리 생활을 바꾸는 발명은 아니에요. 하지만 수학에서는 '도구'를 만든 사람이 오래 기억돼요. 좋은 도구 하나가 생기면, 뒤따르는 수많은 학자가 그걸로 풀지 못하던 문제를 풀거든요. 가시와라가 만든 디 모듈과 결정 기저는, 지금도 전 세계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즐겨 꺼내 쓰는 연장이에요. 5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사람이, 그 우물에서 모두가 길어 쓰는 샘을 찾아낸 셈이에요.

가시와라 마사키는 미분방정식을 직접 풀기보다, 그 식 자체를 만지고 분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꿔 본 사람이에요. 그가 만든 디 모듈은 분석과 대수라는 두 동네를 잇는 다리가 됐고, 결정 기저는 복잡한 구조를 지하철 노선도처럼 단순한 뼈대로 줄여 줬어요. 당장 눈에 보이는 발명은 아니지만, 남들이 두고두고 쓰는 연장을 만든 공으로 2025년 아벨상을 받았어요. 어려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대신, 풀 수 있는 모양으로 바꿔 놓는 것. 그게 이 수학자가 평생 해 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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