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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먼저 작은 장면을 하나 그려 볼게요. 차가운 통 안에, 손톱보다도 작은 전기 회로 하나가 들어 있어요. 어찌나 차가운지 우주 공간보다 더 추운, 영하 273도에 가까운 곳이에요. 연구자들이 이 회로를 가만히 지켜보는데, 가둬 둔 전기가 어느 순간 마치 잠긴 방을 빠져나가듯 슬쩍 사라져 버려요. 문을 연 적도, 벽을 부순 적도 없는데 말이죠. 1980년대 중반, 미국 버클리의 한 실험실에서 존 클라크라는 물리학자와 두 동료가 본 장면이 바로 이거예요. 그리고 이 이상한 일이 2025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어요.

이게 무슨 마술인지 알려면 '양자 터널링'이라는 말을 먼저 그림으로 그려야 해요. 골짜기 바닥에 공이 하나 놓여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이 골짜기를 빠져나가려면 양옆의 언덕을 굴러 넘어야 하죠. 힘이 모자라면 절대 못 넘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그래요. 그런데 아주 작은 세계, 그러니까 전자 같은 알갱이들의 세계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공이 언덕을 넘을 힘이 없는데도, 어느 순간 언덕 반대편에 툭 나타나는 거예요. 언덕을 '뚫고' 지나간 것처럼요. 이걸 터널링이라고 불러요. 벽을 부수지 않고 벽을 통과하는 유령 같은 일이죠.

여기까지는 사실 100년 전부터 알던 이야기예요. 다만 그 마술은 전자 하나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알갱이만 부리는 재주였어요. 너무 작아서 '저 멀리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졌죠. 존 클라크와 동료들이 놀라웠던 건, 이 마술을 눈에 보일 만큼 큰 것이 해내게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그들이 다룬 건 전자 하나가 아니라, 수십억 개의 전자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회로 전체였어요. 마치 한 사람이 살짝 사라지는 게 아니라, 손을 맞잡은 사람 수십억 명이 동시에 벽을 통과한 셈이죠. 이렇게 큰 것이 양자 마술을 부리는 걸 '거시적 양자 터널링'이라고 불러요. '거시적'은 그냥 '우리 눈으로 가늠할 만큼 크다'는 뜻이에요.

어떻게 수십억 개의 전자가 한 몸처럼 움직일까요? 비밀은 '초전도'에 있어요. 보통 전선에서는 전자들이 서로 부딪히고 흩어지면서 열을 내요. 전구가 따뜻해지는 게 그 때문이죠. 그런데 금속을 아주 차갑게 식히면, 어느 순간 전자들이 부딪힘을 멈추고 한 줄로 발맞춰 행진하기 시작해요.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이 상태를 초전도라고 해요. 이렇게 발맞춘 전자 무리는 마치 한 명의 무용수처럼 행동해서, 통째로 양자 세계의 규칙을 따를 수 있게 돼요. 클라크 팀은 이 초전도 회로 가운데에 아주 얇은 틈을 하나 두었어요. 이 틈이 바로 공 앞에 놓인 '언덕'이고, 전자 무리는 이 언덕을 터널링으로 넘었던 거예요.

클라크 팀이 보여 준 신기한 일이 하나 더 있어요. 이 회로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아무 값이나 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몇 칸으로만 딱딱 나뉘어 있었던 거예요. 미끄럼틀처럼 어디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 계단처럼 한 칸, 두 칸 정해진 높이에서만 설 수 있었죠. 이렇게 에너지가 계단처럼 나뉘는 걸 '에너지 양자화'라고 해요. 원래 이건 원자 속 전자에서나 보던 일인데, 손톱만 한 회로가 똑같이 행동한 거예요. 회로가 진짜 하나의 거대한 양자 알갱이처럼 군 셈이죠.

그냥 신기한 구경거리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회로가 통째로 양자 알갱이처럼 굴 수 있다는 건, 우리가 그 회로를 손으로 만들고 다룰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전자 하나는 너무 작아서 마음대로 못 만지지만, 칩 위의 회로는 설계하고 깎아서 붙일 수 있으니까요. 오늘날 구글이나 IBM이 만드는 양자컴퓨터의 심장에는 바로 이 초전도 회로가 들어 있어요. 클라크와 동료들이 1980년대에 본 그 작은 마술이, 지금 양자컴퓨터의 기초가 된 거예요. 노벨상이 40년 가까이 지나 찾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당장은 신기하기만 했던 실험이, 시간이 지나 새로운 기술의 출발점이 되었으니까요.

존 클라크와 두 동료는 작은 알갱이만 부리던 양자 마술을, 손톱만 한 초전도 회로 전체가 부리게 만들었어요. 가둔 전기가 언덕을 넘지 않고 벽을 통과하듯 빠져나가고, 회로의 에너지가 계단처럼 정해진 칸으로만 나뉘는 걸 직접 보여 줬죠. 작아서 먼 세상 이야기 같던 양자 세계를, 사람이 만들고 만질 수 있는 크기로 끌어온 셈이에요. 그래서 이 발견은 오늘날 양자컴퓨터의 출발점이 되었고, 2025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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