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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동네에 텅 빈 땅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돈만 있으면 거기에 50층 아파트를 세우든, 시끄러운 공장을 짓든 마음대로일 것 같죠.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그 땅에 무엇을 지을 수 있는지는 이미 나라가 정해 둔 '역할'에 따라 정해져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를 한 칸도 빠짐없이 살펴보고, 이 땅은 사람 사는 동네, 저 땅은 농사짓는 곳, 이런 식으로 쓰임새를 미리 나눠 두었어요. 이 큰 틀을 정한 법이 바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고요. 그 안에서 땅의 쓰임을 정하는 세 가지 도구가 용도지역, 용도지구, 용도구역이에요.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역할은 분명히 달라요.

용도지역은 땅의 '기본 신분증'이라고 보면 돼요. 우리나라 모든 땅은 빠짐없이 딱 하나의 용도지역을 가져요. 두 개를 겹쳐서 받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땅도 없어요. 사람으로 치면 누구나 주민등록번호를 하나씩 가진 것과 같아요.
크게 네 종류로 나뉘어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지역, 도시 주변에서 관리가 필요한 관리지역, 농사와 산림을 위한 농림지역, 그리고 자연을 그대로 지키는 자연환경보전지역이에요. 도시지역은 다시 집을 짓는 주거지역, 가게가 모이는 상업지역, 공장이 들어서는 공업지역, 숲과 공원으로 남기는 녹지지역으로 갈라져요.
이 신분증이 중요한 이유는, 땅에 건물을 얼마나 넓게 그리고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는지를 정하기 때문이에요. 땅 넓이에서 건물 바닥이 차지하는 비율을 건폐율, 땅 넓이 대비 모든 층 바닥을 합한 비율을 용적률이라고 하는데요. 상업지역은 이 숫자가 커서 높은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녹지지역은 작아서 띄엄띄엄 낮게만 지을 수 있어요.

그런데 신분증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어요. 같은 주거지역이라도 어떤 곳은 경치가 너무 좋아서 함부로 가리면 안 되고, 어떤 곳은 오래된 한옥이 많아 지켜야 하죠. 이럴 때 기본 신분증 위에 덧붙이는 '특기 딱지'가 용도지구예요.
용도지구는 용도지역을 더 세밀하게 다듬거나 보완하려고 추가로 정해요. 그래서 모든 땅에 다 있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만 붙고요. 한 땅에 두세 개가 겹쳐 붙을 수도 있어요. 경치를 지키는 경관지구, 건물 높이를 누르는 고도지구, 불이 번지지 않게 막는 방화지구, 문화재나 시설을 지키는 보호지구처럼 종류가 많아요.
핵심은 용도지구가 기본 규칙을 덮어쓰는 게 아니라, 위에 한 겹 더 얹어서 조건을 더한다는 거예요. 옷으로 치면 용도지역이 누구나 입는 기본 옷이라면, 용도지구는 그 위에 상황에 맞게 걸치는 외투나 모자 같은 거죠.

마지막 용도구역은 성격이 조금 달라요. 앞의 둘이 '여기엔 이런 걸 지어라'에 가깝다면, 용도구역은 '여기는 함부로 손대지 마라'에 가까워요. 도시가 무질서하게 사방으로 퍼지거나, 꼭 지켜야 할 곳이 망가지는 걸 막으려고 큰 울타리를 둘러치는 셈이에요.
가장 유명한 게 개발제한구역, 흔히 그린벨트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도시 바깥에 띠처럼 둘러서, 그 안에서는 새 건물을 짓지 못하게 막아 도시가 끝없이 커지는 걸 눌러요. 그 밖에도 개발 속도를 잠시 멈추는 시가화조정구역, 도시 안 자연을 공원으로 지키는 도시자연공원구역, 바닷속 물고기 자원을 보호하는 수산자원보호구역 같은 것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용도구역은 무엇을 짓느냐보다 '행동 자체를 통제'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어요. 운동장에 줄을 그어 '이 선 밖으로 나가지 마' 하고 정해 두는 것과 비슷해요.

이제 한 땅을 예로 합쳐 볼게요. 어떤 땅이 용도지역으로는 주거지역이라 집을 지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위에 경관지구라는 용도지구가 붙어서 '경치를 가리지 않게 낮게 지어라'라는 조건이 더해질 수 있고요. 동시에 그 동네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용도구역 안에 들어 있으면, 아예 새 건물을 짓는 일 자체가 막힐 수도 있어요.
이렇게 세 가지가 한 땅에 동시에 작용할 수 있어요. 용도지역이 바탕을 깔고, 용도지구가 그 위에 조건을 더하고, 용도구역이 큰 틀에서 행동을 제한하는 식이죠.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이 셋을 자꾸 묻는 이유도, 땅값과 거래 가능성이 결국 이 조합에 달려 있기 때문이에요.

세 단어를 한 문장으로 묶어 기억해 두면 좋아요. 용도지역은 모든 땅이 하나씩 가지는 기본 신분증이고, 용도지구는 그 위에 필요한 곳에만 덧붙는 특기 딱지이며, 용도구역은 함부로 못 건드리게 둘러친 울타리예요. 바탕을 깔고, 조건을 더하고, 행동을 막는다는 흐름으로 떠올리면, 비슷해 보이던 세 이름이 또렷하게 구분돼요. 다음에 빈 땅을 볼 때, 저 땅은 어떤 역할을 받았을까 한번 떠올려 보면 이 법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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