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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포스터 하나, 발표 자료 한 장을 만들려고 했을 뿐인데 화면 앞에서 손이 멈출 때가 있어요.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글자는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색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부터 막히죠. 디자인을 못해서라기보다, 도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순간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 도구의 진입장벽은 아주 단순해요. 결과물을 만들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하는 사용법, 비용, 그리고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의 벽이에요. 마치 간단한 사진을 걸고 싶은데, 벽에 못 하나 박기 전에 전문 공구 사용법부터 익혀야 하는 상황과 비슷해요.
멜라니 퍼킨스는 캔바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소개되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성공한 CEO의 약력으로 보면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 쉬워요. 퍼킨스의 창업 서사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누가 성공했나”보다 “무엇이 그렇게 불편했나”에 가까워요.
퍼킨스는 대학 시절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며 초보자가 기본 작업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문제를 보았다고 설명돼요. 이 이야기는 창업 배경으로 전해지는 문제 인식으로 조심해서 읽어야 해요. 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요. 디자인 도구가 처음 쓰는 사람에게 너무 멀리 있다는 감각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에 놓여 있다는 점이에요.
창업팀도 당시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많은 사람에게 복잡하고 비싸다는 문제를 보았다고 설명했어요. 복잡하다는 것은 기능이 많다는 뜻만은 아니에요. 원하는 결과물은 간단한데,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까지 거쳐야 할 버튼과 개념이 너무 많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문제는 “사람들이 디자인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도구가 너무 전문가 쪽에 맞춰져 있으면, 만들고 싶은 사람도 시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예요. 온라인 디자인 도구라는 방향은 여기서 중요해져요. 설치형 전문 소프트웨어를 오래 배워야만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웹에서 바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캔바 이야기는 결국 이 막막함에서 출발해요. 디자인을 하고 싶은 사람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첫걸음을 떼기 전에 도구 앞에서 멈춰 섰다는 문제였어요. 퍼킨스가 바꾸려 한 문턱도 바로 그 지점에 있었어요.

디자인을 쉽게 만든다는 말은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구체적인 불편에서 시작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학교 졸업앨범을 만드는 장면이에요. 사진을 고르고, 문구를 넣고, 페이지마다 레이아웃을 맞춰야 하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이 꼭 전문 디자이너인 것은 아니죠.
캔바가 나오기 전, 멜라니 퍼킨스와 클리프 오브레히트는 퓨전 북스라는 서비스를 운영했어요. 퓨전 북스는 학교 졸업앨범 제작을 쉽게 하도록 돕던 온라인 디자인 도구였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졸업앨범”이 작아 보이는 시장이라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 어려운 순간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었다는 거예요.
개념 검증은 더 큰 사업으로 가기 전에, 사람들이 정말 그 문제를 겪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빵집을 크게 열기 전에 작은 매대에서 사람들이 어떤 빵을 반복해서 사는지 보는 것과 비슷해요. 퓨전 북스는 퍼킨스에게 “사람들이 디자인을 쉽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실제 사용자 문제 속에서 확인하게 해준 사례로 설명돼요.
퍼킨스는 나중에 퓨전 북스를 운영하며 고객 요구에 집중한 경험이 캔바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했어요. 이 말은 꽤 중요해요. 좋은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완성한 뒤 세상에 던진 것이 아니라, 고객이 어디에서 막히고 무엇을 반복해서 필요로 하는지 보며 배웠다는 뜻이니까요.
이 과정은 부트스트랩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어요. 부트스트랩은 외부의 큰 투자에 기대기보다, 직접 사업을 운영하면서 배우고 버티는 방식을 말해요. 작은 배를 직접 몰아보면 바람의 방향과 물살을 몸으로 익히듯, 퓨전 북스는 디자인 도구를 더 쉽게 만들려면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캔바의 출발을 볼 때, 2013년에 공개된 플랫폼이라는 결과만 보면 이야기가 너무 갑자기 커져요. 캔바는 멜라니 퍼킨스, 클리프 오브레히트, 캐머런 애덤스가 공동창업자로 언급되는 서비스예요. 하지만 그 앞에는 졸업앨범이라는 좁은 문제를 붙잡고, 실제 사용자의 요구를 보며 가능성을 넓혀간 시간이 있었어요.
이 지점에서 퍼킨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핵심은 “큰 시장을 한 번에 맞혔다”가 아니라, 작은 디자인 문제를 오래 만지며 더 큰 도구의 가능성을 봤다는 데 있어요. 세계적인 디자인 플랫폼의 단서가 화려한 발표장이 아니라 졸업앨범 제작의 번거로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이야기의 재미예요.
캔바의 중요한 변화는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말로 단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더 정확히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느끼는 부담을 낮추려 한 사례에 가까워요. 빈 화면 앞에서 무엇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라 멈추는 사람에게, 먼저 고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셈이에요.
제품 접근성은 도구를 더 많은 사람이 시작하고 쓸 수 있게 문턱을 낮추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어려운 주방 기계를 처음 쓰는 사람에게 모든 부품 설명서부터 읽히는 대신, 자주 쓰는 버튼 몇 개를 앞에 꺼내두는 것과 비슷해요. 캔바는 전문 디자인 도구를 익히지 않은 사용자도 그래픽을 만들 수 있도록 단순한 온라인 디자인 경험을 제공하려 했어요.
여기서 단순하다는 말은 전문성을 없앤다는 뜻이 아니에요. 캔바는 전문 디자이너의 레이아웃을 더 많은 사용자가 활용하도록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도 도입했어요. 마켓플레이스는 쉽게 말해, 잘 만들어진 틀을 가진 사람과 그 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장터 같은 구조예요.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초보자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발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에요. 발표 자료, 포스터, 초대장 같은 결과물을 만들 때 좋은 배치와 균형을 먼저 빌려올 수 있으면, 사용자는 “디자인을 배워야 시작할 수 있다”에서 “만들면서 조금씩 고칠 수 있다”로 넘어가요. 문턱은 바로 그 첫걸음에서 낮아져요.
물론 이 이야기를 퍼킨스 혼자 모든 것을 해낸 천재담으로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돼요. 퍼킨스의 회고에 따르면 캔바 초기에는 투자자 빌 타이, 라스 라스무센, 그리고 공동창업자가 된 캐머런 애덤스와의 연결이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또 호주에 기반을 둔 점, 투자자 설득, 기술팀 확보 같은 장벽도 초기 과정에서 함께 언급돼요.
성장 수치도 배경으로는 의미가 있어요. 2018년 캔바는 4천만 달러 투자와 10억 달러 기업가치 평가를 발표했고, 퍼킨스는 디자인 수요가 다양한 직업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된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표현보다 더 기억할 만한 것은 캔바가 무엇의 문턱을 낮추려 했는가예요.
캔바는 자신들의 미션을 전 세계가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설명해요. 교육과 비영리 영역에서도 제품 접근성을 넓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해 왔고, 스스로를 오랫동안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다수의 사용자를 위한 도구로 설명해 왔어요. 그래서 멜라니 퍼킨스의 창업 이야기는 개인의 번뜩임보다, 디자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문제를 좁게 검증하고 넓게 제품화한 사례로 기억하는 편이 더 정확해요.
멜라니 퍼킨스의 창업 이야기는 한 사람의 번뜩이는 성공담이라기보다, 디자인의 문턱을 낮추는 문제를 좁게 검증하고 넓게 제품화한 사례로 남아요. 출발점에는 디자인 도구가 많은 사람에게 복잡하고 비싸게 느껴졌다는 문제 인식이 있었고, 퓨전 북스는 졸업앨범이라는 구체적인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과정으로 볼 수 있어요.
캔바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전문 도구를 오래 배운 사람만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감각을 흔들고, 더 많은 사람이 웹에서 바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보려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좋은 창업은 화려한 결과보다 “어떤 불편을 오래, 구체적으로 붙잡았는가”에서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생각이 남아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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