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리만은 처음부터 수학자가 되려고 대학에 간 사람이 아니었어요.
훗날 우주의 모양을 바꿔 놓을 사람인데, 출발점은 칠판이 아니라 목사의 집이었죠.
베른하르트 리만은 독일 브레젤렌츠의 가난한 목사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브레젤렌츠는 큰 도시가 아니라, 조용한 시골 마을에 가까운 곳이에요.
그 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미래는 하나였어요.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는 것.
오늘로 치면 이런 느낌이에요.
부모님은 “공무원 시험 준비가 제일 안정적이야”라고 말하는데, 아이는 밤마다 몰래 코딩 창을 켜는 상황이죠.
리만에게 그 몰래 켠 창이 수학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처음에 아버지의 뜻을 따라 괴팅겐 대학교로 가요.
괴팅겐 대학교는 당시 독일 학문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어요.
그곳에서 리만은 신학을 공부하러 들어갑니다.
신학은 종교와 성경, 하나님에 대해 배우는 공부예요.
하지만 그의 머리는 설교문보다 숫자와 도형 쪽으로 자꾸 기울어요.
이건 반항의 장면이 아니에요.
“아버지 말은 틀렸어”가 아니라, “내가 오래 붙잡고 있는 건 이쪽이야”에 가까워요.
결국 리만의 인생은 안정적인 길과 이상하게 눈이 가는 길 사이에서 갈라져요.
그 갈림길에서 그는 조용히 수학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목사가 될 사람으로 준비된 아이가, 나중에는 공간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되는 거예요.

리만의 가장 유명한 강연은 애초에 그가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주제에서 시작됐어요.
교수 자격을 얻기 위해 리만은 강연 주제 세 개를 냅니다.
그중 하나를 심사하는 사람이 골라야 했어요.
그 심사자가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였어요.
가우스는 독일 수학자예요.
당시 수학계에서 “저 사람이 인정하면 끝났다”에 가까운 최고 권위자였죠.
그런데 가우스가 고른 주제는 가장 어려운 쪽이었어요.
기하학의 기초에 관한 문제였죠.
기하학은 도형과 공간을 다루는 수학이에요.
쉽게 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모양의 판 위에 놓여 있는지 묻는 공부예요.
이 장면은 면접장에서 벌어진 일처럼 보일 수 있어요.
면접관이 제일 곤란한 질문을 골라요.
그런데 지원자가 그 질문에 답하다가 업계의 규칙 자체를 바꿔 버립니다.
가우스는 남을 쉽게 칭찬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리만이 그 앞에서 기하학을 말한다는 건, 단순한 발표가 아니었어요.
수학의 왕 앞에서 “공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이상합니다”라고 꺼내는 순간이었죠.
리만은 그 강연에서 안전한 답을 반복하지 않아요.
그는 질문 자체를 바꿔요.
“도형이 공간 안에 있다”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어떤 성질을 가질 수 있을까”로요.
그제야 무대가 열립니다.
시험처럼 보였던 자리가, 유클리드 이후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 된 거예요.

리만이 바꾼 것은 도형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간을 상상하는 방식이었어요.
우리는 보통 공간을 방바닥처럼 생각해요.
곧고, 평평하고, 자를 대면 선이 반듯하게 그어지는 곳으로요.
이 생각의 대표가 유클리드 기하학이에요.
유클리드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이고, 그의 기하학은 학교에서 배우는 삼각형과 평행선의 세계에 가까워요.
그런데 리만은 이렇게 문을 열어요.
공간이 꼭 평평해야 할까.
종이 지도만 보던 사람에게 지구본을 내미는 것과 비슷해요.
지도에서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직선을 긋는 게 쉬워 보여요.
하지만 실제 지구는 둥글고, 가장 가까운 길은 평면의 직선처럼 보이지 않죠.
1854년 리만은 기하학의 기초에 관한 강연에서 이 가능성을 넓혀요.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무대가 아닐 수 있어요.
공간 자체가 휘고, 늘어나고, 각 지점마다 다른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죠.
이때 중요한 말이 리만 기하학이에요.
리만 기하학은 휘어진 공간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수학의 언어예요.
평평한 책상 위의 도형만 보는 게 아니라, 구부러진 천 위의 길과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당대에는 이 생각이 아주 추상적으로 보였을 거예요.
당장 다리 놓는 데 쓰는 공식처럼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수십 년 뒤 이 수학은 뜻밖의 주인을 만나요.
그 주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이에요.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중력을 “힘이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이 휘어지는 것”으로 설명한 이론이에요.
무거운 공을 얇은 천 위에 올리면 천이 움푹 들어가죠.
그 주변의 작은 공은 그 움푹한 길을 따라 굴러갑니다.
리만의 수학은 바로 그 휘어진 천을 계산할 수 있게 해 줬어요.
그래서 리만의 강연은 늦게 터진 폭죽처럼 보여요.
그가 던진 질문은 한참 뒤에야 우주의 언어가 됩니다.
그때 사람들은 비로소 알게 돼요.
리만이 칠판 위에서 만진 건 선과 면이 아니라, 우리가 하늘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는 걸요.
리만이 남긴 가장 오래가는 질문은 두꺼운 책이 아니라 짧은 논문 속에 있었어요.
1859년, 리만은 소수에 관한 짧은 논문을 발표해요.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예요.
2, 3, 5, 7, 11 같은 숫자들이죠.
소수는 숫자의 원자처럼 보여요.
다른 수를 만드는 작은 재료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원자들은 이상하게 흩어져 있어요.
어떤 곳에는 가까이 붙어 있고, 어떤 곳에는 한참 안 보입니다.
리만이 붙잡은 질문은 이거예요.
소수는 정말 아무렇게나 흩어진 걸까.
아니면 우리 눈에만 어수선해 보이고, 깊은 곳에는 규칙이 있는 걸까.
그 짧은 논문 안에 훗날 리만 가설이라 불리는 문장이 들어갑니다.
리만 가설은 소수가 얼마나 규칙적으로 흩어져 있는지와 관련된 수학의 큰 난제예요.
쉽게 말하면, 숫자 세계의 숨은 박자를 찾는 문제에 가까워요.
어? 진짜 이상한 점은 여기예요.
방대한 책 한 권이 아니라 몇 쪽짜리 논문 속 질문이 160년 넘게 수학자들을 붙잡고 있어요.
짧은 메모 한 장이 전 세계 전문가들의 숙제로 남은 셈이죠.
오늘날 리만 가설은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예요.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 몇 개를 골라, 해결하면 큰 상금을 주겠다고 내건 곳이에요.
밀레니엄 문제는 그 목록에 오른 최고 난도의 문제들이고요.
하지만 리만 가설의 무게는 상금 때문만은 아니에요.
이 문제는 소수의 분포를 이해하는 문과 연결돼 있어요.
그 문이 열리면 숫자들이 흩어진 방식에 대해 우리가 훨씬 더 깊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리만은 두 번 이상하게 남아요.
한 번은 공간을 평평한 방바닥에서 휘어진 세계로 바꿔 놓은 사람으로.
또 한 번은 숫자 속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를 아직 닫히지 않은 문으로 남긴 사람으로요.
가난한 목사의 아들은 설교 대신 수학을 택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공간은 정말 우리가 보는 그대로일까, 숫자는 정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을까?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3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