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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전자 시대의 문을 연 사람은 무대 체질의 천재가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다들 큰소리로 회의할 때, 구석에서 조용히 로그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러다 모두가 포기한 문제를 말없이 고쳐놓는 사람.
존 바딘은 그런 쪽에 가까웠어요.
그는 위스콘신대에서 전기공학과 수학을 공부했어요.
전기공학은 전기가 어떻게 흐르고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우는 분야예요.
수학은 그 흐름을 숫자와 식으로 붙잡는 언어였고요.
그런데 바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프린스턴으로 가서 양자역학을 익혔습니다.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계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물리학이에요.
이건 공을 굴리는 법이 아니라, 안개 속에서 빛의 위치를 맞히는 일에 가까워요.
눈에 보이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자의 습관을 읽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바딘에게 전기는 단순한 선과 스위치가 아니었어요.
그가 나중에 벨 연구소로 간 건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상한 조합의 완성이었어요.
벨 연구소는 미국 통신회사 AT&T의 핵심 연구기관이었어요.
전화와 전기 신호의 미래를 붙잡으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바딘은 거기서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는 문제가 끝까지 풀리지 않을 때까지 앉아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더 무서웠습니다.
대단한 발명은 번쩍이는 발표장에서 태어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바딘의 진짜 힘은 회의실의 조용한 끄덕임에 있었어요.
그는 박수를 받기 전에 먼저 질문을 바꿀 줄 알았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천재 한 명의 작품이 아니라 불편한 협업의 결과였어요.
진공관은 옛날 전자기기의 뜨거운 전구 같은 부품이에요.
전기를 조절하고 신호를 키우지만, 크고 뜨겁고 잘 고장 났습니다.
오늘 스마트폰 안에 그런 전구가 수천 개 들어가야 한다면, 주머니가 아니라 여행가방이 필요했을 거예요.
1947년, 벨 연구소에서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가 그 낡은 전구를 밀어낼 길을 찾아냈어요.
그들이 만든 것이 트랜지스터입니다.
트랜지스터는 전기의 흐름을 작게 켜고 끄는 손톱만 한 문지기 같은 부품이에요.
어? 진짜 세상을 바꾼 발명이 이렇게 작은 부품 하나였냐고요.
맞아요.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 장비는 결국 그 작은 문지기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인 도시예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세 천재가 사이좋게 해냈다”가 아니에요.
세 사람은 성격도, 방식도 달랐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맞물리기도 했고, 부딪히기도 했어요.
바딘은 조용히 이론을 파고들었어요.
브래튼은 실험대 위에서 손으로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었어요.
쇼클리는 큰 그림과 야망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발명은 한 줄짜리 영웅담이 아니에요.
실험이 막히면 누군가는 장치를 고쳤고, 누군가는 전자가 왜 말을 안 듣는지 다시 계산했어요.
그 갈등과 조합이 1947년의 트랜지스터로 이어졌습니다.
1956년, 세 사람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노벨 물리학상은 물리학에서 세상을 크게 바꾼 발견에 주는 가장 유명한 상이에요.
그런데 그 상장 뒤에는 반짝이는 개인기보다 불편한 협업의 흔적이 더 짙게 남아 있어요.
진공관은 밀려났고, 전자 시대는 작아지기 시작했어요.
작아졌다는 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에요.
오히려 세상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올 만큼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존 바딘의 두 번째 노벨상은 첫 번째 성공을 반복해서 얻은 상이 아니었어요.
보통 한 번 세계 정상에 오르면, 사람은 그 자리에 이름표를 붙이고 싶어 해요.
“나는 이걸 해낸 사람입니다.”
그런데 바딘은 그 이름표 옆에 앉아 쉬지 않았어요.
그는 벨 연구소를 떠나 일리노이대로 갔어요.
일리노이대는 미국 중부의 큰 연구 중심 대학이에요.
거기서 바딘은 전혀 다른 문제를 붙잡습니다.
그 문제는 초전도였어요.
초전도는 어떤 물질을 아주 차갑게 만들면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는 현상이에요.
쉽게 말해, 미끄럼틀에서 마찰이 사라져 끝없이 미끄러지는 전기라고 보면 됩니다.
이게 왜 어려웠을까요.
전기는 보통 흐르다가 열을 만들고 힘을 잃어요.
그런데 얼어붙을 만큼 낮은 온도에서는 어떤 금속이 갑자기 “나는 힘을 하나도 잃지 않겠어”처럼 행동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오래 알고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어요.
눈앞에서 마술은 벌어지는데, 마술사가 손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모르는 상태였죠.
바딘은 이미 노벨상을 받은 뒤에 그 수십 년짜리 마술 속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는 리언 쿠퍼, 로버트 슈리퍼와 함께 일했어요.
두 사람은 바딘과 함께 초전도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완성한 연구자들이에요.
그 이론이 바로 BCS 이론입니다.
BCS는 세 사람의 성을 딴 이름이에요.
바딘, 쿠퍼, 슈리퍼의 첫 글자를 붙인 것이죠.
이 이론은 차가운 금속 안에서 전자들이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짝을 이루어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혼자 뛰면 사람들 사이에 부딪히기 쉽잖아요.
그런데 모두가 같은 박자로 춤을 추면 길이 생깁니다.
BCS 이론은 초전도 속 전자들이 바로 그런 집단 춤을 춘다고 말한 셈이에요.
1972년, 바딘은 두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초전도 이론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 챔피언이 된 선수가 아예 다른 종목에서 다시 우승한 셈이에요.
그래서 바딘의 두 번째 상은 더 이상한 울림을 줍니다.
그는 성공을 복사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첫 성공 뒤에 더 어려운 질문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이었습니다.

존 바딘의 두 번째 노벨상은 과학사보다 가족 앨범에 먼저 남은 장면처럼 보여요.
1956년 노벨상 시상식 때, 바딘은 자녀 일부만 데려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과학상 중 하나를 받으러 가면서도, 그는 모든 가족을 동원해 장면을 크게 만들지 않았어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바딘다웠습니다.
스웨덴 국왕은 그에게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고 전해져요.
“다음에는 모두 데려오세요.”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들을 일이 평생 한 번도 없겠죠.
그런데 바딘에게는 정말 “다음”이 왔습니다.
1972년, 그는 두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러 다시 갔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가족을 데려갔습니다.
어? 노벨 물리학상을 두 번 받는 일이 그렇게 가능한 일이냐고요.
바딘은 물리학상에서 그 일을 해낸 유일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일화가 권력이나 과시가 아니라 가족 이야기라는 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요.
상은 사람을 크게 보이게 만들어요.
무대, 조명, 박수, 국왕, 메달까지 모두 사람을 위로 들어 올립니다.
하지만 바딘은 그 높은 곳에서도 동네 교수처럼 보였어요.
그는 트랜지스터로 전자 시대의 문을 열었어요.
또 초전도 이론으로 차가운 금속 안의 비밀을 풀었어요.
그런데도 그의 이미지는 “내가 해냈다”보다 “문제가 풀렸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존 바딘을 알고 나면 천재라는 단어가 조금 달라져요.
천재는 꼭 가장 크게 말하는 사람이 아닐 수 있어요.
어쩌면 끝까지 조용히 앉아 있다가, 모두가 쓰게 될 미래의 스위치를 켜는 사람일지도 모르죠.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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