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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신혼여행 첫날, 줄의 손에는 아내 손이 아니라 온도계가 들려 있었어요.
1847년, 제임스 프레스콧 줄은 아내와 함께 알프스 샤모니로 신혼여행을 떠났어요.
그런데 그가 짐 가방에서 꺼낸 건 선물이 아니라 온도계였어요.
살랑슈 폭포 앞에 선 줄은 폭포 위와 아래의 물 온도를 직접 재기 시작했어요.
이유는 이랬어요.
"폭포가 떨어지면서 위치 에너지가 열로 바뀐다면, 아래쪽 물이 위쪽보다 0.1도쯤 더 따뜻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 워크숍에 가서도 노트북을 켜는 사람 있잖아요. 줄은 그 극단판이었어요.
그 예상 차이는 고작 0.1도였어요.
당시 온도계로는 잡아내기 거의 불가능한 수치였어요.
그래도 줄은 직접 재야만 했어요.
학계가 비웃더라도 숫자를 손에 쥐어야만 아무도 반박 못 한다는 걸, 그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줄에게 물리학은 직업이 아니라 양조장 옆방에서 하는 취미였어요.
1818년 맨체스터의 부유한 양조장 집안에서 태어난 줄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어요.
대신 가정교사에게 배웠는데, 그 사람이 범상치 않았어요.
바로 존 돌턴이었어요. 돌턴은 원자론을 정립한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오늘날 모든 화학 교과서가 그의 발견에서 시작해요.
줄은 평생 박사학위도, 교수직도 없었어요.
대학 연구실 대신 양조장에 딸린 방이 실험실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 덕분에 남다른 무기가 생겼어요.
맥주를 만들 때는 발효 온도를 0.1도 단위로 관리해야 해요.
그 노하우가 줄에게 0.005도까지 재는 감각을 길러줬어요.
퇴근 후 차고에서 연구하다 노벨상급 발견을 해내는 이야기처럼 들리죠. 줄의 차고에서는 맥주 냄새가 났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에요.

학회는 줄의 측정값이 너무 정밀해서 도리어 의심했어요.
양조장 사장이 그런 숫자를 잴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1840년대 학계의 주류는 칼로릭 이론을 믿고 있었어요.
칼로릭 이론이란 열이 보이지 않는 유체 형태로 물체 안에 흐른다는 학설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에너지 개념과는 전혀 다른 이 학설이, 무려 200년간 물리학의 정설로 자리를 지켰어요.
21살의 줄은 전류와 열의 관계를 다룬 논문을 영국 왕립학회에 제출했어요.
왕립학회는 당시 영국 최고의 과학 권위 기관으로, 이곳의 승인이 곧 진리의 공식 도장이었어요.
결과는 거절이었어요.
"아마추어의 과장된 측정"이라는 이유였어요.
본 논문은 학회지에 실리지 못하고 요약본만 달랑 게재됐어요.
대학원도 나오지 않은 청년이 학회에 논문을 보냈을 때 "리뷰도 안 함"이라는 답이 오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줄은 실험을 멈추지 않았어요.
숫자가 결국 자신을 증명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7년이 지나,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구원군이 나타났어요.
오늘 학교에서 '1J'이라고 쓸 때마다, 그건 한 양조장 사장의 이름이에요.
1847년, 줄은 영국과학진흥협회 학회에서 강연을 했어요.
패들 휠 실험을 발표했는데, 이건 무거운 추가 떨어지면서 물속 날개를 돌리고 그 마찰열로 물이 얼마나 데워지는지를 재는 장치예요.
청중 대부분은 졸고 있었어요.
그때 한 손이 번쩍 들렸어요.
23살의 윌리엄 톰슨, 훗날 켈빈 경으로 불리게 되는 물리학자였어요.
톰슨은 줄의 실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연구해 에너지 보존 법칙을 정립했어요.
열역학 제1법칙이라고도 부르는 이 원리는, 에너지는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폭포의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위치 에너지가 열로 바뀌는 것처럼, 에너지는 언제나 어딘가에 살아 있어요.
1889년, 줄이 세상을 떠난 뒤 국제 과학계는 에너지와 일, 열의 단위에 그의 이름을 붙였어요.
1줄(J)은 1뉴턴의 힘으로 물체를 1미터 움직일 때 드는 에너지예요.
무대에서 야유받던 무명 가수가 사후에 모든 음원 파일 메타데이터에 이름이 새겨진 셈이에요.
살랑슈 폭포 앞에서 아내를 옆에 두고 온도계를 들이밀던 그 남자가, 지금 전 세계 물리 교과서 안에 살아 있어요.
그 신혼여행을, 아내는 어떻게 기억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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