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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멘델레예프가 발표한 주기율표는 미완성이었어요.
그런데 그 미완성이 바로 그가 의도한 핵심이었습니다.
1869년 3월,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당시 알려진 원소 63개를 무게 순서로 정리한 표를 학계에 내놓았어요.
그런데 표 곳곳에 빈칸이 있었습니다.
실수가 아니었어요.
"이 자리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있다."
그는 빈칸마다 예상 무게와 성질까지 직접 기입했습니다.
당대 화학자들은 비웃었어요.
모르는 것에 자리를 정해두는 건 과학이 아니라 점성술처럼 보였거든요.
이건 학교 출석부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학생의 이름을 미리 써놓고, 키와 성격까지 예측해둔 것과 같은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멘델레예프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에게 빈칸은 무지의 증거가 아니라 패턴의 증거였습니다.

주기율표의 첫 모습은 실험실이 아니라 그의 책상 위 카드 한 묶음이었어요.
멘델레예프는 원소 63개의 이름, 원자량, 화학적 성질을 카드 한 장씩에 직접 손으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러시아 솔리테어라는 카드게임처럼, 무게순으로 성질순으로 배열을 수개월 동안 반복했어요.
카드게임을 하다 보면 같은 무늬끼리 모으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빠진 카드가 뭔지 보이죠.
멘델레예프의 눈에도 바로 그 순간이 왔습니다.
원소들을 무게 순으로 늘어놓으면 일정한 간격마다 비슷한 성질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는 훗날 "꿈에서 표 전체가 한꺼번에 보였다"고 회고했어요.
하지만 그 꿈을 가능하게 한 건 수개월의 카드 배열이었습니다.
꿈은 그 마지막 조각이었을 뿐이에요.

1875년 어느 봄날, 프랑스 실험실의 작은 금속 한 조각이 6년 전 러시아 책상 위의 예측을 증명했어요.
프랑스 화학자 폴 에밀 르코크 드 부아보드랑이 새 원소를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갈륨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이 순간, 화학계에 정적이 흘렀습니다.
멘델레예프가 6년 전 "에카알루미늄"이라는 임시 이름으로 비워뒀던 빈칸의 예측값과 갈륨의 실제 수치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거든요.
원자량은 약 68, 밀도는 약 5.9였어요.
기상청이 6년 전에 "내일 오후 3시에 비가 5mm 내린다"고 예보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는 충격과 같아요.
이후 게르마늄, 스칸듐도 차례로 빈칸을 채웠고, 빈칸을 비웃던 학계는 침묵했습니다.
멘델레예프는 그제야 "예언하는 화학자"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주기율표를 만든 사람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어요.
그를 떨어뜨린 결정적 한 표의 주인공은 오랜 학문적 라이벌이었습니다.
1906년, 멘델레예프는 노벨 화학상 결선까지 올라갔어요.
그러나 단 한 표 차로 탈락했습니다.
그 한 표를 행사한 인물은 스웨덴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였어요.
아레니우스는 1903년에 이미 노벨상을 받은 대화학자였지만, 멘델레예프와 오랫동안 학문적으로 충돌해온 사이였습니다.
시험에서 딱 한 문제 차이로 떨어졌는데, 그 문제를 채점한 사람이 평소 사이가 나빴던 동료였다는 상황이에요.
결국 그해 노벨 화학상은 불소를 처음 분리해낸 프랑스 화학자 앙리 무아상에게 돌아갔어요.
멘델레예프는 이듬해인 1907년, 73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날 모든 화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는 주기율표가 실려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 옆에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문장이 끝내 붙지 않았습니다.
역사가 제자리를 찾는 데 항상 적절한 시간을 주는 건 아닌가 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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