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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인류 역사상 가장 빗나간 예측은 어느 물리학 교수의 입에서 나왔어요.
자기가 방금 발견한 게 무엇인지, 본인이 가장 몰랐죠.
1888년, 하인리히 헤르츠는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 강의실에 서 있었어요.
그는 막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자기파, 즉 지금 우리가 부르는 '전파'를 실험으로 만들고 잡아내는 데 성공한 참이었어요.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어요.
"교수님, 이게 어디에 쓰입니까?"
헤르츠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어요.
"아무 데도요. 이건 그저 맥스웰 선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할 뿐이에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파동이 존재한다는 실험일 뿐이에요."
그로부터 불과 7년 뒤, 이탈리아 청년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이 '쓸모없는 파동'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신호를 보냈어요.
그게 무선통신의 시작이었어요.
지금 당신이 지하철에서 쥐고 있는 스마트폰도, 집에 깔린 와이파이도, 헤르츠가 '쓸모없다'고 한 그 파동으로 움직여요.

실험 장치는 너무 단순해서 신기할 정도예요.
코일 하나, 금속 막대 둘, 그리고 어두운 방. 그게 전부였어요.
1887년, 헤르츠는 두 개의 금속 막대 사이에 강한 전압을 걸었어요.
막대 사이에서 불꽃이 '탁' 하고 튀었어요.
그런데 방 건너편에 놓아둔 둥근 구리 고리 사이에서도 작은 불꽃이 따라 튀었어요.
둘 사이엔 줄도 없고, 관도 없었어요.
빈 공기뿐이었는데 무언가가 공간을 가로질러 전달된 거예요.
한 방에서 손뼉을 쳤는데 문을 닫은 옆방의 종이 저절로 울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어요.
30년 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라는 영국 물리학자가 수식만으로 이런 파동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예측한 적 있어요.
맥스웰은 종이 위에서 전자기파의 존재를 계산해냈지만, 아무도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본 사람이 없었어요.
헤르츠가 처음으로 그 파동을 만들고, 잡아내고, 측정했어요.
한 사람이 한 해에 두 번 노벨상감을 발견하는 일은 드물어요.
그런데 헤르츠는 둘 중 하나를 메모만 남기고 그냥 지나쳤어요.
1887년, 같은 실험을 하던 중 헤르츠는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자외선을 금속 표면에 비추면 불꽃이 더 잘 튀었어요.
빛이 금속에서 무언가를 '뽑아낸다'는 느낌이었어요.
헤르츠는 짧은 논문 한 편을 쓰고 이렇게 마무리했어요.
"관심 있는 동료들에게 이 자료를 넘긴다."
그리고 자기 본업인 전자기파 연구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 현상을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설명했어요.
빛이 파동이 아니라 알갱이, 즉 광자(光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알갱이가 금속을 두드려 전자를 튕겨낸다는 거예요.
이 설명으로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이게 양자역학의 출발점 중 하나가 됐어요.
헤르츠가 발견하고 흘려보낸 이 현상을 광전효과라고 해요.
텃밭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캐내고 "이거 반짝이네" 하며 옆 사람 손에 쥐여준 셈이었어요.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죽이는 가장 흔한 방법은 이름을 지우는 거예요.
나치는 그걸 시도했지만, 너무 늦었어요.
헤르츠는 1894년, 겨우 36살에 세상을 떠났어요.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었는데, 오늘날로 치면 베게너 육아종증이라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이에요.
그가 죽은 지 9년 뒤, 마르코니는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선 신호를 보냈어요.
1933년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함부르크 시청 벽에 걸려 있던 헤르츠의 초상화가 내려졌어요.
이유는 하나, 아버지 쪽이 유대인 혈통이라는 것이었어요.
이 움직임의 선봉에 선 인물이 더 기가 막혀요.
필리프 레나르트, 헤르츠의 제자였어요.
노벨물리학상까지 받은 과학자가 스승의 이름을 지우는 데 앞장섰죠.
그런데 이미 1930년에 국제전기위원회가 주파수 단위를 'Hz(헤르츠)'로 공식 채택한 뒤였어요.
라디오 다이얼에, 시계에, 전기 규격서에 이미 그의 이름이 새겨진 상태였어요.
어떤 사람을 회사 단체사진에서 지우려 했는데, 그 사람 이름이 이미 회사 로고에 들어가 있는 격이었죠.
초상화는 내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 손 안의 스마트폰 설정 화면에 뜨는 '2.4GHz'의 그 Hz는 아무도 지울 수 없었어요.
"쓸모없다"고 했던 그 파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주변에서 흐르고 있어요. 그것도 초당 수십억 번씩.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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