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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건국 4년차의 한 나라가, 자국에 살지도 않는 73세 외국인에게 대통령 자리를 바쳤어요.
그 사람의 이름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어요.
1952년 11월 9일,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하임 와이즈만이 세상을 떠났어요.
와이즈만은 원래 화학자였는데, 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인 시온주의의 핵심 정치 지도자였고, 이스라엘이 세워진 1948년에 초대 대통령이 된 인물이에요.
그가 죽자, 이스라엘 정부는 열흘 만에 후임 후보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그 후보가 놀라웠어요.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가 워싱턴 주재 대사 아바 에반을 통해 아인슈타인에게 정식으로 대통령직을 제안한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은퇴 생활 중인 외국인 노학자에게 국가 원수 자리를 들고 찾아가는 셈이에요.
근대 정치사에서 이런 일은 거의 없었어요.
대통령직은 보통 자국 정치인, 그것도 현역이거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받는 자리잖아요.
그런데 이스라엘은 미국 프린스턴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 시민도 아닌 노인에게 국가의 얼굴을 맡아달라고 한 거예요.

이스라엘이 그를 부른 이유는 단순했어요. 그는 이미 30년째 시온주의의 가장 유명한 얼굴이었거든요.
1921년, 아인슈타인은 와이즈만과 함께 미국 순회 모금 투어를 돌았어요.
유대인 국가 건설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캠페인이었는데, 아인슈타인의 이름이 붙자 모금 규모가 달라졌어요.
그래서 1925년 예루살렘에 히브리 대학교가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초대 이사회 멤버였어요.
그런데 사실 아인슈타인은 처음부터 시온주의를 지지한 게 아니에요.
그는 원래 독일에서 나고 자란, 독일 문화에 녹아든 유대인이었어요.
유대인이 따로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오히려 회의적이었어요.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휩쓴 반유대주의를 직접 목격하면서 입장이 바뀌었어요.
반유대주의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고 탄압하는 사회 분위기예요.
독일에서 나치즘이 자라나는 걸 보고서야, 아인슈타인은 "유대인에게는 안전한 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돌아선 거예요.
그 결과, 그는 30년에 걸쳐 시온주의의 가장 큰 상징이 됐어요.
처음엔 거리를 두던 사람이 결국 그 운동의 얼굴이 된 셈이에요.
그러니 벤구리온이 후임 대통령을 찾을 때 아인슈타인을 떠올린 건 정치적 계산이라기보다는, 거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요.
그가 거절 편지에 쓴 이유는 정치도 연구도 아니었어요. 본인이 사람을 다룰 줄 모른다는, 73세 노인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었어요.
아인슈타인은 제안을 받은 당일 즉각 답장을 썼어요.
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어요.
"나는 객관적 사물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지만, 사람을 자연스럽게 다루고 공식적인 기능을 수행할 적성도 경험도 없습니다."
이 문장이 좀 묘해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직을 거절하면서 든 이유가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도 아니고, "정치 노선이 맞지 않는다"도 아니었던 거예요.
그냥 "나는 사람 다루는 게 서툴러요"였어요.
오늘날로 치면, 대기업 회장직 제안을 받은 사람이 "저는 직원들 관리가 어렵습니다"라고 답하는 상황이에요.
그 솔직함이 오히려 더 묵직하게 읽혀요.
나이 73세, 세계적 명성, 어디에 가든 환영받을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는 그게 못 된다"고 단번에 인정한 거니까요.
그는 편지에서 이스라엘과 유대 민족에 대한 애정도 빠뜨리지 않았어요.
"이 제안이 주는 깊은 의미와 유대 민족에 대한 감동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썼어요.
거절이었지만, 냉정한 거절이 아니었어요.

대통령직을 거절한 그가 남은 시간으로 한 일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방정식 하나였어요.
아인슈타인은 그 제안을 거절한 뒤 약 2년 반을 더 살다가 1955년 4월 18일 세상을 떠났어요.
그 시간 내내 그가 붙들고 있던 건 통일장 이론이었어요.
통일장 이론이란 우주의 두 가지 힘, 중력과 전자기력을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묶어보려는 시도예요.
오늘날로 치면, 세상 모든 게임의 규칙을 단 한 줄의 코드로 짜겠다는 야심이에요.
하지만 그는 끝내 완성하지 못했어요.
죽기 전날까지 병상 옆 책상에는 미완성 방정식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어요.
현대 물리학은 그 시도를 실패한 야심으로 분류해요.
그가 쫓은 방향이 아닌 전혀 다른 경로에서, 물리학은 훨씬 앞으로 나아갔거든요.
그러니 시간이 만든 대조는 꽤 잔혹해요.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를 마다하고, 평생 풀리지 않을 수식에 남은 시간을 전부 써버렸으니까요.
그런데 그는 후회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어요.
대통령 제안을 아쉬워하거나, 그 방정식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도 남기지 않았어요.
한 나라가 그에게 명예를 들이밀었을 때, 그는 그냥 자기 종이 위로 눈을 돌렸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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