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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볼츠만이 죽고 2년 뒤, 그가 평생 옳다고 주장한 원자가 마침내 실험으로 증명됐어요.
1908년, 프랑스 물리학자 장 페랭이 브라운 운동 실험으로 원자의 실재를 결정적으로 밝혀냈어요.
브라운 운동이란 물 위에 뿌린 꽃가루가 아무 이유 없이 미세하게 떨리는 현상이에요.
페랭은 그 떨림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 분자들이 꽃가루를 끊임없이 두드리기 때문임을 수치로 증명했어요.
단 2년 차이였어요.
회사 프로젝트 발표를 코앞에 두고 자리를 떠난 팀장처럼, 볼츠만은 평생 매달린 아이디어의 완성을 눈앞에서 놓쳤어요.
그 2년 사이에 인류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이 통째로 바뀌었어요.

당시 빈 대학 강의실에서 원자를 입에 올리는 것은 점쟁이를 인용하는 것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어요.
19세기 말 독일어권 물리학계의 주류는 에너지론(에너제틱스)이었어요.
에너지론의 핵심은 간단했어요. "우리가 직접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원자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원자를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건 미신에 가깝다는 거예요.
이 주장을 이끈 거물이 둘 있었어요.
빈 대학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마흐, 그리고 훗날 노벨 화학상까지 받은 빌헬름 오스트발트예요.
학회 발표장에서 볼츠만이 원자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청중석에서는 야유가 날아왔어요.
하지만 볼츠만은 멈추지 않았어요.
모두가 고개를 젓는 회의실에서 혼자 "이게 맞다"고 버티는 사람처럼, 그는 30년 넘게 원자의 실재를 주장했어요.
결국 그가 외로웠던 이유는 틀려서가 아니라, 시대보다 너무 앞서 있었기 때문이에요.

볼츠만이 본 시간의 화살은 마법이 아니라 단지 더 많이 가능한 쪽으로 흘러가는 카드 한 벌이었어요.
새 카드 한 벌이 있어요.
처음에는 에이스부터 킹까지 딱 정렬돼 있어요.
이 상태를 만드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예요.
카드를 한 번 섞으면 가능한 배열이 수십억 가지로 늘어나요.
그래서 카드는 항상 섞이는 방향으로 가요.
정렬된 상태로 돌아오는 건 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확률이 낮아요.
볼츠만은 바로 이 논리로 엔트로피를 설명했어요.
엔트로피란 어떤 상태가 얼마나 무질서한지를 나타내는 척도예요.
커피에 우유를 부으면 골고루 섞이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섞인 상태"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섞이지 않은 상태"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에요.
볼츠만은 이 원리를 S = k log W라는 단 하나의 식으로 압축했어요.
'S'가 엔트로피, 'W'가 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 'k'는 볼츠만 자신의 이름을 딴 상수예요.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라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에, 볼츠만은 확률 하나로 답해버렸어요.
신비한 법칙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쪽으로 세상이 흘러가는 거예요.

1906년 9월 5일 이른 아침, 그의 가족이 아드리아해로 산책을 떠난 사이, 볼츠만은 호텔 방에서 줄을 묶었어요.
이탈리아 북동쪽 아드리아해 연안의 작은 휴양지 두이노(Duino)였어요.
볼츠만은 아내와 딸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었어요.
가족이 해변으로 나간 그 짧은 시간에, 그는 호텔 방 창문 가로대에 목을 맸어요.
볼츠만은 평생 극심한 기분 변화로 고통받았어요.
오늘날 진단 기준으로는 양극성 정동장애에 가까운 상태였어요.
조증과 우울이 번갈아 찾아오는 질환인데, 수십 년간 이어진 학계의 조롱이 그 무게를 한층 더했어요.
하지만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그의 묘비예요.
볼츠만이 묻힌 빈 중앙묘지의 묘비에는 긴 찬사도, 자살이라는 사실도 없어요.
단지 S = k log W, 그것 하나뿐이에요.
자살한 사람의 묘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방정식이 새겨지는 일이 세상에 몇 번이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방정식이 옳았다는 증명이 불과 2년 뒤에 나왔다는 사실까지.
볼츠만은 어쩌면 타이밍이 가장 잔인했던 과학자였을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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