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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뉴턴이 미적분을 발표하기 500년 전, 인도의 한 수학자가 이미 같은 문제를 풀어두었어요.
1150년경 수학자 바스카라 2세는 『시댄타 시로마니』라는 책에 행성의 순간 속도를 구하는 식을 적었어요.
『시댄타 시로마니』는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천문·수학 종합서예요.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 바늘을 떠올려요.
그 바늘은 "지금 이 순간"의 속도를 가리켜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평균 속도가 아니라, 지금 이 찰나의 속도요.
바스카라가 원한 것도 그거였어요.
행성이 궤도를 돌 때 "이 순간"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그래프도, 좌표계도, "미적분"이라는 이름도 없던 시대에, 그는 그 값을 수식으로 잡아냈어요.

그가 쓴 가장 유명한 책의 제목은 딸의 이름이에요.
그런데 그 딸은 결혼할 수 없었어요.
전설에 따르면 딸 릴라바티의 결혼 시각은 점성술로 단 한 순간만 허락받았어요.
그 시각을 정확히 맞추려고 물시계를 써서 시간을 쟀는데, 하필 물시계 항아리에 진주 한 알이 굴러 들어갔어요.
진주가 물구멍을 막아버렸고, 물이 멈추었고, 그 결정적인 순간은 소리 없이 지나갔어요.
결혼은 무산됐어요.
바스카라는 딸을 위로하려 했는데, 그 방법이 독특했어요.
자신이 쓰고 있던 산수 교과서 전체를 딸의 이름으로 헌정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릴라바티』는 인도 수학사에서 수백 년간 가장 많이 읽힌 산수책이 됐어요.
릴라바티는 산스크리트어로 "아름다운 자"라는 뜻이기도 해요.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수학책 중 하나가, 실은 아버지의 위로 편지였어요.

그는 미적분을 발명하려 한 게 아니었어요.
달이 다음 순간 어디에 있을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바스카라는 달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값으로 보고, 그 "순간 변화량"을 구하는 개념을 만들었어요.
그 이름이 타트칼리카 가티예요.
산스크리트어로 "즉각적인 운동"이라는 뜻인데, 달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빠른지를 수식 하나로 잡아낸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가 더 나왔어요.
바스카라는 어떤 값이 최댓값에 이를 때 그 변화율이 0이 된다는 사실도 명시했어요.
이건 훗날 유럽에서 롤의 정리라 불리는 수학 명제의 원형이에요.
롤의 정리는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미셸 롤이 1691년에 정리한 내용인데, 바스카라가 500년 앞서 같은 내용을 적어두었어요.
그는 미적분 교과서를 쓰려 한 게 아니었어요.
달 위치 계산을 하다 보니, 거기 있었던 거예요.

뉴턴이 1670년대에 쓴 식은, 인도의 한 수학자가 1150년에 적어둔 식과 거의 같았어요.
하지만 뉴턴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바스카라의 저작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야자수 잎 사본으로만 전해졌어요.
야자수 잎을 얇게 다듬어 만든 서판에 글씨를 새기는 방식인데, 사본들은 인도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럽 수학자들은 그 존재를 몰랐어요.
결국 1670년대에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냈어요.
인류가 같은 발견을 두 번 한 거예요.
한 번은 1150년 인도에서, 한 번은 1670년대 유럽에서.
바스카라의 책이 영어로 처음 번역된 건 1817년이에요.
인도학자 헨리 콜브룩이 영역하면서 서구 학계에 처음 알려졌는데, 뉴턴이 죽고도 90년이 지난 뒤였어요.
누군가 이미 풀어둔 답안지가 지구 반대편 야자수 잎 위에 있었는데, 아무도 그걸 전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뉴턴은 처음부터 다시 풀었어요.
우리가 배운 수학 교과서에, 아직 이름 없이 빠진 페이지가 얼마나 더 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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