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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ITQ 한글이 묻는 건 딱 하나예요.
한컴 오피스라는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
한컴 오피스는 한국에서 개발된 워드프로세서예요.
그 안에서 저장하는 파일 형식이 바로 .hwp, 흔히 '한글 파일'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ITQ 한글 시험 5문항은 전부 이 소프트웨어 기능 안에만 있어요.
표 만들기, 스타일 지정, 차트 삽입.
MS워드도, 구글 문서도 없어요.
오직 한컴 오피스뿐이에요.
보통 IT 자격증은 좀 더 넓은 걸 평가해요.
"스프레드시트를 다룰 줄 아느냐"처럼 도구가 아닌 개념을 보거나, 여러 환경에서 통하는 기술을 보거든요.
그런데 ITQ 한글은 특정 회사 제품 하나를 쓸 줄 아는지만 물어요.
다시 말하면 삼성 갤럭시 사용법을 시험 봐서 따는 자격증이에요.
아이폰도, 안드로이드 공통 기능도 아닌, 오직 갤럭시만이요.
그러면 왜 이런 시험이 존재하고, 왜 사람들이 아직도 응시하는 걸까요?

ITQ 한글에는 사실 '낙방'이라는 개념이 흐릿해요.
점수가 곧 등급이 되는 시험이거든요.
60분 동안 5문항을 풀면 채점 환산 점수가 나와요.
500점 이상이면 A등급, 400점대면 B등급, 300점대면 C등급이에요.
시험을 보기만 하면 세 등급 중 하나는 받고 나와요.
운전면허를 생각해 보면 구조가 달라요.
운전면허는 기준 점수 미만이면 그냥 불합격이에요.
하지만 ITQ 한글은 토익처럼, 내 점수가 그대로 자격증 등급으로 찍혀요.
그래서 "ITQ 한글 A등급"과 "C등급"은 같은 자격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라요.
A등급은 공공기관 채용 서류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요.
결국 이 시험의 목표는 '통과'가 아니라 'A등급'이에요.
ITQ 한글이 아직도 살아있는 진짜 이유는, 시험을 만든 기관이 아니라 그 시험을 인정해 주는 공공기관 쪽에 있어요.
1990년대부터 한국 정부, 지자체, 공기업은 공문서를 거의 HWP 파일로 작성해 왔어요.
입찰서, 민원서, 내부 보고서, 기안 문서가 전부 한글 파일이에요.
나중에는 국가표준(KS X 6101)으로까지 지정됐어요.
전 세계 사무실에서는 MS워드나 PDF가 사실상 표준이에요.
하지만 한국 공공 영역은 30년 동안 HWP를 놓지 않았어요.
그러니 공공기관에 입사하거나 공기업에서 일하려면 HWP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거예요.
이 상황을 한번 상상해 봐요.
동료들이 전부 카카오톡을 쓰는데, 한 회사만 30년째 독자 개발 사내 메신저를 고집하는 거예요.
그 회사에 입사하려면 그 메신저 사용법 시험을 봐야 하는 셈이에요.
결국 ITQ 한글의 존재 이유는 HWP의 존재 이유와 같아요.
공공 영역의 30년 관성이 이 자격증을 살려두고 있어요.
ITQ 한글을 따야 하는지 아닌지는 시험 난이도가 아니라 "어디로 갈 거냐"에 달려 있어요.
외국계 기업이나 민간 IT 회사, 금융권은 MS워드와 구글 문서를 표준으로 써요.
이런 곳의 이력서에 "ITQ 한글 A등급"을 적어도 가산점은커녕 눈길조차 안 가요.
오히려 담당자 머릿속에 "이분은 왜 이걸 쓰셨지?"라는 물음표가 붙을 수도 있어요.
반면 공공기관, 공기업, 학교 행정직, 일부 공단은 달라요.
채용 공고에 "ITQ 한글 A등급 우대" 또는 아예 "자격요건"이라고 명시하는 곳이 꽤 있어요.
같은 자격증이 영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치를 가지는 거예요.
동네 슈퍼에서는 잘 통하지만 백화점에서는 받지 않는 지역 상품권 같아요.
상품권 자체가 나쁜 게 아니에요.
어디서 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목표로 한다면 ITQ 한글 A등급은 실질적인 무기예요.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나 IT 스타트업을 보고 있다면, 이 자격증에 쓸 시간을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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