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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62년 한국에 처음 생긴 영양사 면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게 아니었어요.
목적은 딱 하나였는데, "국민이 뭘 먹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PT 트레이너가 헬스장에서 "이 운동은 이렇게 해야 해요"라고 알려주듯, 그 시절 영양사는 동네에 나가서 "쌀밥만 먹으면 각기병 걸려요, 채소도 드세요"를 가르치는 사람이었어요.
각기병은 비타민 B1이 부족할 때 생기는 병으로, 당시 흰쌀밥 위주로 먹던 한국인에게 실제로 흔했어요.
계몽이 먼저였고, 치료는 그다음이었어요.
1962년 식품위생법에 처음 들어간 이 제도는 1970년대에 별도 법령으로 독립했어요.
하지만 출발점이 '계몽'이었기 때문에, 의료 면허이면서도 의료 행위 권한은 처음부터 좁게 설계됐어요.
결국 이 설계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영양사라는 직업을 둘러싼 모든 역설의 씨앗이 됐어요.

영양사 시험은 화학식부터 식품위생법까지 묻지만, 정작 음식은 한 번도 만들지 않아요.
영양학, 생화학, 식품학, 조리원리, 영양교육, 식사요법, 급식관리, 식품위생, 관계법규, 이 아홉 과목을 한 자리에서 다 답해야 해요.
매 과목 40% 이상을 맞히면서, 전체 평균도 60%를 넘어야 합격이에요.
운전면허는 학과 시험 이후에 반드시 기능 시험이 있잖아요.
영양사 시험엔 실기가 없어요.
주방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 국자 한 번 잡지 않아도 면허를 받아요.
의사 국가시험이 방대한 건 모두 알지만, 영양사 시험도 과목 범위만 보면 그에 못지않아요.
하지만 의사는 실기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간호사는 실제로 주사를 놓아요.
영양사 국가시험만큼은 이론으로 시작해서 이론으로만 끝나요.
영양사는 환자에게 "이걸 드세요"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없어요.
병원 영양사가 하는 일은 의사가 처방한 식이요법을 운영하는 거예요.
식이요법이란 당뇨 환자에게는 당뇨식, 신장 질환자에게는 신장식처럼 특정 질환에 맞춰 짠 식단이에요.
어떤 환자에게 어떤 식단을 줄지 판단하는 건 의사의 몫이에요.
구조가 약사와 정확히 같아요.
약사는 전문 지식을 갖고 약을 조제하지만, 어떤 약을 줄지는 의사 처방전 없이 결정할 수 없잖아요.
'의료 전문 국가면허'라는 이름인데, 기본 면허만으로는 의료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좁아요.
그래서 등장한 게 임상영양사예요.
임상영양사는 영양사 면허 위에 석사 학위와 별도 자격증을 더 갖춰야 하는데, 그래야만 환자 상태를 직접 평가하고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요.
영양사 면허는 한 번 따면 죽을 때까지 유지돼요.
하지만 영양사로 평생 일하는 사람은 절반이 안 돼요.
보수교육만 꾸준히 받으면 면허는 영구히 살아 있거든요.
실제 일자리는 학교 급식, 병원, 산업체 구내식당, 보건소 정도로 한정돼 있어요.
토익 만점이 평생 유효하지만 평생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영양사 면허도 똑같아요.
특히 단체급식 분야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서, 면허와 고용 안정이 비례하지 않아요.
결국 자격증은 있는데 그 자격증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이 수만 명이에요.
어떤 사람은 "이 시험이 왜 이렇게 어렵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어렵게 딴 면허를 왜 못 쓰냐"고 해요.
면허를 따는 데 든 노력과, 그 면허로 실제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크다면, 이 시험은 영양사를 만들기 위한 걸까요, 아니면 영양사 지망생을 걸러내기 위한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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