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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컴퓨터 세상을 떠받치는 단어 '알고리즘'은 사실 1200년 전 한 페르시아인의 이름을 잘못 읽은 결과예요.
9세기 바그다드에는 지혜의 집(Bayt al-Hikma)이라는 기관이 있었어요.
그리스·인도·페르시아의 지식을 아랍어로 옮기고 새 연구를 쌓던, 당시 세계 최대 번역·연구 기관이었죠.
오늘날로 치면 구글 리서치와 국립도서관을 한 건물에 합쳐 놓은 것 같은 곳이에요.
거기서 수학과 천문학을 연구하던 페르시아 학자가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al-Khwarizmi)예요.
그는 인도 숫자 계산법을 정리한 산술책 한 권을 썼어요.
그 책이 훗날 유럽의 번역자 손에 들어갔죠.
번역자들은 저자 이름 'al-Khwarizmi'를 라틴어로 옮기다가 'Algoritmi'라고 적었어요.
발음하기 어려워서 살짝 뭉갠 거예요.
그런데 그 오기(誤記)가 그냥 굳어졌어요.
결국 'Algoritmi'는 단어가 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algorithm이 됐어요.
한 작가의 이름이 받아 적히는 순간에 조금 뭉개진 것이 그대로 세계어가 된 셈이에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수학'과 우리가 매일 검색하는 '알고리즘'은 같은 사람이 같은 시기에 쓴 작업에서 나왔어요.
콰리즈미는 산술책 외에도 『키타브 알자브르(Kitab al-Jabr)』라는 책을 썼어요.
제목을 직역하면 '부서진 것을 복원하는 책'이에요.
방정식의 항을 한쪽으로 이동해 식을 맞추는 방법,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중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그 계산법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에요.
여기서 핵심 단어 'al-jabr'가 라틴어를 거치면서 algebra(대수학)가 됐어요.
그래서 중학교 수학 시간의 '대수학'도, 유튜브가 다음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도, 결국 같은 사람에게서 온 거예요.
어떤 작가가 책 두 권을 썼는데, 두 권 모두에서 현대 컴퓨터와 현대 수학의 핵심 단어가 각각 하나씩 나온 셈이에요.
역사상 이런 일이 또 있었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알고리즘이라는 '행위'는 콰리즈미보다 1100년 빨랐지만,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은 그가 받았어요.
기원전 300년경,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는 두 수의 최대공약수를 구하는 절차를 정확한 단계로 기술했어요.
최대공약수란 두 수가 공통으로 나눠 떨어지는 가장 큰 수예요.
예를 들어 12와 8은 둘 다 4로 나눠지니까, 최대공약수가 4예요.
유클리드는 이걸 '이렇게 하면 반드시 구할 수 있다'는 단계별 절차로 남겼어요.
지금 우리가 유클리드 호제법이라고 부르는 그것이고, 지금도 컴퓨터 과학 교과서에 그대로 실려요.
단계적 절차로 문제를 푼다는 발상 자체는, 콰리즈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유클리드는 이 절차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발명자와 명명자는 달랐어요. 전화기를 처음 만든 사람과 '전화'라는 단어를 세상에 퍼뜨린 사람이 다른 것처럼요.
콰리즈미는 단계적 절차를 발명한 게 아니라, 그 방법이 '이름을 얻는 계기'가 된 사람이에요.
콰리즈미는 자신의 책을 모두 잃었지만, 자신의 이름은 모든 컴퓨터에 새겨 넣는 데 성공했어요.
콰리즈미의 산술책 아랍어 원본은 지금 단 한 권도 남아있지 않아요.
우리가 그의 알고리즘을 아는 건 12세기 번역자가 만든 라틴어본 덕분이에요.
그 책 제목이 『Algoritmi de numero Indorum』, 번역하면 '콰리즈미의 인도 숫자에 관하여'예요.
원본은 사라졌어요.
하지만 번역자가 제목에 적어 넣은 'Algoritmi'라는 이름 표기는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그게 단어가 됐죠.
어떤 작가의 책이 모두 사라졌는데, 책 표지에 잘못 적힌 그의 이름만 전 세계 일상어가 된 상황이에요.
콰리즈미 본인은 이 결말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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