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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늘날 모든 앱이 의존하는 데이터베이스 언어의 설계도는, 정작 그것을 만든 회사의 책상 서랍 안에서 10년을 잠들어 있었어요.
1970년, 에드거 코드(Edgar F. Codd)는 IBM 산호세 연구소에서 12쪽짜리 논문 한 편을 냈어요.
제목은 '대용량 공유 데이터뱅크를 위한 관계 모델'이었고, 훗날 모든 데이터베이스의 뿌리가 되는 내용이었어요.
그 당시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마치 서랍장 같았어요.
서랍 하나를 열려면 그 서랍이 어떤 서랍 아래에 있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했죠.
계층형 데이터베이스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IBM이 당시 팔고 있던 효자 상품 IMS의 구조이기도 했어요.
코드의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혁명적이었어요.
"서랍장 대신 표를 쓰자"는 것이었거든요.
엑셀처럼 행과 열로 데이터를 쌓아두면, 어떤 방향에서든 원하는 정보를 꺼낼 수 있어요.
그런데 IBM은 이 아이디어를 받고도 10년 가까이 서랍 안에 넣어뒀어요.
IMS 매출이 어마어마했거든요.
오늘날로 치면, 애플이 USB-C 기술을 개발해놓고 라이트닝 케이블 매출이 줄어들까봐 발표를 미룬 것과 같아요.

SQL은 자기 이름의 절반을 잃어버린 채 세상에 나왔어요.
1974년, IBM 연구원 도널드 체임벌린(Donald Chamberlin)과 레이먼드 보이스(Raymond Boyce)는 코드의 관계 모델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언어를 개발했어요.
이름은 SEQUEL, Structured English Query Language의 약자였어요.
영어 문장처럼 데이터를 물어볼 수 있다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영국 항공기 제조사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가 이미 자사 부품 관리 시스템에 'SEQUEL'이라는 상표를 등록해뒀거든요.
결국 두 연구원은 모음을 몽땅 뺀 SQL로 강제 개명을 당했어요.
카페를 열었는데 동네 빵집이 같은 이름을 미리 등록해둔 상황과 똑같아요.
하지만 이름보다 더 큰 문제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어요.
IBM이 이 논문을 학술지에 자랑스럽게 공개해버렸거든요.

IBM이 학술지에 자랑스럽게 실은 한 편의 논문이 결국 그들의 발등을 찍었어요.
1977년, 무명의 엔지니어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IBM이 공개한 SQL 관련 논문을 통째로 읽었어요.
그리고 바로 회사를 차렸어요. 이름은 'Software Development Laboratories', 훗날의 오라클(Oracle)이에요.
엘리슨이 후에 밝힌 것처럼, 그는 논문을 읽으며 딱 한 가지를 생각했어요.
"IBM은 왜 이걸 직접 안 팔지?"
그 생각 하나로 충분했어요.
엘리슨의 팀은 1979년 Oracle V2를 출시했어요.
세계 최초의 상용 SQL 데이터베이스였어요.
반면 IBM의 자체 SQL 제품 SQL/DS는 2년이나 늦은 1981년에야 나왔어요.
자기가 설계한 무기를 상대가 먼저 전쟁에 들고나온 셈이에요.
IBM이 내부 정치와 기존 제품 보호에 발목 잡혀 있던 그 10년 사이, 래리 엘리슨은 논문 한 장을 들고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 기업을 만들었어요.

SQL의 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 자기 아들이 사기꾼이라고 말했어요.
1981년, 에드거 코드는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Turing Award)을 받았어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창시한 공로였어요.
그런데 수상 후 4년이 지난 1985년, 코드는 업계 전문지 'ComputerWorld'에 날카로운 글을 발표했어요.
제목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되기 위한 12가지 규칙', 흔히 코드의 12계명(Codd's 12 Rules)이라고 불려요.
겉으로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표준을 세우는 글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SQL 제품을 향한 선전포고였어요.
코드는 사실상 "지금 팔리는 건 진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코드의 원래 이론에서 데이터는 수학적 집합으로 다뤄져야 했어요.
하지만 SQL은 상용화 과정에서 그 이론을 적당히 구현했고, 이론과 어긋난 방향으로 자라났거든요.
자식이 자기 신념과 다른 방향으로 자라버린 부모처럼, 코드는 죽을 때까지 SQL의 결함을 비판했어요.
그리고 그 '불완전한 아들'이 오늘날 전 세계 모든 데이터베이스의 표준 언어가 됐어요.
어쩌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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