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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Rust는 2006년 어느 평일 오후, 한 엔지니어가 망가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순간 시작됐어요.
Graydon Hoare는 모질라 소속 프로그래머였는데, 밴쿠버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소프트웨어 버그로 또 멈춰 있는 걸 보고 분노했죠.
그런데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는 대신 노트를 꺼내 새 프로그래밍 언어를 설계하기 시작했거든요.
엘리베이터가 멈춘 건 소프트웨어 결함 때문이었는데, 그런 결함의 70% 이상은 메모리 관련 버그에서 나와요.
메모리 버그란 프로그램이 컴퓨터 기억 공간을 잘못 다루는 실수예요.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보안 취약점 중 70%가 같은 원인이라고 공식 발표한 적 있어요.
Hoare가 보기에, 문제는 프로그래머의 실수가 아니라 그런 실수를 허용하는 언어 자체였어요.
그래서 그 실수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언어를 새로 설계하기로 한 거예요.
언어 이름은 녹균(Rust fungi)에서 가져왔어요.
어디서든 강하게 자라는 곰팡이의 한 종류인데,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리눅스 커널까지 Rust를 쓰고 있으니 이름값은 충분히 했어요.
출근길에 막힌 엘리베이터 하나에서 이 모든 게 시작됐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아요.

2017년 어느 화요일, Firefox는 자기 심장을 꺼내 새로 짠 부품으로 교체했어요.
30년 된 집의 가족이 계속 생활하는 동안, 그 집의 수도관과 전기 배선을 몽땅 새 자재로 갈아 끼우는 상황이 있어요.
물도 끊기지 않고, 전기도 나가지 않으면서 그걸 해내는 거예요.
그게 2017년 Firefox Quantum 업데이트가 한 일이에요.
Firefox Quantum은 Firefox 57 버전으로, CSS 레이아웃 계산 같은 핵심 모듈을 25년 묵은 C++ 코드 대신 Rust로 교체한 업데이트예요.
CSS는 웹페이지의 글자 크기나 배치를 결정하는 코드인데, 그걸 처리하는 엔진을 통째로 갈아 끼운 거죠.
이 작업의 바탕에는 Servo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모질라가 2009년부터 Rust를 공식 후원하면서 시작한 실험으로, 브라우저 엔진 전체를 처음부터 Rust로 다시 짠 프로젝트예요.
8년간의 실험 결과가 수억 명이 매일 쓰는 Firefox 안으로 들어간 순간이었어요.
이 시점부터 Rust는 "학술 실험"이 아니라 "실전 인프라"가 됐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 그 증거를 만든 팀에게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어요.
Rust가 가장 사랑받던 해, Rust를 만든 회사가 Rust 팀을 해고했어요.
2020년 8월 11일 화요일 아침, 모질라 직원들은 메일 한 통을 받았어요.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매출이 급감했고,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50명이 그날로 회사를 떠난다는 내용이었죠.
그 해고 명단 안에 Rust 핵심 개발팀과 Servo 팀 대부분이 들어 있었어요.
이게 왜 충격이었냐면, 그 시기 Rust는 Stack Overflow 개발자 설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로그래밍 언어" 1위를 5년째 달리고 있었거든요.
회사 밖에서는 인기 절정이었는데, 그 언어를 만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잘린 거예요.
14년간 키운 자식을 친부모가 가장 먼저 손에서 놓은 셈이에요.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이 Rust에게 더 중요한 전환점이 됐어요.
모질라 한 회사의 프로젝트로 남아 있던 Rust가, 이제 더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거든요.
모질라가 Rust를 버린 그 순간, 정작 리눅스의 문이 열리고 있었어요.
2021년 2월, Rust Foundation이 출범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 화웨이, 모질라 다섯 회사가 함께 만든 비영리 재단으로, 한 회사가 포기한 언어를 다섯 회사가 나눠서 구한 셈이에요.
그리고 2022년 12월, 리눅스 커널 6.1이 출시됐어요.
리눅스는 리누스 토르발즈가 1991년에 만든 뒤 31년 동안 C 언어 하나만 써온 운영체제예요.
오늘날 전 세계 서버의 96%, 안드로이드 폰 전체, 슈퍼컴퓨터 Top 500이 전부 리눅스 위에서 돌아가요.
그 리눅스가 31년 만에 처음으로 C 이외의 언어를 정식 채택했는데, 그게 바로 Rust였어요.
재밌는 건 리누스 토르발즈가 어떤 사람이냐 하는 거예요. "C++는 끔찍한 언어야"라며 수십 년간 어떤 새 언어도 커널에 들이지 않겠다고 해온 사람이거든요.
그런 그가, 모질라가 버린 바로 그 언어에 자기 왕국의 문을 열었어요.
모질라의 퇴장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게 이제는 보이는 것 같아요.
2006년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그 엔지니어는, 자신이 설계한 언어가 31년 된 리눅스 커널 안으로 들어가는 날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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