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60년, 한 성형외과 의사의 짧은 메모가 60년간 습관 형성의 정설처럼 인용되어 왔어요.
그 의사는 맥스웰 몰츠(Maxwell Maltz)였는데, 환자들이 수술 후 새 얼굴에 적응하는 데 "최소 21일"이 걸린다고 적어뒀어요.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 자기계발 업계에 흘러들어가 "습관은 21일이면 만들어진다"는 법칙으로 굳어버렸어요.
문제는 몰츠가 습관을 연구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는 환자들이 거울 속 새 얼굴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관찰했을 뿐이에요.
사과를 매일 먹는 습관을 만드는 것과 수술 후 얼굴에 익숙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진짜 연구는 2009년에 나왔어요.
런던대학교(UCL)의 필리파 랠리(Phillippa Lally) 연구팀이 96명을 12주 동안 추적했어요.
결과는 충격적이었어요. 새 행동이 완전히 자동화되는 데 평균 66일이 걸렸고, 빠른 사람은 18일, 느린 사람은 무려 254일이 걸렸어요.
새해 결심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3주 차에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의지가 약한 게 아니에요.
그냥 평균보다 훨씬 일찍 그만둔 거예요.
21일은 최솟값의 절반도 안 되는 숫자였어요.

당신이 집까지 운전한 경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뇌가 그 시간을 통째로 꺼두었기 때문이에요.
이걸 처음으로 설명한 사람이 MIT의 신경과학자 앤 그레이비엘(Ann Graybiel)이에요.
그녀의 연구팀은 쥐에게 미로를 반복 학습시키면서 뇌 속을 들여다봤어요.
처음에 쥐는 미로를 탐색하는 내내 뇌가 바쁘게 돌아갔어요.
하지만 반복이 쌓이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어요.
뇌 깊숙한 곳에 있는 기저핵(basal ganglia)이라는 영역이 전체 행동을 하나로 압축해버렸어요.
기저핵은 뇌의 자동화 전담 부서예요.
처음엔 '좌회전, 직진, 우회전'을 하나하나 처리하다가, 나중엔 '미로 클리어'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처리해요.
이 압축을 청킹(chunking)이라고 해요. 여러 동작을 한 묶음으로 저장해버리는 거예요.
일상에서 이 청킹을 경험하는 순간이 있어요.
샤워하고 나왔는데 린스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 이를 닦으면서 손은 알아서 움직이는데 머릿속은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예요.
뇌가 신호-행동-보상 이 세 단계를 한 묶음으로 자동 재생해버리는 거예요.

5분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가, 매일 같은 그림 그리기 실력을 꾸준히 늘려갔어요.
이 이야기는 1953년 미국에서 시작돼요.
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은 심한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뇌 수술을 받았는데, 연구자들은 그를 이니셜 'HM'으로만 불렀어요.
수술 후 HM은 새로운 기억을 아예 만들지 못하게 됐어요.
의사를 만나도, 10분이 지나면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식사를 하고 나서도, 먹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연구자들이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거울을 보며 별 모양 윤곽선을 따라 그리는 과제를 매일 시키자 HM의 실력이 조금씩 늘었어요.
진짜 이상한 건 그게 아니에요. HM은 자기가 그 과제를 해본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어요.
이 환자가 신경과학에 알려준 건 엄청난 반전이었어요.
습관과 기억은 뇌의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에요.
기억은 해마(hippocampus)라는 부위가 담당하는데, 해마는 오늘 있었던 일을 저장하는 일기장 같은 곳이에요. HM의 해마는 수술로 제거됐지만, 기저핵은 멀쩡하게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자전거 타는 법은 한 번 익히면 20년 만에 다시 타도 몸이 기억해요.
하지만 어제 점심 메뉴는 기억 못 해요.
그 차이가 바로 기저핵과 해마, 습관과 기억이 서로 다른 시스템이라는 증거예요.

당신은 나쁜 습관을 끊은 게 아니에요. 그 위에 새 길을 낸 거예요.
그레이비엘 연구팀의 후속 실험이 이걸 증명했어요.
쥐에게 형성된 습관에서 보상을 없애자 행동은 줄었는데, 옛 회로는 뇌에서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 상태로 남아 있었어요.
오래된 시골 흙길이 풀에 덮여 안 보이다가, 풀을 깎으면 다시 드러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끊었던 담배가 다시 생각나고, 다이어트를 잘하다가 힘든 날엔 야식을 시키게 되는 거예요.
옛 회로가 재활성화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널리스트이자 습관 연구자인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습관의 힘』에서 이 질문에 답했어요.
그의 핵심 주장은 이거예요. '신호'와 '보상'은 그대로 두고, 중간의 '루틴'만 교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다면, 신호(스트레스)와 보상(잠깐의 이완감)은 건드리지 않아요.
대신 루틴을 '5분 산책'이나 '찬물 한 잔'으로 바꿔요.
뇌는 신호와 보상이 연결된 회로를 그대로 쓰면서, 중간 동작만 새로 학습하거든요.
나쁜 습관을 '없애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뇌는 지우기가 아니라 덮어쓰기로만 작동해요.
그러니까 지금 옛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게 의지력 부족이 아니에요.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돼 있는 거예요. 그럼 그걸 알고 나면, 우리는 자신에게 조금 더 다르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2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