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라면을 발명한 사람은 식품회사 사장이 아니었다.
회사가 두 번 망한 48세 가장이 마당 헛간에서 1년을 매달린 결과였다.
안도 모모후쿠는 1958년, 일본 오사카 이케다시 자기 집 마당에 작은 헛간을 짓고 매일 아침 그 안으로 들어갔다.
목표는 하나였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오래 보관되는 면 한 그릇.
전후 일본은 쌀이 부족해 정부가 빵을 권장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추운 밤에 줄을 서서 라멘 한 그릇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도는 그 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왜 집에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없는 거야?"
그가 1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는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면을 오래 보관하면서도 물에 쉽게 되살아나게 할 수 있는가.
그 답은 실험실이 아니라 아내의 부엌에서 왔다.
아내가 튀김 반죽을 끓는 기름에 넣는 순간, 안도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끓는 기름이 반죽 안의 수분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면서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생겼다.
그는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면을 기름에 튀기면, 뜨거운 물을 부을 때 그 구멍으로 물이 다시 들어와 면이 살아난다.
그게 인스턴트 라면의 원리 전부였다.
1년의 실험이 아내의 튀김 냄비 앞에서 끝났다.

라면의 노란색은 달걀이 아니라 광물에서 온다.
대부분의 사람은 노란 면을 보며 달걀 들어간 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노란색의 정체는 간수다.
간수는 탄산나트륨이나 탄산칼륨 같은 알칼리성 미네랄을 물에 녹인 것으로, 일본어로는 '칸스이'라고 부른다.
빵 반죽에 베이킹소다를 넣으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고 쫄깃해진다.
프레첼이 유독 갈색에 탱탱한 이유가 바로 그거다.
라면 면도 정확히 같은 원리다.
간수가 밀가루 속의 플라보노이드라는 천연 색소를 만나면, 그 색소가 노랗게 반응한다.
동시에 밀가루 단백질인 글루텐이 알칼리 환경에서 훨씬 강하게 뭉친다.
결과가 바로 그 탄성이다. 끊어지지 않고 쭉쭉 늘어나는 식감.
달걀은 라면 면의 색깔이나 쫄깃함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라면 면의 정체성은 지구의 광물이 밀 단백질에 반응한 화학 결과였다.

라면 스프에 든 닭고기 가루보다, 1908년 한 화학자가 다시마에서 분리해낸 흰 가루 하나가 훨씬 중요하다.
이케다 기쿠나에는 도쿄제국대학의 화학자였다.
1908년, 그는 아내가 끓여낸 다시마 국물 한 모금을 마시고 멈췄다.
단맛도, 짠맛도, 신맛도, 쓴맛도 아닌 그 무언가가 혀에서 오래 감돌았다.
그는 그 국물을 실험실로 가져갔다.
몇 달의 분석 끝에, 다시마 속에서 흰 결정 가루를 분리해냈다.
글루탐산나트륨, 오늘날 우리가 MSG라고 부르는 분자였다.
이케다는 이 맛에 이름을 붙였다. 우마미(うまみ), 감칠맛이다.
단맛·짠맛·신맛·쓴맛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류가 공식으로 인정한 다섯 번째 기본 맛이다.
그 전까지는 아무도 이게 별개의 맛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라면 스프를 열었을 때 나는 그 깊고 풍부한 맛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시간이다.
안도 모모후쿠가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건 1958년, 이케다가 MSG를 분리한 건 1908년이었다.
안도가 마당 헛간에서 실험을 시작하기 50년 전에, 라면의 절반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안도 모모후쿠는 자신이 발명한 치킨 라면을 96세로 죽는 날 직전까지 거의 매일 점심으로 먹었다.
그는 1971년에 컵누들을 발명했다.
포크 하나로 먹고,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라면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95세에 또 한 번 새로운 라면 개발에 나섰다.
2005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안도에게 요청을 가져왔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국물이 방울방울 허공에 떠다니고, 면도 흩어진다.
그냥 라면으로는 불가능했다.
안도는 스페이스 람을 개발했다.
점도를 높인 국물은 허공에서 흩어지지 않았다.
면은 작게 압축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그 라면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48세에 마당 헛간에서 시작해 95세에 우주까지 간 라면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발명품을 매일 직접 먹었다.
라면이 건강에 안 좋다는 세상의 걱정을 밥상 위에서 조용히 반박하며 살았다.
그리고 96세까지 살았다.
오늘 봉지 라면을 뜯을 때, 그 면의 노란색과 탄성은 광물의 화학이고, 스프의 깊이는 1908년 다시마 한 조각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설계한 사람은 96년을 살았다.
어쩌면 라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았다는 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2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