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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그날 카잔의 강의실에서 한 남자가 2000년 된 진리를 깨뜨렸지만,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어요.
1826년 2월 23일, 러시아 카잔 대학 물리수학부 회의실.
니콜라이 로바체프스키는 논문 한 장을 들고 앞에 섰어요.
그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었죠.
"평행선은 한 줄밖에 없다는 게 거짓일 수 있어요."
좀 더 풀어볼게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유클리드 기하학에는 다섯 가지 공준이 있어요.
공준이란 "너무 당연해서 증명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에요.
그 다섯 번째 공준이 이거예요.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은 딱 하나만 그을 수 있다."
2000년 동안 이것을 의심한 수학자는 없었어요.
그런데 로바체프스키가 그 자리에서 말했어요.
"그 평행선, 여러 개일 수 있어요."
모두가 "하늘은 파랗다"고 동의하는 자리에서 혼자 "하늘이 빨갛게도 보일 수 있다"고 증명하려 한 셈이에요.
청중의 반응은 침묵이었어요.
학회 의사록에도 이 발표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죠.
충격적이어서 조용했던 게 아니라, 너무 황당해서 반응조차 않은 거예요.

같은 답을 알고 있던 가우스는 침묵을 택했고, 로바체프스키는 발표를 택했어요.
그 한 번의 선택이 두 사람의 평생을 갈랐죠.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당시 유럽 수학계의 절대 권위자였어요.
동시대 사람들이 "수학의 왕"이라 불렀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가우스는 이미 1820년대 초, 로바체프스키와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었어요.
평행선 공준 없이도 작동하는 기하학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발표하지 않았어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만 조용히 적어두었죠.
이유는 가우스 자신의 말로 남아 있어요.
"보이오티아인들의 외침이 두렵다."
보이오티아인이란 고대 그리스에서 우둔하고 거칠기로 유명했던 지방 사람들을 빗댄 말이에요.
쉽게 말하면 "멍청한 대중이 시끄럽게 떠들까 봐 무서워서" 발표를 안 한 거예요.
사내 회의에서 진짜 정답을 아는 임원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신입사원 혼자 손을 들고 말한 뒤 모든 비웃음을 혼자 감당하는 상황이에요.
그 신입사원이 로바체프스키였죠.
결국 비유클리드 기하학에는 가우스가 아닌 로바체프스키의 이름이 붙었어요.
침묵은 안전했지만, 역사는 기억하지 않았어요.
러시아 한 대학을 재건한 총장이었지만, 그의 평생 연구는 학계에서 "수학 풍자극" 취급을 받았어요.
1827년, 로바체프스키는 카잔 대학 총장에 임명됐어요.
이후 19년 동안 무너져가던 학교를 실질적으로 다시 세웠죠.
건물을 짓고, 도서관을 정비하고, 교수진을 구성했어요.
그러나 수학 연구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어요.
1834년, 러시아의 저명한 수학자 오스트로그라드스키와 익명의 비평가들이 그의 이론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어요.
"수학에 대한 풍자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헛소리다."
그리고 1846년, 정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그를 총장직과 교수직에서 동시에 해임했어요.
회사를 부도에서 살려낸 CEO가 정작 자신이 만든 제품 때문에 "농담하냐"는 조롱을 받으며 쫓겨나는 상황이에요.
행정가로는 인정받았지만, 수학자로는 평생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죠.
그는 자기 글자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마지막 책을 입으로 받아쓰게 했어요.
해임 이후 로바체프스키의 건강은 급격히 무너졌어요.
시력까지 잃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1855년, 죽음을 1년 앞두고 그는 제자들을 불러 앉혔어요.
눈이 안 보이니 직접 쓸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한 줄씩 불러주었고, 제자들이 받아 적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책이 "범기하학(Pangéométrie)"이에요.
평행선 공준 없이도 성립하는 기하학 전체를 집대성한 마지막 저작이었죠.
1856년, 로바체프스키는 자신의 이론이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12년이 흘렀어요.
1868년, 이탈리아 수학자 에우제니오 베트라미가 곡면 위에서 그의 기하학이 실제로 성립함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어요.
비로소 "천재"라는 말이 뒤늦게 붙기 시작했죠.
그리고 반세기 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세상에 나왔어요.
중력이 공간을 휜다는 이론, 우주가 평평하지 않다는 발견이에요.
그 이론이 세워진 수학적 토대가 바로 로바체프스키의 기하학이었어요.
평생 거절당한 작가가 죽고 나서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이야기와 비슷해요.
단, 그 책이 우주의 구조를 다시 쓴 책이라는 것만 달랐죠.
1826년 카잔의 그 강의실에서 침묵으로 맞이했던 발표.
그 침묵 속에, 우주가 굽어 있다는 진실이 담겨 있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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