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62년 1월 30일, 탄자니아의 한 시골 학교에서 세 소녀가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 웃음은 18개월 뒤에야 멈췄어요.
농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세 소녀가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이 번진 거예요.
당시 탕가니카(지금의 탄자니아) 카샤샤 마을의 미션스쿨에서는 95명 학생 전원이 웃음에 휩쓸렸고, 6주 만에 학교가 폐쇄됐어요.
회사에서 한 사람이 하품하면 줄줄이 따라하는 그 현상 아시죠?
그게 1년 반 동안 멈추지 않은 거예요.
웃음은 인근 마을로 퍼져 1000명 이상이 감염됐고, 학교 14개가 문을 닫았어요.
의학계는 이 사건을 집단 심인성 질환으로 분류했어요.
심인성이란 마음에서 시작한 신호가 실제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는 걸 말해요.
몸의 고장이 아니라 뇌가 주변 사람의 행동을 보고 "나도 저래야 해" 하고 따라 한 거예요.
반전은 여기서 나와요.
'웃음'이라는 행위 자체가 웃길 이유 없이도 전염됐다는 거예요.
웃기는 것도 없었는데 웃는 행동 하나가 1000명을 1년 반 동안 휘어잡은 셈이에요.

우리 몸은 웃음을 감정이 아닌 운동으로 분류해요.
스탠퍼드 정신과의 윌리엄 프라이는 이 사실을 처음 수치로 증명한 사람이에요.
그는 젤로톨로지(Gelotology), 즉 웃음학의 창시자로, 박장대소 1분 동안 산소 흡입량이 두 배로 늘고 횡격막, 복근, 얼굴 근육 등 15개 근육군이 동원된다는 걸 측정했어요.
젤로톨로지는 웃음의 생리적, 심리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헬스장에서 10분 뛰는 것과 거실에서 1분 웃는 것, 심박수와 산소 소비, 호르몬 반응 면에서 거의 같은 효과를 낸다는 거예요.
그런데 후속 연구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어요.
웃음 직후 코르티솔(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줄고, 기분을 끌어올리는 엔돌핀과 도파민이 나오고, NK세포(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 세포)의 활성도까지 올라간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정리하면, 웃을 때 우리 몸 안에서는 세 가지가 동시에 벌어져요.
폐가 풀가동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빠져나가고, 면역 병사들이 깨어나요.
헬스장을 10분 다녀온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죠?

한 잡지 편집자가 의사 대신 막스 형제를 처방받았고, 12년 뒤 그 처방전이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렸어요.
노먼 커즌스는 1964년 미국 새터데이리뷰의 편집장이었어요.
그는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는데, 척추 인대가 조금씩 굳어가는 자가면역질환이에요.
의사는 회복 확률을 500분의 1로 통보했어요.
커즌스는 그 통보를 들은 뒤 이상한 선택을 했어요.
병원 대신 호텔방을 빌리고, 막스 형제 영화와 캔디드 카메라를 하루 종일 틀었거든요.
캔디드 카메라는 196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몰래카메라 코미디 쇼예요.
결과는 놀라웠어요.
그는 이렇게 기록했어요. "10분 박장대소가 끝나면 2시간은 통증 없이 잘 수 있었어."
진통제 대신 코미디 영화를 처방받은 셈이에요.
커즌스는 결국 회복했고, 1976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자신의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했어요.
의학 학위가 없는 잡지 편집자가 의학계 최고 권위 저널에 실린 거예요.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UCLA 의대가 그를 부속 교수로 임용했거든요.
이건 그냥 "긍정적으로 살자"는 자기계발 이야기가 아니에요.
몸이 실제로 반응한 기록이에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가르는 근육이 눈가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몸은 그 차이에 속아요.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셴은 전기 자극으로 얼굴 근육을 하나씩 따로 활성화시켜 봤어요.
그가 발견한 건 이거예요. 진짜 기쁠 때의 웃음에는 광대 근육과 함께 반드시 눈가의 안륜근이 함께 수축해요.
안륜근은 눈 주위를 둥글게 감싸는 근육으로, 의지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억지로 흉내 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이 패턴이 뒤셴 미소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뒤셴 미소란 진짜 감정에서 우러난 웃음에만 나타나는 눈가 주름과 근육 수축의 조합이에요.
증명사진을 찍을 때 웃음이 어색하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안륜근을 마음대로 못 움직여서예요.
하지만 1988년, 독일 심리학자 프리츠 슈트락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가져왔어요.
그는 피험자들에게 펜을 가로로 물게 해서 광대 근육이 강제로 수축되도록, 즉 웃는 표정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그 상태로 만화를 보여줬더니 재미 평가 점수가 올라가고 코르티솔이 낮아졌어요.
뇌는 표정을 보고 감정을 역추적해요.
"내가 지금 웃는 표정을 하고 있네? 그러면 기분이 좋은 상황이겠지?" 하고 몸이 따라가는 거예요.
거울 앞에서 억지로 30초만 웃어보면 기분이 실제로 가벼워지는 그 경험, 바로 뇌가 표정에 속는 순간이에요.
탄자니아 소녀들의 전염되는 웃음도, 커즌스의 코미디 처방도, 슈트락의 펜 실험도 결국 같은 걸 보여줘요.
웃음은 기분의 결과가 아니라 기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마지막으로 배꼽 빠지게 웃은 게 언제였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2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