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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푸아송이 자기 손으로 적군의 이론을 증명하게 될 줄은, 그 누구보다 푸아송 본인이 몰랐다.
1818년, 프랑스 학사원이 광학 현상에 관한 논문상을 내걸었다.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를 두고 오래된 논쟁이 있었는데, 무명의 토목 기술자 오귀스탱 프레넬이 파동설을 옹호하는 논문을 제출했다.
심사위원이던 푸아송은 프레넬의 방정식을 직접 풀었다.
파동설이 틀렸음을 수학으로 증명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계산 끝에 나온 결론이 황당했다.
"둥근 원판으로 빛을 막으면 그림자 한가운데에 밝은 점이 생긴다."
빛을 막았는데 그림자 중심에 빛이 생긴다는 게 말이 되나.
푸아송은 이 결과를 파동설의 자충수로 제시했다.
회의에서 상대 안건을 깨려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더니, 상대가 완벽한 답을 내놓아 오히려 내 안건이 무너지는 상황과 같다.
그러나 천문학자 도미니크 아라고가 실제로 실험을 해버렸다.
동그란 금속 원판을 빛 앞에 두고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그 한가운데에 밝은 점이 실제로 보였다.
푸아송이 파동설을 매장하려고 꺼내 든 칼이, 그대로 자기 진영의 심장에 꽂혔다.

푸아송의 손은 사람을 살릴 만큼 정밀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 대신 별의 궤도를 다루는 자리에 앉았다.
부모는 아들을 외과의로 키우려 삼촌 밑에 도제로 보냈다.
그런데 붕대 하나 제대로 감지 못할 만큼 손재주가 없었다.
결국 가족은 포기하고 그를 일반 학교로 돌려보냈다.
공 한 번 제대로 차본 적 없는 아이가 체스 세계 챔피언의 길로 들어서듯, 푸아송에게는 수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18세에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 학교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수학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입학하자마자 천문학자 라플라스와 수학자 라그랑주의 눈에 띄었다.
라플라스는 태양계의 운동 전체를 수학으로 정리한 사람이고, 라그랑주는 물체의 운동 법칙을 방정식 한 묶음으로 바꿔놓은 사람이었다.
졸업하기도 전에 모교의 교수로 임용됐다.
손재주 없어 쫓겨난 소년이, 손 대신 머릿속으로 우주를 다루는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푸아송이 처음 그 분포를 던진 곳은 통신망도 공장도 아니었다.
법정이었다.
푸아송 분포는 오늘날 카카오톡 서버에 1초에 몇 개의 메시지가 들어오는지, 병원 응급실에 한 시간 동안 몇 명의 환자가 오는지 예측하는 데 쓰인다.
드문 사건이 일정 시간 동안 몇 번 일어날지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그런데 1837년 푸아송이 그 공식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책의 제목은 『민·형사 사건 판결의 확률에 관한 연구』였다.
당시 프랑스 배심원 제도에는 오류가 있었다.
죄 없는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는 일이 생겼는데, 그게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아무도 제대로 셀 수 없었다.
푸아송은 그 드문 비극이 한 해에 몇 번쯤 일어날지를 계산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오늘날 통계학 교과서의 필수 항목이 된 분포식이다.
"카톡이 1분에 몇 번 울릴까"를 세는 그 공식이, 원래는 "한 해에 무고한 사람이 몇 명 감옥에 갈까"라는 질문에서 태어난 것이다.
푸아송 반점이 모두에게 보인 뒤에도, 푸아송의 칠판에서는 빛이 여전히 입자였다.
푸아송 반점은 그가 파동설을 반박하려다 예측하고 만 그 그림자 속 밝은 점에 후대가 붙여준 이름이다.
1819년 아라고의 실험이 그 점을 확인한 후, 프레넬의 파동설은 학계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푸아송은 달랐다.
그는 강의실에서 평생 빛을 입자의 흐름으로 가르쳤다.
자기가 찍은 사진이 자기 주장과 정반대의 증거인데도, 끝내 그 사진을 변론에서 빼지 않는 변호사를 떠올리면 된다.
푸아송이 꺼내든 수학이 파동설을 살려냈지만, 그의 확신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1840년 사망할 때까지 파동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록이 없다.
그가 남긴 말이 있다.
"인생은 오직 두 가지에 좋다. 수학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
자기 계산이 만든 증거를 자기가 끝내 거부했다는 사실 앞에서, 이 말이 좀 다르게 들리지 않나.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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