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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신은 창조했고, 린네는 정리했다."
이 문장은 누군가의 비판이 아니에요.
카를 폰 린네가 말년 자서전에 직접 쓴, 자기 자신을 향한 헌사예요.
오늘날로 치면 신입 직원이 업무 평가서에 "CEO는 만들었고, 나는 정리했다"라고 적은 것과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웃음보다 고개가 끄덕여져요.
린네는 그 말이 틀리지 않을 만큼의 일을 실제로 해냈거든요.
1735년, 린네는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를 세상에 내놓아요.
지구상의 생물 전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하겠다는 야심찬 시도였어요.
그런데 그 초판의 두께가 단 11쪽이에요.
11쪽짜리 팸플릿이 출발점이었지만, 린네는 멈추지 않았어요.
수십 년간 개정을 거듭하면서 이 책은 생물 분류학의 기준이 돼요.
결국 그 얇은 종이 위의 체계가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학명 시스템의 뿌리가 됐어요.

린네의 책상 위에 새 표본이 도착할 때마다, 어딘가에서는 그의 제자 한 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어요.
린네는 자신의 뛰어난 제자들을 '사도(apostles)'라 불렀어요.
예수의 제자처럼 스승의 지식 체계를 전 세계로 퍼뜨릴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1740년대부터 1760년대에 걸쳐, 그는 17명의 사도를 세계 각지로 파견해요.
목적은 단 하나, 표본 수집이었어요.
그런데 17명 중 7명이 돌아오지 못했어요.
열병, 난파, 살해 같은 이유로요.
살아 돌아온 제자들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아요.
다니엘 솔란데르는 쿡 선장의 1차 항해에 동승해 태평양을 건넜고, 페르 칼름은 북아메리카에서 식물 700종을 채집해 돌아왔어요.
하지만 어떤 사도는 그 700종을 가져올 기회조차 얻지 못했어요.
교수가 논문 자료를 위해 대학원생을 분쟁 지역에 단신으로 보내는 상황을 떠올려봐요.
그것도 열일곱 명을.
린네에게 분류 체계의 완성은 사명이었고, 제자들의 목숨은 그 사명 앞에서 때로 표본과 같은 무게를 가졌어요.

린네는 식물을 분류하기 위해 꽃 안을 들여다봤고, 그곳에서 신혼부부의 침실을 봤어요.
린네의 식물 분류법은 '성 체계(Systema Sexuale)'예요.
꽃 안의 수술과 암술 개수를 세서 식물을 24개 그룹으로 나누는 방식이에요.
수술은 '남편', 암술은 '아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린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학술 논문에 "한 남편이 두 아내와 같은 침대에 든다"는 표현을 그대로 썼거든요.
수술 한 개에 암술 두 개인 식물을 설명하는 방식으로요.
1737년, 페테르부르크 과학원의 식물학자 요한 지게스벡이 이를 공개 비난했어요.
"불경한 음란물"이라고요.
가장 건조해야 할 분류학 교과서가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외설적인 책으로 지목된 거예요.

다윈이 태어나기 51년 전, 한 신실한 루터교도가 인간에게 학명을 붙였어요.
그 학명이 들어간 칸의 이름은 '원숭이'였어요.
1758년, 린네는 『자연의 체계』 10판에서 인간을 영장류(Primates)에 넣어요.
침팬지, 오랑우탄과 같은 칸이에요.
그리고 인간에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학명을 부여했어요.
문제는 근거였어요.
린네는 인간과 원숭이를 갈라놓을 해부학적 기준을 끝내 찾지 못했어요.
그는 편지에 이렇게 고백해요. "솔직히 인간과 원숭이를 나눌 속 기준을 나는 모르겠어."
'속'이란 비슷한 종들을 묶는 생물 분류 단위예요.
개와 늑대가 같은 속인 것처럼, 기준을 못 찾겠다는 건 인간과 원숭이가 사실상 한 묶음일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도 린네는 일단 인간을 원숭이 옆에 놓았어요.
당시 유럽은 기독교 세계관이 지배하던 시대였어요.
인간은 신이 특별히 창조한 존재이고, 동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모두의 상식이었죠.
하지만 독실한 루터교 신자 린네는 그 상식을 학명 하나로 조용히 뒤집었어요.
다윈의 『종의 기원』이 폭풍을 일으킨 건 1859년이에요.
린네가 인간에게 'Homo sapiens'를 붙인 건 1758년이고요.
진화론의 진짜 도화선이 다윈이 아니라, 꽃을 분류하던 한 식물학자가 슬며시 인간을 원숭이 옆에 끼워넣은 그 순간이었는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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