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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행복 호르몬은 뇌가 만든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그 90퍼센트는 장에서 미생물이 만들고 있었어요.
세로토닌은 기분,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에요.
우울증 치료제 대부분이 이 세로토닌을 겨냥하고 있을 만큼, 우리는 이걸 전형적인 '뇌의 물질'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2015년, 캘리포니아 공대의 엘레인 샤오 연구팀이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어요.
세로토닌의 약 90퍼센트가 소장 안쪽 벽에 있는 세포, 정확히는 장크롬친화세포(EC세포)에서 합성되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이 생산을 직접 자극하는 건 장 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었어요.
뇌가 기분을 만든다는 그림에서, 원료 공장이 사실 소장 안에 있었던 셈이에요.
오늘 점심을 굶었을 때 이유 없이 짜증이 났던 경험, 기억하나요?
뇌가 무거웠던 게 아니라, 배가 비어서 미생물 공장이 멈췄던 거였을 수도 있어요.

소심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대담한 쥐에게 옮겼어요.
그 쥐는 소심해졌어요.
2011년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베르체크 연구팀이 이 실험을 했을 때, 연구자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성격은 유전과 경험이 만드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결과는 분명했어요. 미생물이 바뀌자 쥐의 행동 패턴도 바뀌었어요.
같은 해 아일랜드 코크 대학의 존 크라이언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갔어요.
락토바실루스 람노수스라는 특정 유산균을 먹인 쥐는 미로 실험에서 불안 행동이 절반으로 줄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뚝 떨어졌어요.
아예 미생물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무균 생쥐는 더 충격적이었어요.
이 쥐들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았어요. 포식자 냄새가 나는 공간에도 태연하게 들어갔어요.
"대담한 게 아니라, 두려움을 배우는 회로 자체가 작동 안 했던 거예요." 연구자들은 이렇게 해석했어요.
유전자가 같아도 장내 미생물이 다르면 성격이 달라졌어요.
성격이란 유전과 환경이 빚는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에, 미생물이라는 세 번째 변수가 끼어들어 버렸어요.

뇌가 장을 통제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아요.
케이블을 흐르는 신호의 약 90퍼센트는 장이 뇌에게 보내는 보고였어요.
미주신경은 뇌줄기에서 출발해 심장, 폐, 위장, 소장을 관통하는 긴 신경 다발이에요.
몸 안에서 가장 긴 신경 중 하나고, 이름 자체가 라틴어로 '방랑하는 신경'이에요.
그 이름만큼이나 넓은 곳을 누비며 정보를 실어 나르는데, 방향이 우리 생각과 반대였어요.
2018년 듀크 대학의 디에고 보르케스 연구팀은 장 내벽 세포가 미주신경과 직접 시냅스를 이룬다는 사실을 밝혔어요.
시냅스는 뇌 속 뉴런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지점이에요. 그런데 그 연결이 장 세포와 신경 사이에도 있었던 거예요.
음식 정보가 장에서 뇌로 전달되는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았어요.
회사에 들어오는 정보의 80퍼센트가 임원실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아니라,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라면 진짜 의사결정자는 누구일까요?
장과 뇌의 관계가 딱 그래요.
뇌는 명령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보고받는 쪽에 더 가까웠어요.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비정상 단백질은, 발병 수십 년 전 이미 그들의 장에 있었어요.
2003년 독일의 신경병리학자 하이코 브라크는 파킨슨병의 핵심 단서를 추적했어요.
파킨슨병에서는 뇌 세포 안에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 쌓이는 일이 벌어져요.
브라크가 발견한 건, 이 단백질 덩어리가 뇌에서 처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어요.
장 신경세포와 후각 신경, 그러니까 뇌와 거리가 먼 말단에서 먼저 발견됐어요.
브라크는 이를 '브라크 가설'로 정리했어요. 병이 뇌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장이나 코에서 출발해 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온다는 가설이에요.
2019년 존스홉킨스 대학의 한승현 연구팀이 이걸 영상으로 보여줬어요.
생쥐의 장에 이 단백질을 주입하자, 미주신경을 따라 뇌까지 7~10개월에 걸쳐 기어 올라가는 게 촬영됐어요.
그리고 덴마크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2015)는 미주신경을 절제한 사람이 파킨슨병 발병률이 40퍼센트 낮다는 결과를 내놨어요.
사무실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불은 사실 지하 주차장에서 시작돼 환기구를 타고 올라온 것과 같은 상황이에요.
경보가 울린 곳과 불이 시작된 곳이 달랐어요.
수십 년 동안 뇌의 병으로 분류했던 파킨슨병이, 어쩌면 처음부터 다른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다면, 우리는 지금껏 어디를 보고 있었던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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