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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유럽 최고 수준의 수학자 중 한 명은 사실 직장이 없었다.
레오폴트 크로네커는 32세였던 1855년, 가업과 부동산 사업을 정리하고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자산을 손에 쥐었다.
그런 다음 베를린으로 이사해 봉급 한 푼 받지 않고 수학 연구를 시작했다.
오늘날로 치면 30대 초반에 스타트업을 매각하고 대학원 연구실에 무급 객원으로 눌러앉은 격이다.
1861년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지만, 교수직은 한참 동안 사양했다.
봉급도 없고 공식 직함도 없는 '아마추어'가 당대 유럽 수학계의 핵심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크로네커는 그냥 부유한 수학 애호가가 아니었다.
대수적 정수론, 즉 정수들 사이의 패턴과 관계를 탐구하는 수학 분야에서 그는 현대 수학의 기초를 놓은 인물이었다.
돈도 있고 실력도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합쳐지면 때로 굉장히 위험한 확신이 생긴다.
수학자의 입에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한 문장이 1886년 베를린에서 나왔다.
"신은 정수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의 작품이다."
크로네커가 베를린 자연과학자·의사 학회 강연장에서 직접 한 말이다.
정수란 1, 2, 3처럼 딱 떨어지는 수다.
반면 π(파이)는 3.14159…로 소수점 아래가 끝없이 이어지고, √2(루트 2)는 1.41421…로 마찬가지다.
크로네커의 논리는 간결했다. "유한한 단계를 거쳐 만들어낼 수 없는 수는 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손으로 직접 계산해서 끝까지 쓸 수 없는 수는 진짜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π와 √2 없이는 원의 넓이도, 직각삼각형의 빗변도 계산할 수 없다.
미적분학 전체가 크로네커가 '환상'이라 부른 실수 체계 위에 서 있었다.
더 아이러니한 건 크로네커 본인의 이력이다.
대수적 정수론의 토대를 세운 그 사람이, 정작 수학의 절반을 이루는 실수 체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 확신이 향한 다음 표적은 한 명의 후배 수학자였다.

한 학자가 다른 학자를 망가뜨리는 데 십여 년을 썼다.
게오르크 칸토어는 크로네커와 같은 베를린 수학계 출신의 후배였다.
1874년, 칸토어는 "무한에도 서로 다른 크기가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자연수(1, 2, 3…)의 개수와 짝수(2, 4, 6…)의 개수는 같은 크기의 무한이지만, 실수 전체의 개수는 그것보다 '더 큰' 무한이라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칸토어는 논리적으로 반박 불가능한 방식으로 그것을 보여냈다.
그런데 크로네커의 눈에 이건 수학이 아니었다.
크로네커는 칸토어의 연구를 "수학적 광기"이자 "사이비 과학"이라 공격했다.
베를린대 교수직 임용을 조직적으로 차단했고, 학술지 Acta Mathematica의 편집장에게 칸토어 논문의 게재를 막으라고 압력을 넣었다.
멘토가 제자의 연구를 학회마다 따라다니며 짓밟는 상황이 수년간 계속됐다.
결국 칸토어는 1884년 첫 우울증 발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그는 평생 입원과 회복을 반복했다.
칸토어 본인은 자신의 정신적 붕괴가 크로네커의 끈질긴 공격과 무관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가 평생 부정한 무한은, 지금 모든 대학 1학년이 배우는 상식이 되었다.
크로네커는 1891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사후, 칸토어의 집합론, 즉 서로 다른 크기의 무한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수학 이론은 20세기 수학의 표준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다비트 힐베르트, 20세기 초 수학계를 이끈 독일 수학자는 이렇게 선언했다.
"누구도 우리를 칸토어가 만든 낙원에서 추방할 수 없다."
크로네커가 사이비라고 불렀던 것이 이제 수학의 낙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크로네커의 "유한한 단계로 구성 가능한 것만 수학이다"라는 원칙은 브라우어의 직관주의, 즉 실제로 손으로 구성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만 수학적 존재로 인정하는 사상으로 이름을 바꿔 부활했다.
그리고 오늘날 코드로 수학적 증명을 검증하는 형식적 검증 시스템들이 정확히 그 원칙 위에 서 있다.
평생 무한을 부정했던 그 사람이 틀렸던 걸까, 아니면 옳은 것을 가장 나쁜 방식으로 주장했던 걸까.
어쩌면 크로네커는 너무 일찍 옳았고, 그래서 너무 많은 것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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