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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89년까지 인류는 1+1=2를 엄밀하게 증명할 도구조차 갖고 있지 않았어요.
사과 한 개를 셀 줄은 누구나 알죠.
하지만 "1이 정확히 뭐야?"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하나... 그냥 하나잖아요."
그게 전부예요.
수천 년 동안 수학자들도 다르지 않았어요.
1889년, 이탈리아 수학자 주세페 페아노는 「산술의 원리(Arithmetices principia)」라는 얇은 논문을 펴냈어요.
그 안에는 단 다섯 개의 문장, 페아노 공리가 담겨 있었어요.
0은 자연수다.
모든 자연수 n에는 다음 수가 있다.
0은 어떤 자연수의 다음 수도 아니다.
서로 다른 자연수는 서로 다른 다음 수를 가진다.
0이 어떤 성질을 갖고, 어떤 자연수가 그 성질을 가지면 그 다음 수도 그 성질을 가질 때, 모든 자연수가 그 성질을 갖는다.
이게 전부예요.
이 다섯 줄로 1, 2, 3, 4... 무한히 이어지는 자연수 전체가 처음으로 엄밀하게 정의됩니다.
비유하자면, "사과"라는 말을 쓰기 전에 "사과란 무엇인가"를 법적으로 정의한 거예요.
그게 없으면 판사가 "사과 먹는 게 위법이냐"를 따질 방법이 없거든요.
수학도 마찬가지였어요.
1이 뭔지 정의하지 않으면,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계산은 모래 위의 건물이에요.
페아노가 한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혁명적이었어요.
수학의 토대 자체를 처음으로 땅에 박은 거예요.
페아노는 자연수를 정의한 다음 해, 단 한 줄로 평면 전체를 채워버렸어요.
1890년의 일이에요.
페아노가 발표한 건 공간 채움 곡선(space-filling curve)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실 한 가닥이 방바닥 전체를 빈틈 없이 덮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가능해요? 실은 선이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선은 1차원이고, 평면은 2차원이에요.
차원이 다르면 서로 침범할 수 없다는 게 당대 수학자들의 상식이었어요.
선이 아무리 길어봤자 평면을 다 채울 수는 없다, 마치 실 한 가닥이 아무리 길어도 침대 시트가 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런데 페아노가 보인 건 달랐어요.
선을 무한히 접고 또 접으면, 결국 평면 위의 모든 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통과하는 경로가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반박 불가능하게요.
당대 수학자들의 반응은 "이건 수학이 아니야"에 가까웠어요.
"괴물(monster)"이라고 불렀을 정도예요.
직관 전체가 무너졌으니까요.
하지만 페아노는 틀리지 않았어요.
이 곡선은 훗날 프랙탈 기하학의 선구 개념이 됐고, 컴퓨터 과학에서 데이터를 공간에 효율적으로 배열하는 알고리즘의 뿌리가 됐어요.
괴물이 사실은 미래였던 거예요.

페아노의 수업은 너무 정확해서, 학생들 누구도 알아듣지 못했어요.
페아노는 토리노 왕립 군사학교에서 미적분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칠판에 판서를 시작하면 이런 기호들이 빼곡히 들어찼어요.
∀x ∃y (x ∈ ℕ → ¬(y = 0))
이건 페아노가 직접 개발한 수학 기호 체계예요.
∀는 "모든", ∃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은 "~에 속한다"는 뜻이에요.
오늘날 수학 교과서에 그대로 쓰이는 기호들이죠.
문제는, 군사학교 학생들이 그걸 배운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칠판은 암호문이나 다름없었어요.
학생들의 항의가 쌓이자, 결국 페아노는 그 강좌에서 배제됐어요.
아이러니가 있어요.
페아노가 평생 추구한 건 "누구나 오해할 수 없는 완벽한 언어"였어요.
그런데 그 언어는 정작 눈앞의 학생들이 가장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됐어요.
모든 단어를 법률 조항처럼 정의해가며 말하는 사람을 생각해봐요.
틀린 말은 한 마디도 안 해요.
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페아노의 강의가 딱 그랬어요.
완벽함이 소통을 죽인 거예요.
페아노는 죽기 전, 자신이 쓴 모든 수학을 누구도 읽지 않을 언어로 다시 써내려갔어요.
노년의 페아노는 수학보다 언어에 빠져 있었어요.
그가 만든 건 라티노 시네 플렉시오네(Latino sine flexione)였어요.
번역하면 "굴절 없는 라틴어"예요.
라틴어는 명사와 동사가 격, 수, 시제에 따라 형태가 계속 바뀌어요.
예를 들어 "나는 사랑한다", "그는 사랑한다", "우리는 사랑했다"처럼, 같은 단어가 상황마다 다른 모양이 되는 거예요.
페아노는 그 변화를 전부 없애버렸어요. 의미는 유지하되, 형태는 고정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 학습 장벽이 사라지잖아."
그 결과물이 1908년에 나온 「수학 정식집(Formulario Mathematico)」 제5판이에요.
4200개가 넘는 수학 정리가 이 언어와 자신의 기호 체계로 빼곡히 채워진 책이에요.
하지만 읽은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기호도 낯설고, 언어도 낯설었으니까요.
평생의 작품 전체를 자신만 쓰는 사투리로 다시 번역한 작가, 페아노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페아노가 만든 언어는 사라졌지만, 그 언어로 말하려 했던 것들은 살아남았어요.
∀, ∃, ∈, 그리고 자연수의 다섯 공리는 오늘날 모든 수학 교과서의 첫 페이지에 인쇄돼 있어요.
그러면 페아노는 성공한 걸까요, 실패한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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