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미생물학을 사실상 세운 사람이 환자를 합법적으로 진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파스퇴르는 원래 분자의 좌우 비대칭성을 연구하는 화학자였다.
"결정학"이라고 부르는 분야인데, 소금이나 설탕 같은 결정체가 왜 특정 방향으로만 빛을 꺾는지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기묘한 유언이 있었다.
죽기 전 파스퇴르는 실험 노트 102권을 가족에게 넘기며 한 가지를 당부했다.
"절대 공개하지 말 것."
그 노트들은 1995년까지 봉인된 채 있었다.
과학사학자 제럴드 가이슨이 마침내 노트를 분석해 책으로 출판하자, 교과서가 말해주지 않은 사실들이 터져 나왔다.
한 세기 동안 잠긴 노트 안에는, 파스퇴르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파스퇴르가 있었다.

파스퇴르가 논쟁에서 이긴 그날, 그는 라이벌의 가장 강한 실험 결과를 발표에서 빼버렸다.
자연발생설이란 "생명이 부패물에서 저절로 솟아난다"는 주장으로, 당시 유럽 과학계의 정설이었다.
쉽게 말해 "방치된 음식에서 벌레가 태어난다"고 믿었던 것처럼, 미생물도 그냥 생겨난다고 본 것이다.
1860년대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파스퇴르와 펠릭스 푸셰는 공개 결투를 벌였다.
파스퇴르는 목이 S자로 휘어진 백조목 플라스크에 끓인 고기 수프를 넣고 몇 달간 방치했다.
공기는 드나들 수 있지만, 먼지에 실려 떠다니는 미생물은 S자 굴곡에 걸려 수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몇 달이 지나도 수프는 썩지 않았다.
"생명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이 증명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이슨이 노트를 들여다보니, 푸셰도 실제로는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스퇴르는 그 결과를 발표에서 제외했다.
토론 대회에서 상대방의 가장 강력한 논거를 슬쩍 빼버리고 무대에 오른 것과 같다.
교과서가 "정의로운 과학의 승리"라고 부른 그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순간이었다.

냉장고에서 우유팩을 꺼낼 때마다, 당신은 파스퇴르가 와인을 구한 그 실험의 결과물을 마시는 셈이다.
1860년대 프랑스 와인 산업은 원인 불명의 부패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
급기야 나폴레옹 3세가 직접 파스퇴르에게 해결책을 의뢰했다.
파스퇴르는 현미경으로 와인 속 미생물을 들여다봤고, 그 미생물들이 부패의 주범임을 알아냈다.
그리고 60~65℃로 짧게 가열하면 맛은 살리면서 잡균만 죽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오늘날 우유, 맥주, 주스 팩에 적용되는 저온살균법이 이렇게 태어났고, 영어로는 그의 이름을 딴 'pasteurization'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진짜 반전이 있다.
훗날 수술실과 현대 의학을 통째로 바꾸게 될 세균설이, 병원 연구소가 아니라 와인 양조장에서 먼저 검증됐다는 것이다.
인류를 구한 무균 의술의 뿌리가 술통에 있었던 셈이다.

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1885년의 그 주사는, 엄격히 따지면 불법이었다.
1885년 7월 6일, 알자스 시골에서 광견에 열네 군데나 물린 9살 소년 조셉 마이스터가 파스퇴르를 찾아왔다.
당시 광견병에 물리면 죽는다는 건 상식이었다.
파스퇴르에게는 토끼 척수에서 추출해 약독화한 광견병 백신이 있었다.
약독화란 바이러스의 독성을 줄여 몸이 스스로 대응하는 법을 익히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백신을 사람에게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파스퇴르 본인은 의사 면허조차 없었다.
응급실에서 의사 자격도 없는 사람이 "이거 동물 실험만 해봤는데 한번 맞아볼래?"라고 묻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그런데 파스퇴르는 주사를 놓기로 결정했다.
노트에는 그가 첫 주사 전 두 명의 의사를 불러 입회를 부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두 사람은 의학적 조언을 위해 부른 게 아니었다.
잘못됐을 때 법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줄 증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파스퇴르는 자신이 어떤 선을 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10일에 걸쳐 13번의 주사가 이어졌다.
마이스터는 살아남았고, 이 사건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백신학의 공식 출발점이 됐다.
면허도 없고, 인체 임상도 없고, 법적으로는 불법인 주사 한 대가 그 시작이었다.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2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