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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존 밀너의 첫 논문은 그가 숙제인 줄 알고 풀어낸 미해결 난제였어요.
1949년, 프린스턴 대학교 1학년이던 19살 밀너는 강의실 칠판에 적힌 문제를 봤어요.
교수가 내준 숙제인 줄 알고, 며칠 뒤 풀어서 제출했어요.
그런데 그 문제는 수학자들이 수십 년간 손을 못 댄 미해결 난제였어요.
교수가 무심코 칠판에 적어둔 거였고, 당연히 아무도 못 풀 거라고 생각했죠.
밀너가 답안지를 내밀었을 때 교수의 표정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이 가지 않나요?
딱 이런 상황이에요.
회식 자리에서 농담처럼 던진 문제를 신입사원이 진지하게 풀어왔는데, 알고 보니 회사가 10년간 매달린 난제였던 거예요.
이 결과는 Fáry-Milnor 정리로 정식 발표됐어요.
매듭이 완전히 평평하지 않으려면 총 곡률이 4π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매듭 이론의 핵심 기반으로, 지금도 수학 교과서에 실려 있어요.
"구는 어디서 봐도 그냥 구잖아요"라는 인류의 상식을 깬 사람이 존 밀너예요.
1956년 밀너가 발표한 논문 하나가 수학계를 뒤집어 놨어요.
7차원 구가 겉모양은 똑같은 구이지만, 내부 수학적 구조는 무려 28가지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예요.
농구공 28개가 있다고 해요.
겉에서 보면 다 똑같이 생겼지만, 공의 '내부 결'이 제각각 달라서 수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물체라는 거예요.
그게 이 발견의 핵심이에요.
당시 수학자들은 "구는 차원이 몇이든 하나뿐이야"라고 당연하게 믿어왔어요.
밀너는 그 직관을 산산조각 냈어요.
이 발견을 이국적 구(exotic sphere)라고 불러요.
위상수학적으로는 같은 구인데 미분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개념이에요.
표면을 구부리거나 늘려서 같은 모양을 만들 수는 있지만, 수학적으로 매끄럽게 변환하는 방법이 전혀 달라요.
"이게 같은 구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발견이에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걸 증명한 사람이 이미 7년 전 19살 때 미해결 난제를 풀어버린 그 밀너였다는 거예요.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4개의 큰 상이 있어요.
존 밀너는 그 4개를 다 받았어요.
필즈상은 40세 이하 수학자에게만 주는 상이에요.
4년마다 최대 4명에게만 돌아가고, 수학계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혀요.
밀너는 1962년 이 상을 받았어요.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요.
1989년에는 평생 업적을 기리는 울프상, 2011년에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벨상을 받았어요.
거기에 미국수학회 스틸상까지 더하면 4관왕이에요.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상, 경제학상을 한 명이 다 받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예요.
일생에 한 번도 받기 어려운 상들을 네 개나 챙긴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이 실제로 존재해요.
존 밀너의 이름을 가장 자주 마주치는 곳은 학회 논문이 아니라 대학원 1학년 교과서예요.
그가 쓴 「미분 관점에서 본 위상수학」과 「모스 이론」은 얇고 명료한 책이에요.
각각 50~70페이지 남짓인데, 출판된 지 60년이 넘은 지금도 전 세계 수학 대학원의 첫 입문서로 쓰여요.
모스 이론이란 공간의 모양을 함수의 꼭짓점과 골짜기로 분석하는 방법이에요.
등산로 지형을 수학으로 바꾼 것과 비슷한데, 어떤 복잡한 공간도 최고점과 최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발상이에요.
밀너의 책은 그 낯선 세계를 가장 짧은 경로로 안내해줘요.
가장 어려운 분야를 개척한 사람이 동시에 가장 친절한 입문서를 쓴 거예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중고생을 위한 소설 입문서까지 써준 것과 같은, 보기 드문 조합이죠.
그 교과서를 처음 펼치는 대학원생들은 아마 모를 거예요.
인류의 상식을 깨고, 7차원의 구를 28가지로 분류해낸 그 손이 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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