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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그는 평생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
1500편이 넘는 수학 논문을 쓴 헝가리 수학자 폴 에르되시(Paul Erdős)는 20세기 가장 많은 공동연구를 한 수학자예요.
그런데 정작 그에게는 자기 책상도, 자기 사무실도, 자기 침대도 없었어요.
그의 방문 방식은 단순했어요.
가방 하나를 들고 동료 수학자의 집 현관에 나타나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내 머리가 열렸다(My brain is open)."
그 말 한마디가 방문 예고이자 공동연구 시작 신호였어요.
에르되시는 며칠 동안 그 집에 묵으며 문제를 함께 풀고, 논문을 쓰고, 다음 도시로 떠났어요.
이걸 60년 넘게 반복했어요.
캐리어 하나로 친구 집을 전전하는 사람의 한 달짜리 불편함이, 그에게는 평생의 선택이었어요.
그는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집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수학만 있으면 충분했거든요.
음수를 스스로 발견한 4살짜리 천재는, 17년 뒤에야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빵에 버터를 발랐어요.
음수는 0보다 작은 수예요.
오늘날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개념이지만, 4살 아이가 스스로 이 개념에 도달한다는 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에요.
어머니 안나(Anna)는 천재 아들을 학교에 거의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웠어요.
밥도, 옷도, 세탁도 모두 어머니가 해줬어요.
그 결과 에르되시는 21살이 될 때까지 빵에 버터를 직접 발라본 적이 없었어요.
평생 운전도 못 했고, 어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은 어디를 가든 어머니를 데리고 다녔어요.
수학적으로는 세계를 여행한 어른이, 일상에서는 평생 어린아이로 머물렀어요.
명문대 졸업 후에도 부모님이 도시락과 빨래를 해주는 30대의 모습 있잖아요.
그게 에르되시의 평생이었어요.
다만 그 시간 동안 그는 세계 수학의 역사를 바꾸고 있었어요.
그의 책상 위에는 늘 커피잔과 알약 통이 함께 놓여 있었어요.
에르되시는 하루 19시간씩 수학 문제를 풀었어요.
그걸 가능하게 한 건 천재성만이 아니었어요.
강한 커피와 카페인 알약, 그리고 암페타민 덕분이기도 했어요.
암페타민은 집중력과 각성을 높이는 각성제로, 오늘날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에요.
그는 벤제드린과 리탈린 같은 약을 일상적으로 복용하며 연구를 이어갔어요.
동료 수학자 론 그레이엄(Ron Graham)이 제안했어요.
"한 달만 약을 끊을 수 있어? 500달러 걸게."
에르되시는 정말로 한 달을 끊어 보였어요.
돈을 받고 난 뒤, 바로 다시 약을 먹기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수학을 한 달 후퇴시켰어."
우리가 천재성이라 부르는 것의 일부가 약병에서 나왔다는 이야기예요.
시험 기간에 에너지 드링크와 카페인 알약으로 밤을 새우는 학생의 풍경이, 그에게는 60년짜리 일과였어요.
그는 5만 달러짜리 수표를 받은 그날, 720달러만 남기고 모두 흩어버렸어요.
1983년 에르되시는 울프상(Wolf Prize)을 받았어요.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에 버금가는 권위의 상으로, 상금이 5만 달러였어요.
그는 그 돈을 거의 다 가난한 학생과 자선단체에 기부했어요.
그리고 자기 손으로 풀지 못한 수학 미해결 문제에 직접 현상금을 걸었어요.
문제 난이도에 따라 25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 진짜 돈을 걸었어요.
가난한 수학도에게 익명으로 학비를 보내주는 일도 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건 1996년이었어요.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수학 학회에서 강연을 마치고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노트에 수식을 적고 있었다고 해요.
평생 집도 없고, 통장 잔고도 없던 사람이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수학자에게 돈을 나눠준 사람이 됐어요.
그가 남긴 건 논문 1500편과, 이름 모를 학생들이 받은 익명의 학비였어요.
가방 하나로 살았던 그 사람이 남긴 게, 어쩌면 집 한 채를 지키며 산 사람들보다 많았을지도 모르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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