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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 사람의 강연이 100년 동안 전 세계 수학자들의 숙제장이 됐어요.
1900년 파리, 다비트 힐베르트는 국제수학자대회 단상에 올라 23개의 미해결 문제 목록을 발표했어요.
38세의 수학자가 칠판에 번호를 매겨 적어놓은 이 리스트는, 이후 100년 동안 수학계의 공식 To-Do 목록이 됐어요.
비유하면 이래요.
한 사람이 회의에서 화이트보드에 문제 23개를 적어놓고 자리를 떴는데, 100년 뒤에도 후배들이 그 화이트보드 앞에 모여 한 줄씩 지우고 있는 거예요.
21세기 오늘까지도 23개 중 일부는 아직 아무도 풀지 못했어요.
힐베르트가 대단한 건 문제를 많이 풀어서가 아니에요.
그는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를 결정했어요.
수학이라는 분야의 방향 자체를 한 번의 강연으로 설계한 사람이에요.
힐베르트는 수학을 인간의 직관에서 떼어내, 스스로 답을 뱉는 기계로 바꾸려 했어요.
1920년대에 그는 힐베르트 프로그램이라는 거대한 기획을 밀어붙였어요.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해요.
수학의 모든 진리를 소수의 공리에서 출발해 기계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다는 거예요.
공리란 "두 점 사이에는 하나의 직선이 존재한다"처럼, 더 이상 증명이 필요 없이 그냥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약속이에요.
힐베르트는 이 공리들을 최소한으로 정리해두면, 나머지 수학은 전부 자동으로 증명된다고 믿었어요.
세상 모든 단어의 정의를 한 권의 사전에 빠짐없이 담아두고, 그 사전만 있으면 어떤 문장이든 참인지 거짓인지 자동으로 판정할 수 있다고 선언한 거예요.
수학에서 인간의 "감"과 "직관"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꿈이었어요.
그리고 힐베르트는 이 꿈에 너무도 확신이 있었어요.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알 것이다(Wir müssen wissen, wir werden wissen)"라는 말을 그는 나중에 묘비에까지 새기게 했어요.
무덤 앞에 서는 사람들도 이 선언을 읽게 하고 싶었던 거예요.
힐베르트가 라디오에서 "우리는 알 것이다"라고 외친 다음 날, 같은 도시 강의실에서 한 청년이 그 문장을 무효로 만들었어요.
1930년 쾨니히스베르크 학회였어요.
힐베르트는 라디오 연설에서 자신의 신념을 온 세상에 공표했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같은 도시에서 24세의 쿠르트 괴델이 불완전성 정리를 처음 발표했어요.
불완전성 정리란 이런 내용이에요.
어떤 수학 체계도, 아무리 완벽하게 공리를 쌓아 올려도, 그 체계 안에서 참인지 거짓인지 판정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힐베르트가 꿈꾼 "완벽한 수학 기계"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증명이에요.
회사에 비유하자면 이래요.
사장이 "우리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사내 방송을 한 다음 날, 신입사원이 회계장부에서 치명적 결함을 발견해 발표한 거예요.
그것도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수학적 증명으로요.
그 발표는 수학계 전체에 빠르게 퍼졌어요.
30년을 바쳐온 거대한 기획이 24세 청년의 논문 한 편으로 불가능임이 밝혀진 거예요.
힐베르트는 결코 이 결론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힐베르트는 자신이 만든 수학의 수도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봐야 했어요.
괴팅겐은 힐베르트가 수십 년을 바쳐 일군 도시예요.
독일 북부의 이 작은 대학도시를 그는 세계 수학의 중심지로 키웠어요.
전 세계에서 수학자들이 괴팅겐으로 유학을 왔고, 괴팅겐에서 배운 사람들이 20세기 수학을 이끌었어요.
그런데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잡으면서 모든 게 달라졌어요.
나치 정권은 유대인 교수와 학자들을 대학에서 강제로 내쫓았어요.
힐베르트의 동료와 제자 대부분이 유대인이었어요.
어느 만찬 자리에서 나치 교육부 장관이 힐베르트에게 물었어요.
"유대인들이 떠난 지금, 괴팅겐 수학은 어떻습니까?"
힐베르트는 짧게 대답했어요.
"괴팅겐 수학? 그런 건 이제 없습니다."
평생 가꾼 정원의 나무가 어느 봄에 한꺼번에 뽑혀나가고, 정원사 혼자 빈 흙 위에 남은 거예요.
1943년, 그는 그 텅 빈 괴팅겐에서 생을 마감했어요.
묘비에는 그가 평생 믿었던 문장이 새겨져 있어요.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알 것이다."
그리고 그가 1900년에 칠판에 적어놓은 23개의 문제 중 일부는, 지금도 아무도 손대지 못한 채 남아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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