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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늘 당신이 누른 모든 키, 본 모든 화면은 1854년에 한 영국 수학자가 종이에 적은 식 위에서 작동해요.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평생 몰랐어요.
조지 불은 1854년에 『사고의 법칙(The Laws of Thought)』이라는 책을 썼어요.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모든 추론을 딱 세 가지 연산, AND(그리고)·OR(또는)·NOT(아니다)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그 연산 결과를 0과 1, 두 숫자로만 나타냈죠.
이걸 불 대수(Boolean algebra)라고 불러요.
복잡하게 들리지만 사실 굉장히 단순해요.
"비가 오고(AND) 우산이 없으면 = 1(젖는다)", "비가 오거나(OR) 우산이 없으면 = 1(준비해야 한다)", 이런 식이에요.
하지만 불이 49세로 죽고 73년이 지났을 때, MIT 대학원생 클로드 섀넌이 이 식을 보고 무릎을 쳤어요.
"이걸 전기 스위치로 만들면 되잖아."
1937년, 섀넌은 불 대수를 전기 회로에 적용했고, 그게 오늘날 디지털 컴퓨터의 논리 기반이 됐어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누군가 19세기에 도면을 그려놨는데, 100년 뒤 다른 사람이 그걸 보고 "아, 이게 자동차 엔진이잖아"라고 깨달은 거예요.
불은 그 도면을 그린 사람이에요.
정작 자동차를 한 번도 못 봤죠.
코크 대학 신임 수학과장이 부임하던 1849년, 그의 이력서에는 학위가 한 줄도 없었어요.
조지 불은 1815년 영국 링컨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정규 학교는 거의 다니지 못했고, 대학은커녕 학사학위조차 받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9살에 라틴어를 혼자 독학했고, 14살에는 그리스어 시를 번역했어요.
16살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학교 교사가 됐고, 19살에는 자기 학교를 차렸어요.
오늘날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이 학원을 차린 거예요.
그리고 1849년, 아일랜드 코크에 있는 퀸스 칼리지(Queen's College Cork, 지금의 University College Cork)가 그를 수학과 초대 학과장으로 임명했어요.
학위가 하나도 없는 독학자를요.
검정고시도 안 본 사람이 서울대 학과장으로 부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당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학위가 곧 신분이던 사회였어요.
그런데도 대학은 그를 뽑았어요.
이유는 하나, 그의 수학 논문이 워낙 뛰어났거든요.
조지 불이 평생 풀려 한 것은 컴퓨터의 논리가 아니라 신의 마음이었어요.
17살 무렵, 불은 들판을 걷다가 갑자기 신비로운 체험을 했어요.
그 순간 확신이 떠올랐대요.
"인간 사고의 법칙은 곧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법칙이다."
그래서 그가 1854년에 쓴 책 이름이 『사고의 법칙』이에요.
논리학 교과서를 쓰려 한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수학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거예요.
책 안에는 "신의 본성에 대한 탐구"까지 수학으로 시도한 챕터가 있어요.
그런데 결국 후대 사람들은 그 책에서 신학 부분을 모두 잘라냈어요.
0과 1, 그리고 AND·OR·NOT만 챙겨서 컴퓨터를 만들었죠.
컴퓨터를 만드는 데 신은 필요 없었으니까요.
어떤 작곡가가 신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곡인데, 후대 사람들이 가사를 다 지우고 광고 BGM으로만 쓰는 상황이랑 비슷해요.
불의 목표는 철학이었고, 결과는 공학이 됐어요.
논리학을 만든 사람의 마지막 처방은 양동이에 가득 담긴 찬물이었어요.
1864년 11월, 49세의 조지 불은 폭우 속을 약 3km 걸어 강의실에 도착했어요.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강의를 했고, 며칠 뒤 폐렴에 걸렸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아내 메리 에버레스트 불(Mary Everest Boole)은 당시 유행하던 동종요법(homeopathy)을 믿었어요.
동종요법이란 "병의 원인과 같은 것을 소량 투여하면 낫는다"는 치료법인데, 오늘날 의학에서는 효과가 없는 사이비 요법으로 분류해요.
그녀의 논리는 단호했어요.
"비에 맞아서 병이 났으니까, 비로 고치면 되지."
그래서 침대에 누운 그에게 양동이로 찬물을 거듭 끼얹었다고 전해져요.
조지 불은 1864년 11월 8일에 사망했어요.
인류의 논리 체계를 세운 사람이, 가장 비논리적인 처방으로 생을 마감한 거예요.
그런데 메리 에버레스트 불, 이 이름이 낯설지 않죠.
그녀의 삼촌이 조지 에버레스트(George Everest)예요.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Mount Everest)의 이름이 된 바로 그 측량가예요.
에베레스트를 측량한 사람의 조카가, 컴퓨터 논리의 아버지 아내였어요.
세상은 좁고, 역사는 이상한 방식으로 연결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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