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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팀 버너스 리는 빌 게이츠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1993년 봄에 그 길을 직접 닫아버렸어요.
만약 카카오톡을 만든 사람이 "메시지 하나를 보낼 때마다 1원씩 내세요"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인터넷 웹에서 일어난 일이 정확히 그 반대예요.
버너스 리는 1989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CERN,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에서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했어요.
웹페이지를 만들고, 링크로 연결하고, 브라우저로 열어보는 그 모든 기술이 그의 손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1993년 4월 30일, CERN은 이 기술의 모든 지적재산권을 영구히 포기하고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공식 선언했어요.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웹사이트는 그 기술 위에서 돌아가고 있어요.
만약 특허가 걸려 있었다면 구글, 네이버, 유튜브를 클릭할 때마다 특허료가 붙었을 거예요.
그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 직접 거절한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발명품의 시작은, 한 영국 청년이 자기 메모를 못 찾아서였어요.
1980년, 버너스 리는 CERN에 임시 연구원으로 처음 왔어요.
연구소 안에는 수백 명의 과학자가 있었고, 문서와 데이터는 제각각 흩어져 있었어요.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디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어요.
그는 'Enquire'라는 개인용 정보 정리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어요.
이름은 어머니가 어릴 때 보여준 빅토리아 시대 백과사전 '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에서 따왔어요.
"이 책 안에 모든 것이 있어요"라는 제목처럼, 모르는 게 생기면 뒤지면 됐던 생활 백과사전이었어요.
우리가 메모 앱이 뒤죽박죽이 돼서 노션이나 옵시디언을 새로 깔기 시작하는 것과 똑같아요.
인류를 연결하겠다는 거창한 비전이 아니었어요.
그저 자기 메모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현실적인 불편함에서 시작됐어요.
오늘날 인류의 절반이 매일 접속하는 시스템의 첫날, 사용자는 단 한 명, 발명자 자신뿐이었어요.
1991년 8월 6일, 버너스 리는 CERN의 NeXT 컴퓨터에서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를 공개했어요.
주소는 info.cern.ch였고, 첫 게시물은 "월드와이드웹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라는 안내문이었어요.
그리고 그 컴퓨터에는 손으로 쓴 쪽지가 붙어 있었어요.
"이 기계를 끄지 마시오. 이것은 서버입니다."
서버란 다른 컴퓨터의 요청에 응답해주는 컴퓨터예요.
이 기계가 꺼지면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는 그냥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30억 명이 쓸 시스템이 한 대의 데스크톱에 달려 있었던 셈이에요.
친구들과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혼자 말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해요.
하지만 버너스 리는 기다렸어요.
그리고 결국 세상이 따라왔어요.
웹을 만든 사람이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웹을 비판하는 사람이에요.
2018년, 버너스 리는 'Solid'라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사용자가 자기 데이터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분산형 웹 기술이에요.
한마디로, "내 데이터는 구글 서버가 아니라 내 손에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에요.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웹이 거대 플랫폼에 의해 중앙집중화됐고, 가짜뉴스와 감시 자본주의의 도구가 됐어."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한 공개적인 반성이었어요.
감시 자본주의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광고로 팔아먹는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우리가 유튜브에서 뭘 검색했는지, 어떤 쇼핑몰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가 전부 돈이 되는 거예요.
버너스 리는 그게 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라고 봤어요.
웹을 무료로 공개한 결정은, 누군가 독점해서 통행료를 뜯어내는 미래를 막으려는 선택이었어요.
그런데 결국 특허 대신 데이터로 돈을 버는 다른 형태의 독점이 생겨났어요.
그가 막으려 했던 것이 다른 얼굴로 돌아온 셈이에요.
그래서 그는 지금도 멈추지 않아요.
부모가 키운 자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커버린 것처럼, 그는 여전히 그 자식을 바꾸려 하고 있어요.
그가 다시 만들려는 웹은 과연 가능할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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