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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기원전 3세기 어느 날, 흰 말 한 마리가 국법보다 강했어요.
공손룡은 전국시대 중국의 사상가예요.
그는 명가(名家)에 속한 인물인데, 명가란 '이름과 실제가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탐구하는 학파예요.
단어가 세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가리키는지를 파고든 사람들이에요.
후대 일화집에 따르면, 공손룡이 정나라 국경 검문소에 다다랐을 때 문제가 생겼어요.
관문에는 '말은 통과 금지'라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는 흰 말을 끌고 있었거든요.
그가 내뱉은 한 마디: "흰 말은 말이 아닙니다."
공항에서 '라면 반입 금지' 규정에 걸린 사람이 "이건 라면이 아니라 면 봉지입니다"라고 우겨서 통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에요.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데, 그런데 정확히 뭐가 틀렸는지 바로 반박하기가 어려워요.
그 틈새에서 공손룡은 흰 말을 끌고 유유히 관문을 빠져나갔다고 전해져요.
국가가 정한 법조문이 한 사람의 논리에 무력화된 순간이에요.

그의 논리는 거짓이 아니었어요.
단지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가 거짓이었을 뿐이에요.
공손룡은 저서 『백마론(白馬論)』에서 이렇게 논증해요.
馬는 형태를 가리키는 글자이고, 白은 색을 가리키는 글자예요.
형태와 색이 합쳐진 '백마'는, 형태만 가리키는 '馬'와 같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친구가 "치즈버거는 햄버거가 아니야, 치즈는 재료이고 버거는 빵 구조잖아"라고 우기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말도 안 된다는 걸 직감하는데, 정확히 어디서 틀렸는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공손룡의 논리가 딱 그랬어요.
그는 또 다른 저서 『견백론(堅白論)』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파고들어요.
'단단하고 흰 돌'을 만질 때 우리는 단단함을 느끼지 흰색을 느끼지는 못해요.
그러니 단단함과 흰색은 분리 가능한 별개의 속성이라는 주장이에요.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은 이 모든 논증의 핵심 결론이에요.
'흰 말은 말이 아니다'를 뜻하는 말인데, 단어를 쪼개고 개념을 분리하면 실제로 반박이 쉽지 않아요.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말들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정확하지 않은 거예요.

공자의 6대손은 공손룡 앞에서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어요.
공천(孔穿)은 공자의 직계 6대손이에요.
공자는 유교의 창시자이고, 유교는 당시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상 체계였어요.
그 유교의 적통을 잇는 인물이 공손룡을 직접 찾아온 거예요.
공천의 제안은 이랬어요: "선생의 백마비마론만 버려주신다면 제자가 되겠습니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이 인터넷 토론왕에게 진 뒤 "제자가 되고 싶은데 그 궤변만 빼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공손룡에게는 완전히 다르게 들렸을 거예요.
『공손룡자(公孫龍子)』 적부편에 따르면 공손룡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 논증이야말로 내 학문의 뼈대인데, 그것을 버리면 내가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거꾸로 공천을 논리적으로 몰아붙였고, 공천은 답하지 못하고 물러났어요.
『공손룡자』는 공손룡의 사상을 담은 저작집이에요.
유교 정통의 직계 후손이 말문이 막혔다는 사실은, 당시 사람들에게도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을 거예요.

공손룡을 무너뜨린 것은 더 날카로운 논리가 아니라 "쓸모없다"는 단 한 마디였어요.
공손룡은 한때 조나라의 재상 평원군(平原君)의 식객이었어요.
식객이란 귀족이 학자나 기술자를 집에 머물게 하며 아이디어와 조언을 얻는 제도예요.
오늘날로 치면 대기업 자문단 같은 위치인데, 공손룡은 그 안에서 명가 변론가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어요.
그러다 추연(鄒衍)이 등장해요.
추연은 음양오행설의 창시자예요.
음양오행설은 세상 모든 것이 음(陰)과 양(陽), 그리고 목·화·토·금·수 다섯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세계관으로, 동양 사상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어요.
『사기(史記) 평원군열전』에 따르면 추연은 평원군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공손룡 일파의 변론은 도(道)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말장난일 뿐이에요.
진짜 논의를 오히려 망치고 있습니다."
도(道)란 세상의 참된 이치를 뜻하는 개념이에요.
추연의 말은 "저 사람, 엄청 똑똑한데 쓸모가 없어요"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평원군은 그 말 이후 공손룡을 멀리했어요.
회사에서 가장 논리적인 직원이 "똑똑한데 회의만 길게 한다"는 평가 한 줄에 잘리는 것처럼요.
공손룡의 논리는 끝내 반박되지 않았어요.
흰 말이 말이 아닌 것처럼, 완벽한 논리가 꼭 이기는 건 아닌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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