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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기원전 6세기 인도에는 이미 "빚을 내서라도 오늘 즐겨라"를 철학으로 만든 학파가 있었어요.
차르바카, 또는 로카야타라 불린 이 학파의 가장 유명한 격언은 산스크리트어로 이렇게 남아 있어요: "리남 크리트바 그리탐 피벳(Rinam kritva ghritam pibet)."
직역하면 "빚을 내서라도 버터를 마셔라"예요.
기(ghee), 그러니까 정제 버터는 당시 인도에서 가장 값비싼 음식이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신용카드를 긁어서라도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라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 말이 왜 철학이냐고요?
차르바카는 사후세계가 없다고 믿었거든요.
다음 생이 없으니, 빚을 "내세에 갚아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반전은 이 발언이 나온 맥락에 있어요.
기원전 6세기 인도는 종교가 곧 사회였던 시대예요.
힌두교의 경전인 베다가 절대 권위를 가졌고, 윤회와 카르마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어요.
그 한복판에서 차르바카는 공개적으로 선언한 거예요.
"지금 이 삶이 전부다. 지금 즐겨라."

차르바카는 베다도, 신도, 윤회도 모두 같은 이유로 거부했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당시 인도 철학에는 "앎의 수단"이 네 가지로 정리돼 있었어요.
직접 눈으로 보는 것(직접지각), 논리로 추론하는 것, 다른 것과 비교하는 것, 권위 있는 사람의 증언을 믿는 것이었어요.
차르바카는 이 중 딱 하나만 인정했어요.
프라티야크샤(pratyakṣa), 직접지각이에요.
오직 내 눈, 내 귀, 내 피부로 직접 확인한 것만 진실이라는 원칙이에요.
그러면 나머지는요?
추론, 비교, 증언은 전부 잘못된 앎으로 봤어요.
신이나 영혼 같은 건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없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차르바카가 한 발 더 나아가요.
베다에 대해 이런 말이 학파의 문헌 안에 남아 있거든요: "베다를 지은 세 부류는 광대요, 악당이요, 악마야."
종교가 법률이던 시대에 경전을 사기라고 부른 거예요.
오늘날 누군가가 헌법을 "사기꾼들이 만든 문서"라고 공개 선언하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선언이 기원전에 일어났어요.

차르바카가 부정한 사후세계를, 차르바카 자신의 책이 갖지 못했어요.
학파의 핵심 원전은 〈브리하스파티 수트라〉예요.
브리하스파티는 차르바카 학파의 전설적 시조로, 이 책은 그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격언 모음집이에요.
하지만 이 책은 단 한 줄의 원문도, 단 한 권의 사본도 오늘날 존재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냐고요?
약 2000년에 걸친 지워짐이에요.
정통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모두 차르바카를 나스티카(nāstika), 즉 "베다의 권위를 부정하는 이단"으로 규정했어요.
그 결과, 누구도 이 텍스트를 베껴 보존하려 하지 않았어요.
필사본은 야자수 잎에 쓰였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썩어 없어졌어요.
불을 지른 사람이 없어도 괜찮았어요. 무관심만으로 충분했거든요.
어떤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을 모두가 외면하면, 그 책은 스스로 사라져요.
차르바카의 책이 딱 그렇게 됐어요.

오늘 우리가 차르바카를 아는 것은, 그를 무너뜨리려 했던 사람이 인용해준 덕분이에요.
14세기 힌두 학자 마드하바(Mādhava)는 〈사르바다르샤나상그라하〉를 썼어요.
제목을 풀면 "모든 학파의 요약"이에요.
인도에 존재하는 철학 학파들을 차례로 정리한 일종의 사상 백과사전이에요.
그런데 마드하바의 목적은 보존이 아니었어요.
그는 각 학파를 소개한 뒤, 그 학파가 왜 틀렸는지를 논증하기 위해 이 책을 썼어요.
차르바카가 첫 번째 챕터에 등장하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 이래서 틀렸다"를 증명하기 위한 거였어요.
하지만 반박하려면 먼저 인용해야 해요.
그리고 그 인용이, 차르바카를 후세에 전한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됐어요.
어떤 정치인의 발언을 그를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야당 자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비판하려고 옮겨 적은 것이 기록이 된 거예요.
결국 "빚을 내서라도 버터를 마셔라"는 격언도, 차르바카를 이단으로 규정한 문서들이 인용하면서 살아남았어요.
학파를 지우려 한 사람의 펜이, 그 학파를 2000년 후까지 전달한 거예요.
적이 남긴 기록만 있는 학파.
그 기록을 읽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 걸까요.
차르바카의 사상인가요, 아니면 차르바카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인가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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