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바람이 분다.
어떤 이는 춥다 하고 어떤 이는 시원하다 한다.
프로타고라스는 둘 다 옳다고 적었어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소피스트, 즉 말하기와 논리를 가르치던 직업 교사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의 책 〈진리(Aletheia)〉 첫 문장에 이렇게 썼어요.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다."
절대적 진리는 없고, 각자에게 보이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진리라는 선언이었어요.
같은 바람도 누구에겐 차갑고 누구에겐 따뜻하죠.
어느 쪽이 '진짜' 온도냐고 물으면, 프로타고라스는 "그런 질문 자체가 틀렸어요"라고 답했을 거예요.
둘 다 각자의 경험 안에서는 진짜니까요.
오늘날 "그건 네 생각이고, 내 생각은 달라"라는 말의 뿌리가 바로 여기 있어요.
하지만 2500년 전에 이 말은 폭탄이었어요.
신의 진리가 절대적이라 믿던 세계에서, 한 사람이 "진리는 사람마다 달라요"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니까요.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지혜에 가격표를 붙인 사람이 바로 그였어요.
그 이전까지 지혜는 신전에서, 시인에게서 무료로 전해지던 것이었어요.
프로타고라스는 거기에 처음으로 청구서를 내밀었어요.
그가 청구한 금액이 100미나였어요.
당시 일반 노동자가 약 30년을 쉬지 않고 일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에요.
오늘로 치면 제자 한 명에게 수십억 원을 청구한 셈이에요.
그런데도 아테네 부유층 자제들이 줄을 섰어요.
프로타고라스는 법정에서 이기는 법, 청중을 설득하는 법을 가르쳤거든요.
민회와 법정에서 말을 잘해야 출세하던 아테네에서, 그의 수업은 최고의 스펙이었어요.
오늘로 치면 무료 강연이 당연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수강료 내세요"라고 한 인플루언서예요.
사람들이 욕하면서도 돈을 냈어요.
그리고 그 돈 거래 하나가 결국 이상한 법정 싸움으로 번졌어요.

프로타고라스는 제자에게 논리를 가르쳤고, 그 논리에 발목이 잡혔어요.
제자 에우아틀로스는 법정 변론을 배우러 온 청년이었어요.
둘이 맺은 계약이 독특했어요.
"네가 법정에서 처음 이기는 날, 그때 수업료를 내라."
선불을 못 내는 제자를 위해 프로타고라스가 제안한 조건이었어요.
그런데 에우아틀로스는 졸업 후 어떤 사건도 맡지 않았어요.
재판을 안 맡으면 "첫 승리"가 없으니, 수업료를 안 내도 되는 거잖아요.
화가 난 프로타고라스가 에우아틀로스를 직접 법정에 세웠어요.
그러자 누가 이겨도 모순인 상황이 벌어졌어요.
프로타고라스의 논리는 이랬어요.
"내가 이기면 판결대로 돈을 받고, 내가 지면 제자가 첫 재판에서 이긴 셈이니 계약대로 받아야 한다."
에우아틀로스의 논리는 정반대였어요.
"내가 이기면 판결대로 안 내도 되고, 내가 지면 첫 재판에서 진 거니까 계약 조건도 안 성립한다."
오늘로 치면 논리 학원에서 배운 논리로 학원비를 안 내려는 학생과 학원 원장의 대결이에요.
이 재판의 최종 판결은 역사에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지금도 철학과 논리학 교과서에 실려 있어요.
프로타고라스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요.
250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답이 없어요.

상대주의를 처음 가르친 철학자가 절대적 판결로 익사했어요.
그의 또 다른 책 〈신들에 관하여(Peri Theōn)〉는 이 문장으로 시작해요.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나는 알 수 없다."
"없다"고 한 게 아니에요.
그냥 "모르겠다"고 썼을 뿐이에요.
하지만 아테네는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아테네는 그를 불경죄로 고발했어요.
불경죄는 신을 모독한 혐의인데, 당시 이 죄는 사형까지 가능했어요.
시민들은 그의 책을 아테네 광장인 아고라에 모아 공개적으로 불태웠어요.
오늘로 치면 SNS에 "저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한 줄 적었다가 계정이 영구 정지되고 도시에서 쫓겨난 것과 같아요.
이 사건은 서양사에 기록으로 남은 공개 분서 사례 중 하나예요.
분서는 책을 모아 불태우는 행위인데, 사상을 통째로 지우려는 시도예요.
프로타고라스는 아테네를 탈출했어요.
시칠리아 섬으로 도망치다 탄 배가 침몰해 익사했다고 전해져요.
"모든 진리는 상대적"이라 가르친 사람이, 단 하나의 절대적 판결로 끝난 거예요.
그가 남긴 책들은 대부분 소실됐어요.
불태워지거나 분실되어 오늘날 완본이 단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아요.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라 선언했던 사람의 목소리를 지운 것도, 결국 인간이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1
개